사이버 상거래의 왕 “아마존에 없으면 세상 어디에도 없다”

[월요신문 김미화 기자] 최근 한국경제의 저성장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기업가 정신'의 중요성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기업가정신은 도전, 혁신, 미래를 보는 안목, 사회적 책임 등을 내포하고 있는데 이를 통해 투자가 확대되고 생산과 고용이 늘 수 있기 때문. 즉, 기업가정신이 회복되면 경기도 회복되고 기업가정신이 쇠퇴하면 경기도 위축될 수밖에 없게 되는 셈이다.

<월요신문>은 기업가정신과 한 나라의 경제수준이 유의미한 상관관계가 있다고 보고 '열정을 꿈으로 만든 글로벌 CEO 이야기를 연재한다. 열여섯 번째 순서로 미국의 사업가 '제프 베조스(Jeff Bezos)'의 기업가 정신을 살펴봤다.

제프 베조스.<사진제공=포커스뉴스>

유통, 콘텐츠, 클라우드 등 손대는 영역마다 세계 일등의 반열에 올려놓은 불세출의 비즈니스맨 제프 베조스. 미국 경제지 포춘은 ‘2016 올해 최고 CEO’로 그를 선정했다. 그가 여느 경영자와 다른 점은 적자를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기존의 시장 질서를 파괴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가 창업한 아마존이 그랬다. 현재 전세계에 걸쳐 3억명의 회원을 보유한 아마존의 시작도 ‘고정관념의 파괴’에서 시작됐다.

제프 베조스에겐 특별한 DNA가 있다. 바로 평범을 거부하는 유전자다. 1964년생인 베조스는 한국 나이로 53세다. 53년 동안 그의 삶 자체가 평범과 거리가 멀다.

1986년 프린스턴대학을 수석 졸업했을 때 베조스는 벨 연구소와 인텔로부터 잇따라 러브콜을 받았다. 이때도 그는 안정 대신 모험을 선택했다. 첫 직장으로 벤처기업 피텔을 선택한 것.

제프 베조스가 전자상거래사업에 뛰어든 계기는 기사 한줄 때문이다. ‘인터넷 규모가 1년 만에 2300배 성장했다’는 내용의 기사를 본 이후, 직감적으로 전자상거래 시장의 잠재력을 깨달은 것. 당시 그는 뉴욕 월스트리트에 위치한 투자회사 디이쇼(D.E.Shaw)의 최연소 부사장이자, 100만 달러의 연봉을 받는 펀드 매니저로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었다. 때문에 1994년 베조스가 월가를 떠난다고 했을 때, 주변에선 놀라움과 우려가 섞인 반응을 보였다.

창업 전, 그는 인터넷으로 어떤 물건을 팔면 성공할까 고민했다. 책도 그중의 하나였다. 그러던 중 전미서적판매업자협회가 주최한 강의를 듣고 문득 깨닫는다. 인터넷을 통한 서적유통사업에 ‘감(感)’이 꽂힌 것. 그는 취급해야 하는 책의 종류가 지나치게 많고 유통방식이 비효율적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서점에 진열된 책은 판매되지 않으면 반품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하지만 인터넷 서점은 고객 결제 완료 후 주문하기 때문에 반품률이 제로에 가깝다. 출판사 입장에서는 반품을 받지 않아 좋고, 고객은 서점에 가지 않고도 다양한 종류의 책을 서핑하면서 선택의 폭을 넓힐 수 있다.

사업성이 있다고 판단한 그는 투자자를 물색했다. 첫 번째 투자자는 그의 부모였다. 베조스의 부모는 노후자금 30만 달러를 아낌없이 내놓았다.

1995년 7월 베조스는 자신의 집 차고에서 회사를 창업했다. 회사명은 ‘아브라카다브라’로 정했다가 얼마 뒤 ‘아마존’으로 바꿨다. 세계에서 가장 큰 강인 브라질의 아마존강이 두 번째로 큰 강인 나일강보다 무려 열 배나 길다는 점에 착안, 세계 일류기업을 지향하는 의미로 사명을 ‘아마존’으로 정한 것이다.

세상의 모든 콘텐츠를 판다

베조스의 비즈니스 제1원칙은 ‘초기에 시장을 선점하라’는 것이다. 1996년 베조는 직원들에게 ‘Get big first’라고 새긴 티셔츠를 나눠주며 “손해를 봐도 좋다. 먼저 시장을 선점해 타 업체들이 넘보지 못하도록 하라”고 독려했다.

아마존은 시작하자마자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인터넷 서점은 기존 서점처럼 넓은 공간이 필요없는데다 책값이 저렴해 고객의 호응이 높았다. 이러한 장점은 소비자들의 호응을 이끌어내며, 아마존이 오프라인 서점까지 장악할 수 있게 만들었다.

