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형 판매점의 감소 현황. <자료출처=KT경제경영연구소 전국 핵심 상권 53개 샘플 조사>

[월요신문 김미화 기자]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이하 단통법) 시행 이후 소상공인들의 한숨이 늘어가고 있다. 지난 21일 미래창조과학부(이하 미래부)와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는 ‘단통법 1년 6개월의 변화’라는 주제로 기자간담회를 열고, 중간 점검 결과와 향후 정책 변화에 대해 입장을 밝혔다. 이 자리에서 미래부와 방통위는 그간의 성과로 ▲단말기 유통시장 투명화 ▲가계 통신비 인하 ▲6만원 이상 고가요금제 가입 비중 하락 ▲중저가 단말기 판매 상승 ▲선택약정할인 이용자 증가 등을 제시하며, “단통법이 성과를 내고 있다”고 자평했다.

그러나 단통법이 긍정적인 효과만 낳은 것은 아니다. 통신시장 변화 속에서 소상공인의 자리가 오히려 줄었다는 점은 단통법에 따른 부작용으로 지적되고 있다.

미래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중소 유통점은 1만 2000곳에서 1만 1000곳으로 약 1000곳(10%)이 줄어들었다. 반면 같은 기간 이동통신3사 직영점의 경우 1183곳에서 304곳이 늘어났다. 단통법 시행 이후 이통사 직영점이나 하이마트·삼성 디지털프라자·LG베스트숍과 같은 대형 유통점을 중심으로 통신시장이 재편되고 있는 것.

이와 관련 양환정 미래부 통신정책국장은 “이통3사 직영점들의 유통점 영토 확장이 우려되는 것은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실제 소상공인들이 체감하고 있는 상황은 더욱 좋지 않다.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에 따르면 단통법이 시행 된 2014년 10월 이후 1년 동안 중소 유통점의 시장 비중은 39%에서 30%로 크게 떨어졌다. 같은 시기 판매점 단말기 평균 판매량은 한 달 60대에서 47대로 줄었으며, 판매 수익도 720만원에서 375만원으로 반 토막이 난 것으로 파악됐다.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자체 조사 결과로는 단통법 시행 이후 2000곳에 달하는 판매점이 폐업, 1만 명에 가까운 실업자가 발생한 것으로 파악된다. 정부 정책에 따라 단통법을 성실하게 이행했지만 소상공인들만 줄줄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중소 유통점의 하락세를 보조금 때문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KT경제경영연구소는 ‘이동통신 유통시장의 상생을 위한 과제’라는 보고서에서“기존 휴대폰 유통망을 이끌었던 중소형 유통점은 단말 보조금에 강점을 보였다. 이후 보조금 제한 요금할인 강화로 소비자들은 더 이상 대리점이나 판매점을 찾을 필요가 없어졌다”고 분석했다.

단통법 이전에는 더 많은 스마트폰을 판매하기 위해 다른 매장보다 혜택을 더 지급하는 판매 행태가 가능했다. 그러나 단통법은 통신사 및 유통 형태에 상관없이 최대 지원금을 33만원으로 제한했다. 즉, 전국 어디서나 똑같은 가격에 휴대폰이 판매되면서 중소 유통점이 예전의 판매방식을 고수하기 어렵게 된 것.

반대로 직영점 및 대형 유통점들은, 자본력을 동원해 별도 마일리지나 쿠폰, 상품권을 제공하는 등 중소 유통점이 따라가기 힘든 판매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단통법 시행 이후 정부의 규제가 직영점이나 대형 유통망보다 중소 유통점에 집중된 점도 소상공인들의 어려움을 가중시킨 요인으로 작용했다.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 관계자는 “벌점제 운영, 폰 파라치, 장려금 가이드 모니터링 등 13가지 규제들이 골목상권에 집중돼 있어 영업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폰파라치에게 신고당하면 영업정지, 전산 차단, 과징금 부과 및 단말기 공급 중단 등 갖가지 불이익을 받아 사업을 접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신고 내용과 달라도 소명의 기회가 보장되지 않아 억울해하는 업자들이 많다.”고 호소했다.

반면 직영점이나 대형 유통망들은 규제 밖에서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 관계자는 “대형 통신업체들이 자본력을 바탕으로 직영점에 과다한 판매 장려금을 몰아줘도, 이를 인건비로 처리하면 방통위가 불법성을 입증하기 어렵다. 이는 형평성에 어긋나는 것으로, 직영점을 더 적극적으로 단속해 중소 유통점들과의 차별을 없애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중소 유통점에 대한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입을 모은다.

박연익 KT경제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휴대폰 판매점은 생활 밀접업종 중 상위권에 위치하고 있어 서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중소 유통점이 제도 변화에 연착륙할 수 있도록 법령 개정 등 보다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방통위 관계자는 “중소 유통점이 단통법으로 인해 피해 받지 않도록 상생방안을 찾아가고 있다. 오는 5월부터 이통사 직영점의 일요일 휴무를 월 2회에서 매주 일요일로 확대하기로 했으며, 향후 중소 유통점을 상대로 사무용품 지원 등 활성화 계획을 수립 중에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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