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 OECD 34개국의 ‘법인세와 투자 고용 상관관계’ 분석

[월요신문 허창수 기자] 법인세 인상이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다. 야당이 과세표준 500억원을 초과하는 기업에 대한 법인세율을 현행 22%에서 2009년 이전인 25%로 인상할 것을 주장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법인세 인하가 기업의 투자활성화, 고용증대, 경제성장으로 이어지는 대신 사내유보금만 증가했다는 이유에서다.

반면 여당과 재계는 법인세 인상에 강하게 맞서고 있다. 법인세율을 인상할 경우 기업의 투자의욕과 고용창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기업의 해외이전을 유발하여 국가경쟁력을 저하시킬 것이라는 논리다.

지난 26일 청와대에서 열린 언론사 편집·보도국장 오찬 간담회에서 박근혜 대통령도 “세금 인상은 항상 마지막 수단이 돼야 한다”며 사실상 법인세 인상 반대 입장을 나타냈다.

법인세를 올리면 우리 경제에 약이 될까 독이 될까. 본지는 OECD국가에서 그 선례를 찾아봤다. 법인세를 인상 혹은 인하한 국가에서 투자, 고용, 경제성장은 어떻게 변화했는지 OECD 34개국을 분석했다.

한국 법인세율 OECD 국가 평균보다 낮아

* OECD 국가 평균 법인세율: 23.2% <자료=OECD> <그래픽=월요신문>

OECD 자료에 따르면 2015년 한국의 법인세율은 22%로 OECD 국가 평균 법인세율인 23.2%에 비해 1.2% 낮은 수준이다.

본지가 분석한 OECD 34개국 가운데 법인세율이 가장 높은 국가는 미국(35%)이었고 프랑스(34.4%), 벨기에(33%), 호주(30%) 등이 그 뒤를 이었다. 반면 법인세율이 가장 낮은 국가는 스위스(8.5%)였고 아일랜드(12.5%), 캐나다(15%), 독일(15.8%) 등도 10%대의 낮은 법인세율을 보였다.

최근 10년간 이들 국가의 법인세율 변화 추이도 살펴봤다. 2006년에서 2010년 사이 법인세를 가장 큰 폭으로 인하한 국가는 독일이었다. 2007년까지 독일의 법인세율은 26.4%였다. 이후 2008년 일시에 10.6%를 인하해 현재까지 독일의 법인세는 15.8%를 유지하고 있다. 영국의 경우, 30%였던 법인세율을 지속적으로 인하한 결과 지난해 법인세율이 20%로 낮아졌다. 같은 기간 슬로베니아, 캐나다, 스페인, 일본 등도 6~8%의 법인세 인하를 단행했다.

법인세를 인상한 국가도 있었다. 지난 10년 간 법인세율 인상 폭이 가장 큰 국가는 칠레였다. 칠레는 지난 10년간 세 차례에 걸쳐 법인세율을 5.5% 인상했다. 포르투갈 역시 2011년과 2012년 두 차례에 걸쳐 법인세를 3% 인상했다. 그밖에 슬로바키아, 아이슬란드, 헝가리, 멕시코 등도 법인세를 2~3% 인상한 것으로 확인됐다.

호주, 오스트리아, 벨기에, 프랑스, 스위스, 미국 등은 지난 10년간 법인세율에 변화가 없었다.

우리나라는 이명박 정부 시절인 지난 2009년 법인세율을 25%에서 22%로 인하했다. 그 뒤로 법인세율은 변동이 없는 상태다.

독일 영국은 인하, 칠레 포르투갈은 인상

최근 많은 국가들이 법인세를 경쟁적으로 인하해왔다. 기술과 자본이동이 활발한 글로벌 경제 환경 하에서 법인세율 인하를 통해 조세의 국제경쟁력을 확보하고 기업의 투자 활성화를 유도한다는 이유에서였다.

대표적인 국가가 독일과 영국이다. 독일의 법인세율은 2000년 까지만 해도 42.2%에 달했다. 이후 2001년 슈뢰더 총리가 26.4%로 한 차례 인하한 후 2008년 메르켈 총리가 다시 15%로 낮췄다.

영국은 캐머런 내각 집권 이듬해인 2011년부터 법인세를 단계적으로 인하해 28%였던 최고세율을 20%까지 내렸다. 영국의 법인세율 인하는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지난달 16일 영국은 법인세 추가 인하를 포함한 감세정책과 재정긴축 방안을 담은 ‘2016~2017회계연도 예산안’을 발표했는데 여기엔 2020년까지 법인세를 17%로 인하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반면 칠레와 포르투갈은 법인세를 인상해왔다. 10년 전만 하더라도 칠레와 포르투갈의 법인세율은 각각 17%와 25%로 독일(26.4%)과 영국(30%)에 비해 낮은 수준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칠레와 포르투갈의 법인세율은 각각 22.5%와 28%로 독일(15.8%)과 영국(20%)을 넘어섰다.

* 기업투자증가율=총고정자본형성증가율 <자료=OECD> <그래픽=월요신문>

결과는 어떻게 달라졌을까. 감세론자들의 논리에 따르면, 법인세를 큰 폭으로 인하한 독일과 영국에서는 투자와 고용이 늘어나고 경제성장률이 높아져야한다. 반대로 법인세 인하 흐름을 역행한 칠레와 포르투갈은 투자와 고용이 줄어들고 경제성장률이 하락해야 한다.

그러나 본지가 OECD 자료를 분석한 결과, 법인세율의 증감이 기업의 투자활성화나 고용증대, 나아가 경제성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법인세 인하론자들의 주장과 달리 고용, 투자, 경제성장은 법인세율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았다. 오히려 세계 경제의 부침에 따라 공동으로 변화하는 양상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예를 들어 지난 10년간 법인세를 대폭 인하한 독일과 영국에서 고용율이 소폭 증가하긴 했지만 법인세를 인상해온 칠레의 고용율은 더 큰 폭으로 증가했다. 독일, 영국, 칠레, 포르투갈의 기업투자증가율이 최저점을 찍은 시기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이다. 이후 2011년까지 가장 높은 기업투자증가율을 보인 국가는 법인세율의 변화가 없었던 독일이나 법인세율을 인하한 영국이 아닌 17%였던 법인세율을 20%로 올린 칠레였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은 경제성장률을 보인 국가 역시 독일이나 영국이 아닌 칠레였다.

지난해 1월 장하준 영국 캐임브리지대 교수는 CBS라디오 ‘박재홍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법인세를 인하해야 기업이 투자를 늘리고 일자리가 늘어난다는 법인세 인하론자들의 주장에 대해 “논리적으로는 가능하지만 실제로 증명된 사례는 없는 정책”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장 교수는 “정부는 기업활동 장려 차원에서 법인세를 깎아준다는 논리인데 실제로는 투자로 연결이 잘 되지 않는다. 불가리아나 파라과이는 법인세가 10% 수준이지만 기업들이 이들 국가에 적극적으로 투자하지는 않는다. 기업이 투자를 안 하는 이유가 따로 있는데 세금 부담 때문에 투자가 안 된다는 하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반박했다.

저작권자 © 월요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