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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미국대륙 삼키나
도널드 트럼프의 지지율이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월요신문 허인회 기자] 도널드 트럼프는 미국 대선에서 태풍의 눈이다. 트럼프가 공화당 대선 후보로 사실상 확정된 후 지지율 상승세도 심상찮다. 로이터통신이 지난 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트럼프는 지지율 40%를 기록, 41%의 민주당 힐러리 후보를 1%p 차이로 좁혔다. 트럼프가 그동안의 여론조사에서 힐러리에게 10%p 안팎으로 뒤진데 비하면 놀라운 상승세다. 이는 트럼프의 인기가 식지 않았음을 반증한다.

트럼프는 경선 기간 내내 여성 비하·인종 차별 등 온갖 막말을 쏟아냈다. 미국 주류 언론들은 이런 트럼프에게 호의적이지 않다. 워싱턴포스트 등 진보 성향의 언론은 물론이고 폭스 등 보수 성향 언론마저 트럼프에 대해 고개를 젓는다. 현재 트럼프 지지를 선언한 미국 언론사는 뉴욕포스트 등 3곳에 불과하고 뉴욕타임스를 비롯한 대부분의 언론사는 힐러리 클린턴 후보를 지지하고 있다. 트럼프는 그러나 전혀 개의치 않는다. 공화당 후보로 확정된 뒤에도 막말은 여전하고 지지자들은 그의 일거수일투족에 열광한다. 트럼프의 힘의 원천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먼저 트럼프에 관해 초보적인 정보부터 알아보자.

도널드 트럼프는 1946년 뉴욕에서 태어났다. 한국 나이로 70세의 노인이다. 트럼프의 조부는 독일 이민자 출신이고 부친은 뉴욕의 부동산 부호 프레드 트럼프다. 넷째 아들로 태어날 당시 트럼프는 금수저에 속했다.

그의 망나니 기질은 소싯적부터 싹을 보였다. 중학교 중퇴가 그 증거다. 학습능력이 뛰어나 중퇴한 것이 아니고 품행에 문제가 있어 쫓겨났다는 미국 언론의 보도가 있다. 이후 군사학교를 다녔다는 보도도 있는 만큼 학벌은 내세울게 못 된다.

트럼프가 경선에 뛰어들었을 당시 지지율은 5% 이하로 매우 낮은 편이었다. 후원금도 턱없이 부족했다. 미국 대통령 선거는 금융계, 기업, 노조 등으로부터 지원을 받아야 선거를 치를 수 있다. 트럼프는 그러나 전통적인 선거 방식을 무시했다. 처음부터 철저히 네거티브 전략을 구사했다. 숱한 화제를 모은 막말이 터져 나온 것도 이때부터다. 멕시코 국경을 봉쇄하겠다거나 유세도중 기자들을 향해 “저 놈들은 완전히 인간쓰레기다”라는 말을 내뱉거나 힐러리에 대해 “지 남편도 만족시키지 못하면서 어떻게 미국을 만족시키나”라고 한 발언은 대표적인 예다.

미국 언론과 지식인들은 트럼프의 이런 발언이 상식에서 벗어난 것이라며 비판한다. 미국 국내 뿐 아니라 세계 각국의 언론도 트럼프의 비이성적인 언행을 비판한다. 멕시코를 방문한 프란치스코 교황도 트럼프의 국경봉쇄 발언에 대해 평가 절하했다. 비판하지 않는 사람도 있다. 트럼프 지지자들이다. 지지자들은 트럼프의 막말을 자신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효자손’으로 인식하고 있다. 그리고 그 배경에 소득 감소와 양극화 현상이 있다.

미국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사회적으로 큰 변환기를 맞았다. 바로 중산층의 몰락이다. 파이낸셜타임즈의 12일자 보도에 따르면 1999년부터 2014년 동안 미국인 3/4의 평균 가계 소득이 감소했다. 229개의 도시 지역 중 203개에서 중산층 비중이 줄어들었고, 상위 소득 인구 비중과 하위 소득 인구 비중의 격차가 점점 커지고 있다.

