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신문 김미화 기자] 국세청이 들으면 귀가 번쩍 뜨일 세금 징수 수단이 있다. ‘Tax Shaming’이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인도 테인시가 시도한 창의적인 세금 추징 방법을 소개했다.

WSJ 보도에 따르면, 테인 시 부동산 개발업자 A씨는 세금을 내라는 요구를 5년 동안 무시했다. 이에 테인 시 세금 징수과 직원은 4명의 북 치는 소년을 앞세우고 A씨 집 앞에서 북을 연주했다. 연주곡이 울려 퍼지자 동네사람들은 구경을 나왔다. 창피를 느낀 A씨는 집에서 나와 세금 945달러를 즉시 납부했다.

이 방법은 효력이 있었다. 또 다른 체납자는 북 연주단이 도착하기 전에 세금을 자진 납부했다. 이웃의 평판을 소중하게 여기는 인도의 풍습을 세무당국이 적절히 활용한 것이다.

지금까지 인도의 Tax Shaming 효과는 긍정적이다. 테인 시는 처음엔 체납자 명단을 웹사이트를 통해 공개했지만 효과가 없자 Tax Shaming 수법을 쓴 것. 이로 인해 체납 징수율이 20% 올랐다.

이와 관련 인도의 심리학자 아시스 난디는 “인도는 공동체를 기반으로 하는 사회다. 핵가족, 개인주의 같은 가치는 아직 스며들지 않은 곳이 많다. 다른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특히 이웃에 내가 어떻게 비치는지가 무척 중요하다. Tax Shaming은 인도 사회의 특성을 정확히 간파한 방안이다”라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이런 충격요법도 익숙해지면 효과가 사라질 것이라는 회의적인 의견도 있다. 이에 대비해 테인 시는 또 다른 징수 방법을 고안했다. 인도에서 남성도 여성도 아닌 제3의 성으로 인정받는 히즈라를 동원해 체납자를 조롱하는 춤을 추게 하는 것이다. 이것도 Tax Shaming 수법에 속한다.

Tax Shaming 방법을 사용한 나라는 인도뿐만이 아니다.

영국의 한 지방 세무당국은 자존심을 건드리는 편지’를 체납자에게 보낸다. 편지 내용은 "당신만 빼고 당신 마을 사람들은 이미 다 세금을 냈다"로 부끄러움을 느끼게 만든다. 그 결과 체납자의 납부율은 20% 올랐다.

미국은 고액의 상습 세금 체납자에 한해 명단을 공개하는 방법을 택하고 있다. 이에 따라 10만 달러 이상 체납자는 개인과 법인을 막론하고 이름과 주소, 체납액이 상세히 공개돼 여론 재판을 피할 수 없다.

예를 들어 사우스캐롤라이나 주는 ‘채무자 코너’, 위스콘신 주는 ‘수치의 웹사이트’를 통해 체납자를 공개적으로 망신을 줬다. 이 방식은 제법 효과를 봤다. 조지아 주는 이 사이트를 개설한 이후 1960만달러(약 227억원)의 체납 세금을 받아냈고, 콜로라도 주 웹사이트는 1100만달러(약 127억원)를 받아냈다.

Tax Shaming 방법은 호주에도 이뤄지고 있다. 호주의 뉴사우스웨일스 주는 마을 주민의 세금 납부 사실을 모두에게 알린다. 주민들은 체납보다 망신당하기 싫어 꼬박꼬박 세금을 낸다.

우리나라도 Tax Shaming의 일환으로 체납자 명단을 공개하고 있다. 2004년부터 시행된 이 제도는 당초 체납액 10억원 이상만 공개됐으나 2010년 7억원에 이어 2012년부터는 체납기간 1년 경과에 체납액 5억원 이상으로 확대됐다.

공개 방식은 국세청 홈페이지와 관보, 세무서 게시판 등에 체납자의 이름과 상호, 나이, 직업체납 내역을 세부적으로 밝히고 있다.

효과는 쏠쏠하다. 명단을 공개한 뒤 세금 체납자들로부터 징수한 세금은 2010년 303억원, 2011년 577억원, 2012년 723억원, 2013년 899억원 등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해에는 1178억원의 체납 세금을 현금으로 거둬들였다.

명단 공개 방식이 ‘제한적’이라는 지적도 있다. 지난 1월 발표된 ‘2015년 국세통계연보’에 따르면 지난해 거둬들인 체납 세금액은 역대 최고였으나 전체 체납액 4조1854억원의 2.8%에 불과했다.

지방세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12월 한국 지방세연구원의 ‘명단공개제도 개선방안’ 보고서는 대전시의 2014년 사례를 들어, 시 당국이 체납자의 재산을 찾아내 압류하는 등 강제 징수한 것 외에 명단 공개를 이유로 스스로 납부한 적은 단 한 건도 없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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