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신문 허창수 기자] “지난 10년간 중국의 부채는 매우 빠르게 증가했다. 중국 정부가 높은 성장률을 고수할수록 부채 규모는 더 커지게 될 것이다. 단기간에 부채가 폭증한 나라치고 금융위기를 피해 간 사례는 없었다. 중국 역시 이러한 법칙에서 예외가 아니다. 중국의 부채문제가 금융위기로 이어지는 건 시간문제다.”

위는 지난 7일 영국 경제전문지 이코노미스트가 중국의 부채 문제를 분석한 글 중 한 대목이다.

이코노미스트 뿐 아니라 해외 여러 언론들도 중국 부채문제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보도를 잇달아 발표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 4월 7일 중국이 금융위기를 촉발하는 임계점인 ‘민스키 모멘트(Minsky moment)’에 몰렸다고 보도했다. 중국이 현재 금융위기 직전 단계라는 것이다.

최근 IMF도 “중국을 중심으로 GDP 대비 기업부채가 빠른 속도로 늘어나면서 세계경제 위험요인으로 작용할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부채보다 민간부채가 더 위험

2000년대 들어 중국 부채는 빠르게 증가해왔다. 국제결제은행(BIS) 자료에 따르면, 2001년 123%였던 중국의 GDP 대비 총부채 비율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에는 162%로 늘어났고 이후 부채 증가 속도는 더 빨라져 2015년에는 250%를 넘어섰다. 

<자료출처=이코노미스트>

문제가 되는 것은 민간부채다. 2015년 9월말 기준 중국의 정부부채는 GDP 대비 43%인 반면 금융기관을 제외한 민간부채는 205%로 GDP의 두 배를 넘어섰다. 이는 21조5,000억달러(2경4,994조원)에 달하는 규모로 1989년 거품붕괴 직전 일본의 GDP 대비 부채수준(200%)을 넘어섰다.

중국의 부채 규모가 급증한 근본 원인은 장기간에 걸친 경기부양정책으로 인한 공급과잉에서 찾을 수 있다. 지난 10년간 중국은 연평균 10%대의 높은 성장세를 보였다. 1990년대 세계 최대 소비국이자 산업국인 미국 경제의 고성장 역시 중국의 고성장과 중국 정부의 투자확대 정책을 가속화시켰다.

이후 2008년 금융위기가 발생하면서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미국의 소비세가 감소하면서 미국 내 중국산 제품의 수요도 감소했다. 중국산 제품의 가격 상승 압력도 높아졌다. 중국의 최대 수출국인 유럽마저 저성장의 늪에 빠졌다. 이런 해외발 악재가 부메랑으로 돌아와 중국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

중국 은행의 부실과 ‘그림자 금융’의 급증

중국 은행의 부실도 심각해지고 있다. 지난해 3분기 중국 시중은행의 순이익 증가율은 3.6%로 2012년 1분기 23.7%에서 20.1%포인트 대폭 하락했다. 예대마진 등을 포함한 순이자 마진도 같은 기간 2.53%로 0.23%포인트 감소했다.

중국 은행의 수익성이 악화된 근본 원인은 저금리에 있다. 세계적인 저금리 기조에 따라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하면서 시중은행의 예대마진 수익성이 줄어든 것. 여기에 2013년 7월 대출금리 자유화 조치와 2015년 10월 예금금리 자유화로 인해 은행 간 경쟁이 치열해진 것도 수익성 악화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대손충당금이 증가한 것도 중국 은행의 부실을 키웠다. 2015년 중국 은행의 무수익여신(NPL) 규모는 1.3조 위안으로 2년 사이 2배 증가했다. 무수익여신이란 부실대출금과 부실지급보증금을 합친 개념으로 금융기관이 빌려준 돈을 회수할 가능성이 없게 된 부실채권을 의미한다.

중국 은행의 NPL 비율은 약 1.6%로 OECD국가 평균(3.55%)에 비해 낮은 편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중국은 국유기업과 정부정책사업 관련 대출은 분류등급이 하락해도 손실로 잡지 않는 경향이 있어 실제 NPL 비율은 훨씬 높다”고 지적한다. 골드만삭스는 중국의 잠재적인 NPL 비율을 약 9%로 추산한 바 있고, 하이먼 캐피털의 창립자 카일 배스는 “중국 은행이 부실채권으로 10% 가량의 자산 손실을 볼 것”이라고 경고했다.

