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제주도민의 세금을 영종도 주민을 위해 쓸 수 있나"

2007년 개통 당일 공항철도 <사진제공 = 뉴시스>

[월요신문 유은영 기자] “다리만 건넜을 뿐인데 900원이 추가됩니다. 이게 말이 됩니까”

“동일 노선을 탔을 뿐인데 한 정거장 차이로 1200원을 더 내는게 이해가 안돼요”

인천공항철도와 신분당선 이용객들 중에는 이같은 불만을 토로하는 이가 적지 않다. 이들 두 노선에 위와 같은 황당한 요금제가 적용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두 노선의 공통점은 국토교통부 담당 ‘수익형 민자사업’이라는 점이다.

인천국제공항철도

인천국제공항철도는 최초의 민자철도사업이다. 1997년 민자유치대상사업으로 지정된 후, 1998년 현대건설 등 11개업체 컨소시엄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 2001년 주식회사 인천국제공항철도를 설립하며 사업이 진행되었다. 완공 시점에 정부로 소유권을 이관하고 공항철도가 시설의 운영권을 30년간 무상사용, 운영하며 투자비와 이윤을 회수하는 수익형 민자사업(BTO)방식이다. 총사업비 4조 2184억원이 투입된 국내 최대 민간 SOC 사업으로, 2007년 김포공항-인천공항 구간(37.6km), 2010년 서울역-김포공항역 구간(20.4km)구간이 순차 개통되었다. 서울역에서부터 인천공항역까지 43분만에 주파하여 편의성 면에서는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문제는 요금이다. 개통 당시 공항철도는 전 구간에 ‘독립요금제’가 적용됐다. 빠른 속도와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일반 도시철도와 달리 요금에 차별화를 둔다는 입장이었다. 이에 따라 2007년 기준 김포공항에서 인천공항역까지 일반은 3100원, 직통은 7900원의 요금이 책정되었다. 2007년 기준 서울지하철 기본요금이 900원임을 감안할 때 매우 높은 가격이다. 또 타 노선과의 환승이 불가하여 공항철도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요금을 지불해야만 했다. 이런 높은 요금과 떨어지는 접근성에 이용객 수는 예상치를 훨씬 밑돌았다. 당초 예상 이용객은 20만명이었으나 실제 이용객은 2만명 내외에 불과했다. 이에 따른 혈세의 낭비도 문제가 됐다. 이른바 ‘운임수입 보조금’ 조항 때문이다. 실시협약 당시 예상운임수입의 90%를 보전하는 보조금 조항을 두었는데, 이로 인해 연간 1000억원 이상의 혈세가 투입됐다.

비싸기만 했던 공항철도 요금에 변화가 시작된 것은 지난 2010년. 제2구간(서울역-김포공항역)이 개통되며 ‘수도권 통합환승할인’이 적용되면서 부터이다. 수도권 통합환승할인은 수도권 대중교통요금을 통합하여 대중교통 이용의 수단에 관계없이 이용거리에 비례하여 요금을 징수하는 시스템이다. 이에 따라 서울역에서 인천공항까지 일반열차 기준요금은 당초 예정된 5300원에서 3700원으로 하향 조정됐다.

그러나 이 때부터 공항철도의 요금체계는 이분화되며 ‘형평성’논란을 불어오게 된다. 당시 국토부가 예산부족 등을 이유로 전 구간이 아닌 일부구간에 대해서만 환승할인을 적용한 것이다. 영종대교를 건너 운서역부터는 ‘독립운임구간’의 별도 요금체계가 그대로 적용됐다. 이에 따라 2010년 기준 서울에서 검암까지의 요금은 1400원, 인천공항에서 검암까지의 요금은 2400원. 더 짧은 거리임에도 불구하고 요금은 더 많이 내는 셈이다. 또 서울이나 경기도, 인천 내륙에서는 버스 환승의 혜택을 받을 수 있지만, 운서역이나 인천공항역에서 하차시에는 버스 환승의 혜택도 누리지 못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했다. 수도권이지만 수도권 혜택을 받지 못하는 지역이 발생한 것이다.

