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묻지마 살인 사건' 피해자 여성을 추모하는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는 서울 강남역 10번 출구의 모습. <사진제공=뉴시스>

[월요신문 허인회 기자] 지난 17일 강남역 근처 공용화장실에서 ‘묻지마 살인사건’이 발생하면서 시민들의 불안감이 점차 커지고 있다. 반경 1km안에 파출소가 2곳이 있으며, CCTV가 다수 설치된 도심 한복판에서 끔찍한 사건이 발생했기 때문.

일각에서는 범인 김씨의 “항상 여성들에게 무시당했다”는 발언에 근거해 여성혐오가 이번 사건의 동기인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여성혐오를 너무 강조하는 것은 이 사건의 본말이 전도될 수 있는 위험성이 있다”며 범인 진술 하나로 사건을 단정 짓는 것을 경계했다. 다른 범죄 전문가들도 이 사건을 여성혐오가 아닌 ‘묻지마 범죄’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의 ‘묻지마 범죄자의 특성 이해 및 대응방안 연구(2014)’에 따르면 가해자 성별은 남성이 97.9%로 압도적이었다. 이들의 범행 동기는 ‘환각, 망상’(26.5%)에 이어 ‘재미, 자기과시, 이유 없음’(25%), ‘분풀이, 스트레스 해소’(23.5%) 순이었다.

묻지마 범죄의 피해자가 남녀 구분이 없는 점도 특징이다. 형사정책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전체 피해자 92명 중 남성이 49명, 여성이 43명으로 나타났기 때문. 묻지마 범죄가 성별에 상관없이 누구나 당할 수 있다는 의미다.

묻지마 범죄 발생 계절과 시간대는 여름(40%)이 가장 많고, 시각은 밤 10시부터 새벽 4시(36.2%) 사이에 가장 많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장소는 노상이 48.9%, 실내 및 주택단지가 38.3%로 나타났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윤정숙 박사는 ‘묻지마 범죄자’의 유형으로 ▲현실불만형 ▲정신장애형 ▲만성분노형 등 크게 3가지로 분류하고, 범죄 예방을 위해선 유형별로 대응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현실불만형 범죄자의 경우, 어린 시절 겪은 학대가 트라우마로 작용해 묻지마 범죄로 이어지는 수가 많다. 일종의 방어기제로 타인에 대한 적대감을 키우다가 한순간 폭발하는 경향이 있다. 윤 박사는 “이 유형은 상대적으로 폭력성이 낮고 재활의 여지가 있다는 점에서 구제가 체계적으로 이뤄진다면 범죄 예방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예를 들어 지역사회의 정신보건센터, 의료기관 등이 적극적으로 나서 ‘은둔형 외톨이’나, 극단적 불만형을 찾아내 치료하는 식이다.

‘만성분노형’은 가장 위험한 범죄자군에 속한다. 전문가들은 “묻지마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영국의 MAPPA 같은 고위험군 범죄자에 대한 체계적 관리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영국의 MAPPA(Multi Agency Public Protection Arrangements)제도는 범죄자를 레벨1,2,3로 나눠 지속적으로 위험성 평가를 한다. 이 정보를 경찰, 교도소, 보호관찰기관과 유기적으로 공유하고 협력해 재범률을 감소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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