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4월 26일 청와대에서 열린 언론사 편집·보도국장 초청 오찬간담회에 참석, 김영란법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사진제공 = 뉴시스>

[월요신문 유은영 기자] 지난 4월 26일, 박근혜대통령은 언론사 편집 보도국장 간담회에서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에 대해 언급했다. 동 법이 내수를 침체시킬 우려가 있고, 따라서 시행령에서 이를 보완할 방법을 찾고 있음을 내비친 것. 이에 대해 안철수 국민의당 공동대표는 당선인 워크숍에서 “김영란법을 내수와 연결하기보다 오히려 원칙적인 부분에서 말하는게 맞다. 김영란법이 헌법재판소에 가 있는데 그 결과를 보고 판단해야 한다”고 말하며 박대통령의 김영란법의 접근 방식에 대해 비판했다.

김영란법 수정과 내수 증진, 과연 일리 있는 말일까? 이에 대한 해답은 국민권익위원회의 입장에서 찾아진다.

김영란법 제정 당시 위원회 의사록을 살펴보면 내수에 대한 우려는 법 제정시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지는 않다. 김영란법의 내수 타격 우려와 관련한 내용은 제331회 제6차 법제사법위원회 회의(2015년 3월 3일)에서만 간략하게 드러나고 있을 뿐이다. 당시 새누리당 김도읍 의원은 “이게 서민경제에 미치는 영향, 특히 농민, 어민, 유통업에 종사하는, 트럭 운전하시는 분들 이런 분들게 상당한 지장 또는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지적하며 민간영역까지 이 법을 확대하는 것이 옳으냐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새누리당 이한성 의원 역시 “이 법을 이렇게 엄정하게 해놨다가 혹시 국민의 일상생활을 너무 경직되게 하는 것은 아닌지. 또 자영업자들의, 서민들의 음식점 경영하고 또 화환, 화훼 판매업하는 분들의 영업은 위축되지 않을지 걱정이 든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에 대해 이성보 당시 국민권익위원장은 “서민경제가 아마 단기적으로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그만큼 어떤 의미에서 보면 역설적으로 지금 현재 청탁을 하고 음식을 접대받고 하는 것이 우리 사회에 만연이 돼 있기 때문에 그걸 끊으면 타격을 받겠지만 종국적으로는 이 법이 정착되면 우리 사회의 여러 가지 나쁜 관행들을 없앰으로써 경제에는 큰 플러스 효과가 될 것이다”라고 답했다.

애초 김영란법 제정과 관련하여 논란이 된 부분은 내수가 아닌 ‘부정청탁’과 관련한 해석부분이었다. ‘부정청탁’의 내용 및 처벌과 관련하여 당시 논란이 된 부분은 크게 4 가지이다. ▲청탁금지조항 중 ‘부정청탁’, ‘법령’, ‘사회상규’의 의미가 불명확하여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에 위배되는가. ▲공직자등이 수수할 수 있는 사례금 및 경조사비 가액을 대통령령에 위임한 것이 ‘포괄위임금지원칙’에 위배되는가. ▲사립학교 및 언론사를 ‘공공기관’으로 정의한 것이 평등권 등 기본권을 침해하는가. ▲배우자가 금품을 받은 사실을 안 경우 그 사실을 신고하도록 하고 미 신고시 형벌 또는 과태료를 부과하게 한 것이 자기책임의 원리를 위배하는지 여부 등이다. 현재 이와 관련한 내용은 헌법재판소의 판단(2015헌마236·412·662·673 병합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호 마목 등 위헌확인 등)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김영란법은 공직자등의 공정한 직무수행을 보장하고 공공기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확보하려는 목적으로 2015년 3월 27일 공포되었다. 부정청탁 관행을 근절하고, 공직자등의 금품등의 수수행위를 직무관련성 또는 대가성이 없는 경우에도 제재가 가능하도록 한 것이다.

우선 부정청탁 관행을 금지하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누구든지 직접 또는 제3자를 통하여 직무를 수행하는 공직자등에게 부정청탁을 하지 못하도록 하였다. 부정청탁을 받은 공직자등이 거절하는 의사를 명확히 표시한 후에도 부정청탁이 계속되는 경우에는 소속기관장에게 신고하도록 하였다. 또 제3자를 위하여 부정청탁을 한 자 또는 제3자를 통하여 부정청탁을 한 자에 대하여 과태료를 부과하고, 공직자등이 부정청탁을 받고 그에 따라 직무를 수행한 경우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였다(법 제5조-제7조, 제22조 제2항 및 제23조 제1항-3항).

또 공직자등의 금품등 수수행위가 직무관련성 또는 대가성이 없더라도 처벌이 가능하도록 하였다. 공직자등이 직무관련 여부 및 기부, 후원, 증여 등 그 명목과 관계없이 동일인으로부터 1회에 100만원 또는 매 회계연도에 3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 등을 받은 경우에는 3년 이하의 징역 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직무와 관련하여 대가성 여부를 불문하고 1회에 100만원 또는 매 회계연도에 300만원 이하의 금품등을 받은 경우에는 해당금품등 가액의 2배 이상 5배 이하에 상당하는 금액의 과태료를 부과하게 하였다(법 제8조, 제22조 제1항 및 제23조 제5항).

동 법률은 2016년 9월 28일 시행예정이다. 앞서 박대통령은 ‘시행령’에서 법을 보완할 뜻을 내비쳤다. 김영란법의 ‘수수 금지 금품’, ‘외부강의 등의 사례금 수수 제한’, ‘수수 금지 금품등의 신고 및 처리’ 등의 구체적 내용은 대통령령으로 정할 수 있도록 위임되어있다. 특히 문제는 8조 제3항 제2호 ‘원활한 직무수행 또는 사교, 의례 또는 부조의 목적으로 제공되는 음식물, 경조사비, 선물 등으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가액 범위 안의 금품 등’의 범위와 관련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살펴본 내수진작과 관련하여 ‘음식물, 경조사비, 선물’의 범위를 얼마로 정할 것인지, 또 품목은 어떻게 정할 것인지가 관건이다.

현재 국민권익위원회 등 공무원 행동강령에 따르면 직무수행상 부득이한 경우 통상적인 관례에 한하여 제공되는 음식물 또는 통신, 교통 등의 편의 금액은 3만원 한도이다. 경조사와 관련한 경조금품의 한도는 5만원으로 설정되어 있다. 김영란법 시행령의 허용 한도 금액은 식사는 5-7만원, 경조사비는 10원대 등 기존의 공무원 행동강령 수준보다 높은 한도가 정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금액을 너무 낮게 잡으면 명절 농축산물 선물 등에 영향을 불러와 내수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다만 지나친 한도 완화는 김영란법 자체의 목적을 훼손시킨다는 입장도 있어 입법에 따른 진통이 예상된다.

 

저작권자 © 월요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