이 같은 이중요금체계는 현재까지도 변함이 없다. 2016년 4월 기준 인천공항철도 역은 총 12개. 서울, 공덕, 홍대입구, 디지털미디어시티, 김포공항, 계양, 검암, 청라국제도시, 영종, 운서, 공항화물청사, 인천국제공항역이다. 서울역에서 청라국제도시역까지는 수도권통합환승요금제가 적용된다. 기본운임 1250원에 10km 초과시 5km마다 100원씩 과금되는 구조이다. 영종대교 건너 영종역부터 인천공항역까지는 독립운임구간으로 기본요금 900원에 10km 초과시 1km마다 130원을 부과하고 있다. 이에 따라 서울역에서 인천국제공항까지의 이용요금은 4150원, 서울역에서 청라까지 1850원, 청라에서 인천국제공항까지는 2300원의 요금이 부과된다.

이분화된 요금체계에 대해 운영사는 어떤 입장일까? 공항철도는 홈페이지를 통해 “서울역 연장개통 후에도 전 구간 독립운임체계가 적용될 예정이었다. 국토교통부에서 국민경제의 부담 완화를 위해 일부 구간을 통합요금제에 편입토록 하였으나, 이로 인해 공항 철도의 전반적인 운임 수준은 당초 예정보다 대폭 줄었다. 공항철도의 운임책정은 정부(국토교통부)와의 협의에 의해 이루어지며, 당사에서 임의로 책정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국토교통부 관계자에게 요금체계에 대해 문의해봤다. “뱃삯을 내는 것으로 생각하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영종구간은 이용객이 적어 요금을 비싸게 받아도 수지가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제주도민의 세금을 영종도민의 편의를 위해 쓸 수는 없지 않느냐”는 것이 관계자의 대답이었다. 요금과 관련한 법령은 없고 실시협약 등 계약에 의거해 요금을 결정하는데 현재로서는 막대한 손실보전금 때문에 요금변경이 어렵다는 입장이었다. 수도권 통합환승 미지정과 관련해서도 “그것은 지자체 조례 등을 통해 진행하는 것이므로 시행하기 위해서는 인천시에 요구를 해야 한다. 인천시민을 위한 것은 인천시가 부담해야 된다”는 입장을 보였다. 영종도 주민들은 이에 대해 “같은 노선에 대해 다른 요금을 부과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 영종도 주민은 국민이 아니냐. 같은 세금을 내고 다른 혜택을 받으라니 말도 안된다”며 반발하고 있다.

한 노선, 두 요금체계의 운임구간은 또 있다. 경기도와 서울을 잇는 신분당선이다. 신분당선 역시 주무관청이 국토교통부인 수익형민자사업(BTO) 방식이다. 신분당선은 개통당시부터 수도권통합환승이 적용됐다. 그러나 구간별 ‘별도운임’이 붙어 비싼 요금 논란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1구간과 2구간의 시행사가 달라 같은 노선임에도 불구하고 추가요금이 두 번 발생하고 있다.

신분당선

신분당선은 1,2구간으로 나뉜다. 1구간(강남-정자)은 두산건설(주) 등 9개사가 신분당선주식회사를 설립, 진행하여 2011년 완공됐다. 강남, 양재, 양재시민의 숲, 청계산입구, 판교, 정자 총 6개 역, 18.5km 구간이다. 민간에서 제안하여 추진된 사업으로서, 민간자본 8407억원, 판교신도시 개발부담금 4850억원, 국비 1913억원 등 총 1조 5808억원이 투입되었다. 2011년 10월 1구간 개통당시 기본요금은 1600원. 그러나 2012년 1750원, 2014년 1950원으로 기본료는 해마다 인상됐다. 개통당시 기준 일반 도시철도보다 700원 가량 비싼 요금인 셈이다. 2015년부터는 철도 기본요금 1250원에 900원의 ‘별도운임’이 붙어 2150원이 되었다.

올 1월 개통된 2구간(정자-광교)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신분당선 2구간은 경기철도 주식회사가 2009년부터 진행, 2016년 1월 운행을 시작하였다. 정자, 동천, 수지구청, 성복, 상현, 광교중앙, 광교의 총 7개역이 운영중이다. 요금은 1구간과 동일하게 900원의 ‘별도운임’이 부과된다.