아마존의 성장과 관련해서는 이런 일화도 있다. 베조스는 아마존 사이트 오픈 초기에 주문 대응력을 신속하게 진행하기 위해, 책 주문이 들어올 때마다 벨이 울리도록 장치를 만들었다. 이 벨의 운명은 몇 달 가지 못했다. 직원들이 정신을 못 차릴 정도로 주문이 쇄도했기 때문이다.

베조스의 창의력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아마존은 웹사이트에 별점 평가방식의 독자 리뷰 를 도입해 관심을 끌었고, 도서간의 연계성을 특화시켜 고객의 편의성을 극대화했다. 창업 1년 만인 1996년, 아마존닷컴은 월스트리트저널 1면에 특집으로 소개될 정도로 성장했다.

1997년부터 도서뿐만 아니라 음반, 영상물 등 다양한 상품을 판매했다. 여러 유통망과 계약을 맺어 옷, 전자제품, 장난감 등 고객이 원하는 모든 콘텐츠와 기기를 공급했다. 창업 2년만에 아마존은 ‘인터넷 책장수’에서 ‘세상의 모든 콘텐츠를 파는 곳’으로 변한 것이다. “아마존에 없으면 세상 어디에도 없다”는 말은 이 때문에 나온 것이다.

2000년 버블 붕괴로 위기

그의 사업이 승승장구 했던 것만은 아니다. 2000년 IT 버블 붕괴로 아마존의 주가가 100달러에서 6달러로 곤두박질치게 되면서 사상 최악의 위기에 봉착하게 된 것.

당시 회사가 도무지 흑자를 낼 기미를 보이지 않자 베조스에 대한 비판도 거세졌다. 한 가지 사업에 집중하지 않고 무리하게 일을 벌이는 그를 놓고 혹평이 쏟아졌다. 평소 특유의 큰 웃음소리로 유명한 베조스를 가리켜 '최악의 회사를 운영하는 낄낄대는 미치광이'라고 조롱한 이도 있었다.

1년 후 상황은 역전됐다. 2001년 4분기에 509만 달러의 흑자를 낸 것. 베조스는 "우리의 사업 모델이 맞다는 걸 우리는 알고 있었다"며 그동안 쏟아졌던 비판을 일축했다.

아마존은 창립 10년째인 2004년 연매출 70억 달러로 세계 전자상거래 1위 자리를 굳혔고 이후 지금까지 승승장구하고 있다. 미국의 경제지 포춘은 2011년 베조스를 스티브 잡스를 이을 차세대 CEO로 꼽은데 이어 올해에도 최고의 CEO로 꼽았다.

또 다른 승부수 '킨들'

베조스가 주목 받는 이유는 아마존의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전자책 단말기 '킨들'을 내놓으며 새로운 승부수를 던졌기 때문이다. 그는 2007년 11월 휴대폰 전화망에 접속해 언제 어디서나 책을 내려 받을 수 있는 킨들을 출시하며 “책은 사라지지 않는다. 다만 디지털화 될 뿐”이라고 말했다.

킨들의 등장은 책을 소유가 아닌 소비하는 아이템으로 바꾸면서 시장의 패러다임을 뒤흔들었다. 이에 힘입어 베조스는 2011년 11월 전자책만 읽을 수 있던 단말기에서 벗어나 앱과 게임을 실행할 수 있고, 음악과 동영상을 감상할 수 있는 ‘킨들 파이어’를 출시했다. 소비자들은 환호했다. 가격이 태블릿PC 기능을 모두 갖추고도 199달러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베조소는 "작은 물건 하나를 만들더라도 이익이 아닌,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고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드론에서 우주정거장까지

제프 베조스는 이제 새로운 꿈을 꾸고 있다. 그 꿈은 우주비행이다. 유년 시절부터 그는 NASA의 인공위성 발사와 달 탐사를 보며 우주비행사의 꿈을 키웠다. 지난 2000년 그는 민간 우주항공사 '블루 오리진'을 설립하고 미국 서부 텍사스에 우주기지를 설치했다. 이후 11년만인 2011년 5월, 우주선 시험 비행이 성공적으로 끝나자 발사와 이륙 장면을 담은 동영상을 공개했다. 하지만 같은 해 9월 실시한 우주선 시험발사는 실패로 끝났다.

그러나 최근 블루오리진은 로켓 발사와 착륙에 성공했다. 제프 베조스는 트위터를 통해 "결함이 없는 BE-3가 재시동했으며 완벽하게 착륙했다"고 밝혔다. 인류를 우주로 보내겠다는 베조스의 꿈이 점점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아마존은 최근 드론을 활용한 배송 기술을 선보였다. 이 기술이 상용화되면 아마존은 배송시장에 일대 혁신을 일으킬 것이다. 제프 베조스는 말한다. “10년 동안 무엇이 변화할 것인지 묻지 말고, 10년 동안 변하지 않을 것이 무엇인지 질문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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