금융위기 직후 10%까지 치솟았던 실업률은 현재 5~6%로 유지되고 있고 일자리도 늘고 있지만 오히려 불만을 나타내는 미국인들이 많다. 양질의 일자리가 사라졌다고 믿는 탓이다. 실제로 오바마 정부 들어 늘어난 일자리는 1450만개고 그 중 600만개는 비정규직이다.

FTA 확대, 불법이민으로 인한 값싼 노동력 유입도 불만 요소다. 일자리를 빼앗긴다고 여기는 때문이다.

트럼프는 바로 이 부분을 집중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그는 미국과 멕시코 국경에 콘크리트 장벽을 설치해 불법 이민을 막고 불법 체류자를 추방하겠다고 공약했다. 이 공약이 다른 사람에게는 막말로 비치겠지만 일자리가 없어 고민하는 미국인에겐 시원한 단비다.

트럼프는 빌 클린턴 대통령 시절 체결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도 맹비난했다. 트럼프는 FTA를 전면 재검토해 무역 불균형을 해소하겠다는 공약도 내걸었다.

지금까지 그가 제안한 공약은 세계경제 흐름에 역행하거나 실현가능성이 낮은 편이다. 그럼에도 미국인들이 트럼프에게 열광하는 이유는 수십 년 간 사업을 하며 보여준 ‘성공 신화’에 대한 기대심리 때문이다. 이는 2007년 한국 대선 때 이명박 후보에게 큰 기대를 건 지지자들의 심리와 닮은꼴이다. 당시 이명박 후보는 저서 <신화는 없다>를 통해 성공한 기업인으로 평가받고 있었고, 다수 한국인들은 어려운 경제를 살려줄 적임자로 그를 꼽았다.

트럼프의 상식 밖 막말이 치밀하게 계산된 선거 전략이라는 분석도 있다. 최근 트럼프 지지 입장을 밝힌 스카이브리지캐피털의 앤서니 스카라무치 회장은 “트럼프의 황당 발언은 정치권과 학계, 고급 살롱을 들락거리는 속물 부자를 포함해 기득권을 통째로 흔들고 있다. 이를 보면서 중산층과 하층민들이 기뻐하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의 선거전략 역시 기성 정치에 대한 환멸을 극대화시켜 반사이익을 꾀하는 것이다. 금융위기로 중산층이 붕괴되고 테러로 국가 안보가 위협을 받는 상황에서 부시, 오바마 정부는 그 어느 것도 제대로 지켜내지 못했다는 것이 트럼프 지지자들의 불만이다. 이 불만은 트럼프 지자들에 국한되지 않는다. 샌더스 지지자들도 기성정치 타도를 외치고 있다.

이런 분위기는 여론조사에서 확인된다. 지난 10일 웨스트버지니아 경선에 대한 CBS 방송의 출구조사 결과 샌더스 지지자 중 44%가 “11월 8일 본선에 샌더스가 나오지 않으면 트럼프를 지지하겠다”라고 응답했다.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을 지지하겠다고 한 샌더스 지지자는 23%에 불과했다.

반 트럼프 대열도 확산되고 있다. 최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무지는 미덕이 아니다”고 간접 비판한데 이어 “공화당도 자신들의 후보를 자질이 부족한 사람으로 여기고 있다”고 발언 수위를 높였다.

마이클 헤이든 전 국가안보국장은 “트럼프의 멕시코 국경 봉쇄 공약은 법적으로 가능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도덕적으로도 부끄러운 일”이라고 비판했다. 공화당 내에서도 트럼프를 성토하는 이들이 남아 있다. 피터 킹(공화·뉴욕) 하원의원은 16일 “트럼프의 국가안보 정책이 전혀 현실적이지 않다. 특히 주한미군 철수 등 아시아 정책은 이치에 맞지 않다”고 공개 비판했다.

트럼프는 오불관언이다. 상대가 오바마든 누구든 특유의 막말로 맞받아친다. 대선까지 마이웨이 하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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