신분당선 1구간과 2구간을 모두 이용하게 될 경우 ‘별도운임’은 총 1800원. 이에 대해 과다하다는 지적이 일자 ‘연계이용 할인’을 실시하여 600원을 할인중이다. 이에 따라 동일열차로 강남역에서 정자역을 거쳐 광교역까지 신분당선 1,2단계를 연계이용하는 경우, 2단계 별도운임을 300원만 지불하도록 하였다. 현재 강남에서 정자를 거쳐 광교까지 총 31km를 운행시, 2,950원(기본운임 1,250원 + 1단계 별도운임 900원 + 2단계 별도운임 900원 – 연계이용 할인 600원 + 거리비례운임 500원)에 이용 가능하다. 그러나 ‘신분당선’이라는 같은 지하철 노선을 이용하면서도 1구간, 2구간 이용에 따라 900원 이상의 추가요금을 부담해야 하는지 시민들은 의아해 하고 있다.

공항철도와 신분당선의 요금체계가 기존의 도시철도와 다른 이유는 무엇일까. 철도와 같은 사회간접자본에 민간 자본이 투입되어 이해관계의 접점을 찾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도로와 철도 같은 사회간접자본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비용이 요구된다. IMF 외환위기 후 정부는 사회간접자본시설에 대한 투자를 늘림과 동시에 재정부담을 줄이기 위해 1999년 ‘사회간접자본시설에 대한 민간투자법’을 제정하고 최소운영수입보장제도(2009년도 폐지됨) 등의 유인책을 마련하여 민간의 자본을 끌어들였다. 철도시설의 경우, 국토교통부 주관 2001년 공항철도를 시작으로 약 14조원이 투자되어 2015년 11월 기준 총 9개의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이들 민자철도는 도시철도 요금이 주 수입원이다. 따라서 막대한 사업비 회수를 위해서는 ‘요금인상’이 가장 쉬운 방법이 된다. 그러나 철도사업자의 수익을 보장하기 위해 수도권통합요금제가 아닌 별도의 요금체계를 도입하는 방안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실정이다.

반대로 민간사업자가 독립운임이 아닌 수도권통합요금제로 강제 편입될 경우에는 재무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실제로 신분당선 주식회사는 2015년 감사보고서를 통해 “회사는 신분당선 전철의 개통일 이후 4년 연속하여 실제운임수입이 실시협약 상 예상 운임수입의 50%에 미달하여 정부보조금을 수취하지 못하였습니다. 이러한 상황은 계속 기업으로서 존속능력에 대해 유의적인 의문을 제기하고 있습니다”라고 보고했다. 신분당선 주식회사는 지난 2014년에는 137억원의 손실보상금 청구소송을, 2015년 5월에는 1021억원의 실시협약변경 조정 신청을 낸 것으로 밝혀졌다. 개통전 이용객 수요예측이 잘못돼 심각한 재정손실을 입었고, 개통 전 기본요금을 1900원으로 책정했으나 이를 1600원으로 조정 적용하는 바람에 막대한 손실을 입었다는 주장이다.

한국교통연구원의 2013년 연구보고서도 “도시철도 교통량 추정의 불확실성 또는 과다추정 문제가 도시철도 사업을 건설하고 운영하는데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과도한 수송수요 예측의 문제점을 꼽았다. 또 “협약상의 요금인상을 적용할 수 없고, 할인 및 감면요금 등을 적용해야 하는 상황에서 민간투자자의 운영수입은 감소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는 필연적으로 최소수입보장금액의 증가로 이어져 재정부담을 가중시키는 결과를 낳고 있다”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앞서 국토부는 26일 신분당선 3단계 연장노선(강남-용산) 중 신사-강남 구간을 수익형민자사업 방식으로 8월 착공하는 변경실시협약이 기획재정부 민간투자사업심의위원회 심의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예정대로 공사 진행시, 신사-강남 구간은 2022년 초 개통된다. 이 노선도 ‘미운 오리새끼’가 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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