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처리퍼블릭 정운호 회장 <사진제공 = 뉴시스>

[월요신문 유은영 기자] 네이처리퍼블릭 정운호 회장의 변호사 선임과 그에 대한 수임료 논란으로 법조계가 시끄럽다. 정운호 회장이 부장판사 출신 최 모 변호사를 상대로 착수금 20억원과 보석 시 ‘성공보수’ 30억원등 총 50억원의 수임계약을 맺은데 따른 것. 그러나 보석 신청이 기각됐고, 정 회장은 20억원을 돌려달라며 최 변호사에게 상해를 입힌 혐의로 고소당했다.

변호사 수임계약을 놓고 양측의 입장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정회장 측은 “항소심에서 보석으로 석방되게 해주겠다는 명목으로 소송위임 계약서를 작성하지도 않은 채 사회 통념에 비추어 현저히 부당한 거액의 수임료를 요구했다”는 입장이다. 사실상 성공보수금 명목으로 준 금액임에도 최변호사가 돈을 돌려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최 변호사는 정회장에게 받은 돈이 성공보수금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지난해 12월 정회장이 상습도박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은 직후 항소심 변호인단을 꾸리는 조건으로 수임계약을 맺고, 수임료 20억원은 정대표를 변론하는데 쓰였다는 것. 3개월 동안 매일 접견을 하고, 상습도박 혐의 외에 성추행 및 폭행 등 ‘민형사상의 사건 전반 처리’에 사용된 것이라는 입장이다. 또 정회장이 반드시 대형로펌 변호사를 선임하라고 요구했으며, 이에 ‘검찰 출신과 대법관 출신’ 등으로 24명의 변호인단을 구성하는 등 사건을 변론하기 위해 사용됐음을 강조했다.

변호사는 사건에 대해 변론을 담당하고 그 대가로 보수를 받는다. 이때 ‘보수’는 변호인과 의뢰인간 자유로운 합의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민사사건과 형사사건에 있어 보수의 개념은 다르다. 민사사건은 의뢰인이 승소할 경우 성공보수를 지급하는데 계약시 약정에 포함시키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형사사건의 경우, 피고인에 대한 ‘국가 형벌권’ 발동 여부가 관건이고 재판결과에 의해 변호사가 경제적 이익을 취할 수 없다. 지난해 선고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례(2015. 7. 23. 선고 2015다200111 전원합의체판결)는 이를 뒷받침 해주고 있다. 이 사건은 변호사가 의뢰인을 상대로 “성공보수를 돌려줄 수 없다”며 상고한 부당이득 반환사건이다.

의뢰인은 아버지가 절도 사건으로 구속되자, 변호사를 선임하며 착수금으로 1000만원을 지급하고 아버지가 석방되면 사례금을 지급하기로 하였다. 보석신청 후, 의뢰인은 변호사에게 1억원을 지급했다. 이후 의뢰인 아버지의 보석이 허가됐으며, 추후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다.

의뢰인은 변호사를 상대로 1억원의 성공보수금은 사건의 경중, 노력의 정도 등을 고려할 때 부당하게 과다하다며 반환을 청구하였다. 변호사는 1억원은 석방에 대한 사례금을 먼저 받은 것이며 부당하게 과다한 것이 아니라고 맞섰다. 원심은 1억원에 대해 변호사 ‘성공보수약정’에 기한 것임을 인정하였고, 다만 액수가 과중하므로 변호사인 피고는 4000만원을 원고인 의뢰인에게 반환하라고 판결하였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형사사건에서 특정 수사방향이나 재판의 결과를 ‘성공’으로 정해 그 대가로 금전을 주고받기로 한 변호사와 의뢰인 간의 합의를 무효로 보았다. 종래의 입장은 위임사무를 완료한 변호사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약정된 보수를 전부 청구할 수 있었다. 다만 그 액수가 부당하게 과다하다고 볼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한해 예외적으로 범위를 제한해왔다.

이번 정운호 회장 사건 수임과 관련해 최변호사가 담당사건에 ‘민사’사건을 함께 언급한 것은 이와 같은 ‘형사사건 성공보수’에 대한 법조계의 논란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민사상 성공보수에 대해서는 사적자치의 원칙상 별다른 제재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형사사건에 대해서도 ‘성공보수’를 약정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형사사건성공보수약정에서 말하는 ‘성공’의 기준은 수사단계에서 불기소, 약식명령청구, 불구속기소, 재판단계에서는 구속영장 기각 또는 구속후 석방이나 무죄, 벌금, 집행유예 등과 같이 유리한 판결을 받았을 때다.

‘성공보수’를 약정하게 되면, 변호사는 수사검사 혹은 재판부에 영향을 행사하려는 유혹에 빠질 위험이 있다. 이번 정운호 회장 사건의 경우 보석신청과 관련하여 미리 거액의 성공보수를 받은 경우다. ‘의정부 법조비리’와 ‘대전 법조비리’사건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1997년 발생한 의정부 법조비리사건은 형사사건을 주로 담당했던 이순호 변호사가 브로커를 이용해 법조계에 사건 수임 대가로 뇌물을 제공한 사건이다. 이순호 변호사는 서울지법 의정부지원 판사 출신으로, 1995년 6월 변호사 개업 뒤 다수의 형사사건을 수임하며 이름을 날렸다. 그러나 그 이면에 사무장과 검찰 직원, 경찰관들에게 사건 알선비조로 2억 4천여만원의 뇌물을 제공한 사실이 밝혀져 물의를 빚었다. 또 이순호 변호사는 사건과 관련해 전현직판사 15명에게 수수천만원의 금품과 향응을 제공한 것으로 밝혀져 법조계 전반에 불신을 불러왔다.

1999년에는 대전지검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의 로비가 문제가 됐다. 이른바 이종기 리스트다. 이 변호사의 사무장이 사건수임장부 632매를 공개하며 법조계에 큰 파문을 일으켰다. 장부에는 원고와 피고, 소개자, 착수금, 성공사례금 등이 시기별로 정리돼 있었고, 소개인으로 법조계 고위 간부들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1991년 개업한 이변호사는 5년간 98건의 무죄 판결을 이끌어내며 승승장구했던 인물이다. 그러나 93년 들어 전관예우의 약발이 떨어지고 사건 수임이 줄자 브로커를 고용하며 실적을 이어오다 대형 법조비리사건을 일으킨 장본인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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