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제공=뉴시스>

[월요신문 허인회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일부터 이란 순방에 나섰다. 박 대통령은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하메네이 최고지도자 면담 등을 이어가며 광폭 외교 행보를 보이고 있다.

결과물도 속속 나왔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66개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것. 분야별로 보면 ▲철도·도로·공항·수자원 관리 인프라 사업 ▲석유·가스·전력 등 에너지 재건 사업 ▲보건·의료·문화·ICT 등의 고부가가치 분야 등이다. 금액으로 따지면 371억 달러(약 42조 원)에 달한다. 여기에 일부 프로젝트까지 감안하면 최대 456억 달러(약 52조 원)로 늘어난다. 가히 ‘이란 특수’라 말해도 될 정도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 성과에 거품이 끼어 있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 법적 구속력이 있는 성과는 가계약 2건(이스파한·아와즈 철도 사업, 박티아리 수력발전)과 일괄 정부계약(GA·government agreement) 1건, 업무협력 합의각서(HOA) 3건 등 6건에 불과하며 나머지는 대부분 MOU이기 때문이다. MOU는 정식 계약에 앞서 쌍방의 의견을 조율하고 확인하는 예비적 합의 절차이며, 법적 구속력은 없다.

반면 이번 성과를 높이 평가하는 쪽은 MOU 중 10%(4~5조원)만 본계약으로 이어져도 4~5조원대에 달해 ‘성공적’이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정식 계약이 되더라도 산 넘어 산이라는 의견이다. 주요 이유 중 하나로 달러화 결제가 여전히 금지된 때문이다. 미국은 경제 제재를 풀면서도 이란에 여전히 달러 결제를 허용하고 있지 않다.

자금조달 문제도 넘어야 할 산이다. 현재 이란 정부는 “외국 기업이 이란에 투자하려면 알아서 자금을 구해오라”는 입장이다. 대부분의 프로젝트가 민자 방식이라 건설 후 짧게는 7년, 길게는 20년에 걸쳐 투자금을 회수해야 하는데 이에 따른 리스크는 한국기업의 부담으로 작용한다.

이란이 기회의 땅인 것은 분명하다. 이란은 전 세계 매장량의 10%에 해당하는 원유와 전 세계 매장량의 16%를 차지하는 천연가스를 보유한 에너지 부국이다. 인구는 8천만명에 달하며, 주변 중동국가들과 달리 상대적으로 발달한 농업, 제조업 기반의 산업 구조를 갖춰 매력적인 시장임에 틀림없다.

대(對) 이란 외교전에서 돋보인 나라는 프랑스다. 프랑스는 한국과 달리 실속 있는 성과를 거뒀다. 이란을 상대로 에어버스 항공기 118대를 구매하는 계약을 체결한 것. 금액으로 250억 달러(30조1500억 원)에 달한다.

프랑스에 앞서 이란의 환심을 산 국가가 있다. 중국이다. 중국은 이란이 경제제재에 손발이 묶여있을 때부터 꾸준히 교역하며 돈독한 관계를 유지했다. 그 결과 2012년부터 2014년까지 이란의 대중국 수출액은 52억 달러에서 87억 달러로 늘었고, 중국의 대이란 수출액도 같은 기간 77억 달러에서 93억 달러로 증가했다.

지난 1월 있었던 시진핑 주석의 이란 방문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시 주석은 로하니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경제·산업·문화·법률 등 각 분야에서 총 17개의 MOU를 체결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정상회담에서 맺은 MOU 66개보다 수는 적지만 질적인 면에서 압도적이다. 중국-이란이 맺은 MOU를 살펴보면 양국 간 교역 규모가 2014년 기준 연 520억 달러(약 62조원)에서 10년 이내 6000억 달러(약 720조원)로 열배 이상 늘리기로 했다.

시진핑 주석의 대 이란 외교 특징은 ‘백년대계’다. ‘이란 시장’을 노리고 단기간 성과에 집착하는 나라와 달리 심모원려의 포석을 둔다. 실제로 시 주석은 이란 방문 때 선물을 안겼다.

이란을 포함한 중동 지역 평화를 위해 총 550억 달러(약 66조 원) 이 자금 지원을 약속한 것. 시 주석은 이와 별도로 팔레스타인인들의 삶을 개선하는 데 5000만 위안(약 91억 원), 시리아·요르단·레바논·리비아·예멘에 2억3000만 위안(약 417억 원)의 인도적 지원 계획도 밝혔다.

중국정부의 이런 노력은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다. 최근 카타르·아랍에미레이트(UAE)를 비롯한 중동 국가들이 중국·홍콩과 거래시 위안화 결제 비중을 크게 늘리고 있기 때문. UAE의 위안화 결제 비중은 2014년 69%에서 2015년 74%로 증가했다. 카타르의 경우, 같은 기간 위안화 결제 비중이 29%에서 60%로 급증했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이 없다”는 속담이 있다. 박근혜대통령의 이란 방문이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려면 내실 있는 후속 조치가 필요하다. 이명박 정부는 자원외교 등 총 96건의 MOU를 맺었지만 본 계약으로 이행된 건 16건에 그쳤고 그마저도 ‘득’보다 ‘실’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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