<자료출처=이코노미스트>

은행의 영업 방식도 문제였다. 중국 정부가 경제성장을 위해 장기간 저금리 정책을 시행함에 따라 은행들이 수익성 개선을 위해 고수익 상품 판매에 나섰기 때문이다. 은행들은 단기성 예금으로 장기 고수익 대출상품을 판매하거나 고수익 금융상품에 투자했다. 특히 지난해 6월 중소기업 자금난 해소를 위해 ‘예대비율(예금 잔액 대비 대출 비율) 75% 제한 규정’이 폐지된 이후 은행들이 앞 다퉈 대출을 늘린 결과 중국 은행의 예대비율은 100% 가까이 증가했다.

현재 중국 기업들의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고 향후 전망이 밝지 않은 점도 중국 은행 부실에 대한 우려를 높이고 있다. 지난해 중국 내 500대 기업 중 11.4%(57개)가 영업 손실을 기록해 2014년의 8.6%(43개)에서 2.8% 늘어났다. 현재 중국 정부가 구조조정을 시작한 단계임을 감안하면 중국 기업들의 영업 이익은 제자리 수 내지 더 감소할 소지가 있다.

<자료출처=이코노미스트>

그림자 금융(shadow banking system)의 급증 또한 중국 금융상황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그림자 금융은 은행과 유사한 기능을 하면서도 엄격한 건전성 규제를 받지 않는 금융회사와 금융상품을 말한다. 투자은행, 헤지펀드, 구조화투자회사(SIV) 등의 금융기관과 머니마켓펀드(MMF), 환매조건부채권(RP), 자산유동화증권(ABS) 등의 금융상품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이코노미스트 분석에 따르면 중국의 그림자 금융 규모는 지속적으로 증가해 지난해 40조 위안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지난해 중국 GDP(66조5천억위안)의 60%에 달하는 규모다. 반면 2000년대 초까지만 해도 대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던 은행의 비중은 현재 3/5으로 줄었다.

전문가들은 그림자 금융의 증가가 중국 금융 시스템에 큰 위협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그림자 금융이 운용하는 상품은 대부분 당국의 규제를 피해 리스크가 높은 부문에 투자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실제로 그림자 금융이 약속하는 고수익은 부실기업에 대한 고리(高利) 대출로 연결된 경우가 많다.

그림자 금융은 대차대조표상의 대출을 투자 항목으로 이전하는 등 복잡한 회계기법을 활용하기 때문에 부실대출이 외부로 쉽게 드러나지 않는다. 따라서 그림자금융과 연결된 기업이 부실에 빠질 경우 중국 금융 시장의 충격은 불가피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중국의 부채문제가 금융위기로 이어지는 일은 없을 것”으로 전망하는 낙관론도 있다. 이러한 낙관론의 근거는 △ 현재 중국 은행의 자기자본비율(BIS)이 13% 수준으로 국제 기준 8%를 상회한다는 점 △ 외환보유고도 3조2,000억달러 이상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 △ 부실대출 처리를 위해 적립하는 대손충당금 비율도 1~2년 전(300%)에 비해 120~150%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 등이다.

중국의 부채가 금융위기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은 중국 경제운용 방식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중국 부채에 긍정적인 한 전문가는 “중국 금융시장은 시장주도가 아니라 정부주도적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같은 현상은 나타나지 않을 것이다. 중국 당국은 부채문제를 잘 인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해결할 능력도 있다. 중국 당국은 자국의 금융위기를 결코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다수의 전문가들은 지난 7일 이코노미스트가 내린 결론이 더 큰 설득력이 있다고 말한다.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이 부채문제에 대한 인식을 늦출수록 후폭풍은 더 심각해질 것이다. 심각한 사태를 피하려면 중국 정부가 무리한 경기부양이나 경제성장률에 집착하는 대신 부채 증가를 막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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