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신문 김미화 기자] ‘주사를 맞는 것만으로도 머리가 좋아질 수 있다?’

집중력 강화 주사, 총명 주사, 두뇌 활성화 주사 등 이른바 ‘머리를 좋아지게 하는 주사’가 인기를 끌고 있다. 이는 일부 병원들이 자녀의 성적에 민감한 학부모를 타깃으로 내놓은 수액으로, 최근 강남 일대를 중심으로 수요가 커지고 있다.

해당 주사를 권하고 있는 병원들은 “머리를 맑게 하고, 뇌 기능을 향상시켜 집중력 강화 및 기억력 향상에 큰 도움을 줍니다”라고 이 수액을 홍보하고 있다. 누구나 솔깃할 만한 문구다.

그런가하면 “1분 1초가 아까운 수험생활. 집중해서 한 자라도 더 보려 노력하지만 멘붕이 올걸세. 책상에 앉은 지는 한참 전인데, 참고서 책장은 요지부동. 뇌에 과부하가 걸린 듯 집중력이 흐트러지고 주의력이 산만해지는 순간, 진정 나에게 필요한 것은?”이라며, 아예 대놓고 수험생을 겨냥한 듯한 멘트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머리를 좋아지게 하는 주사’를 맞은 한 수험생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후기를 남기기도 했다. 자신을 수능을 앞두고 있는 학생이라고 소개한 네티즌은 “총명주사가 집중력과 기억력이 향상돼 수험생에게 인기 있는 주사라고 해서 맞아봤다. 30분 정도 맞았는데 맞고 나니 기분 탓인지 효과가 있는 것 같다. 머리가 상쾌한 기분이다. 수능 때까지 효과가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주사 맞는 사진을 글과 함께 올렸다.

또 다른 후기를 찾아봤더니 잘 보이지 않았다. 정말 효과가 있다면 여기저기서 후기를 남겼을텐데 드물다는 건 무엇을 의미할까.

수험생 및 학부모들이 궁금해하는 것은 ‘머리를 좋아지게 하는 주사’가 실제로 효능이 있는지 여부다. 이를 확인하고자 기자는 시중에 ‘머리를 좋아지게 하는 주사’를 놓아주고 있는 내과, 가정의학과, 정형외과, 비뇨기과 등 불특정 병원 다수를 상대로 취재했다. 취재 결과 해당 병원 의사들은 “머리를 좋아지게 하는 주사가 분명한 효능을 가지고 있으며, 맞게 되면 빠른 효과를 얻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A병원 관계자는 “총명 주사를 맞으면 하루 이틀 내에 뇌 기능이 향상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다만 사람마다 차이가 있기 때문에 3회에서 5회까지 맞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B병원 관계자 또한 “개인차가 있어 상담 후 주사를 몇 번 맞을지 정해야 한다. 집중력 강화 주사를 맞게 되면 기억력 및 집중력을 향상시킬 수 있기 때문에 학습능력이 향상된다. 또 뇌세포 및 신경세포 보호 역할도 한다”고 말했다.

C병원 관계자는 “한 번 맞아서는 효과가 미미하다. 10회 정도를 한 세트로 해서 많이들 맞고 있다. 시험을 대비하는 학생들부터 취업준비생들까지 대상은 다양하다. 맞게 되면 확실히 집중력 상승 효과를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반해 전문가들은 ‘머리를 좋아지게 하는 주사’가 집중력이나 학습능력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대한의사협회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수액으로 특정 성분을 주입한다고 해서 집중력이 좋아진다는 의학적 근거는 없다. 오히려 이 수액은 면역력이 떨어졌을 때 맞는 ‘칵테일 주사’와 크게 다르지 않다. 과학적 근거가 충분하지 않은데도 주사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데 굳이 비용을 들여 맞을 필요는 없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해당 주사의 성분에 대해서도 회의적이다. ‘머리를 좋아지게 하는 주사’의 주성분은 혈액 순환에 도움이 되는 은행잎 추출물 ‘진코민’과, 피로 회복을 도와주는 ‘항산화제’나 ‘미네랄 성분’, ‘고농축 비타민 C’다. 병원에 따라서는 마늘수액, 아미노산 등을 섞어 주사하는 곳도 있다.

이와 관련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 관계자는 “소위 총명주사에 함유된 성분들은 '총명'과는 상관없는 성분이다. 예를 들어 ‘진코민’의 경우 말초혈액순환에 효과가 있다고 입증돼 치매를 예방하는 성분으로 쓰이기도 한다. 그러나 중요한 점은 이 효과가 혈액순환 장애가 있는 사람에 한정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혈액순환에 문제가 없는 건강한 학생들에게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그런 주사를 맞는 것보다 운동장을 뛰게 하는 것이 정신 건강에 도움이 된다”라고 말했다.

주사의 가격도 문제다. 머리 좋아지는 주사는 1회 최소 5만원에서 12만원이다. 다른 성분이 가미되면 가격은 껑충 뛴다. 한번 주사로는 효과가 없다고 하니 최소 10회 맞는다고 가정하면 비용은 어지간한 월급쟁이 가정에서는 감당하기 어렵다.

이런 비싼 주사를 맞아야 하나. 과열된 입시에 학부모들의 경쟁 심리를 겨냥한 상술 차원 아닐까.

취재를 마칠 즈음 그런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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