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가구 증가율. <자료제공=통계청,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

[월요신문 김미화 기자] 나홀로 가구가 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1인 가구는 2000년 222만 가구에서 2015년 506만 가구로 지난 10년 동안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전체 가구에서 1인 가구가 차지하는 비중도 2000년 15.5%에서 2010년 23.9%까지 확대됐다. 이러한 증가세는 2035년까지 지속돼 2035년에는 763만 가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1인 가구는 혼자 산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그 배경은 각각 다르다. 기러기 가족, 가족 해체로 인한 독신, 홀몸 노인 증가 등의 요인도 있지만 세태에 따른 이유도 있다. 여성의 경우, 경제활동이 늘고 결혼관 변화에 따라 비혼·만혼이 많아진 때문이다.

서울연구원 글로벌미래연구센터는 ‘혼자’가 된 원인에 따라 1인 가구를 ▲골드족 ▲산업예비군 ▲불안한 독신자 ▲실버세대 등 4가지 유형으로 분류했다.

골드족은 자발적으로 나홀로 생활을 즐기는 부류를 일컫는다. 골드족 대다수는 대졸 이상의 학력에 전문직 종사자이며, 월평균 소득이 350만원을 넘는다.

골드족을 제외한 나머지 부류는 어쩔 수 없이 1인 가구가 된 경우다. 산업예비군은 직업을 갖지 못한 20∼30대 취업 준비생 또는 비정규직 집단이며, 불안한 독신자는 중장년층 이혼율 증가, 기러기 가족 증가, 명퇴 등으로 인해 발생한 구다. 실버세대는 고령화와 남녀 평균수명의 차이에 따라 발생한 1인 가구다.

1인 가구가 늘다보니 경제 현상도 달라졌다. 1인 가구는 ‘솔로 이코노미(Solo Economy)’라는 용어가 생길 만큼 ‘소비 객체’에서 ‘소비 주체’로 바뀌었다. 1인 가구 시장의 가장 큰 변화는 부동산 시장과, 미디어 시장이다.

지난해 10월 미래에셋증권은 ‘Solo Economy 혼자, 뭐하니?’ 제하의 보고서를 냈다. 요지는 다음과 같다.

예전에 아파트 매입 시 최우선 고려 대상은 ‘자녀교육’이었다. 실제로 학군에 따라 아파트 값이 춤을 췄다. 일류대 합격률이 높은 고등학교나 유명 학원가가 포진한 지역의 아파트값은 고공행진했다. 1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이런 패턴이 바뀌기 시작했다. 1인 가구는 교육보다 환경 레저, 생활의 편리성 등을 더 고려하기 때문이다.

1인 가구 증가에 따른 ‘중소형 주택 선호 현상’은 이미 주택 가격 변화에 영항을 주고 있다. 국민은행의 2014년 아파트 규모별 매매가격 통계지수를 보면 85㎡ 이하의 가격 상승률은 2.9%에 달했으나, 85㎡ 초과의 대형 아파트는 1.2%에 그쳤다. 이에 따라 주택 임대시장도 패턴이 변하고 있다.

이광수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는 “1인 가구는 집을 사는 것보다 임대를 선호한다. 전세보다 월세를 선호하는 것도 특징이다. 주목할 점은 최근 1인 가구 소득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소득 수준이 낮아 월세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월세를 충분히 감당할 여력이 있기 때문에 월세를 선호한다. 향후에도 이런 흐름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라고 진단했다.

미디어 시장도 1인 가구 증가로 패턴이 달라졌다. 드라마의 종류도 ‘가족’의 이야기에서 ‘나와 우리의 이야기’로 변화했고, 예능 방송은 ‘웃고 떠드는’ 프로그램에서 ‘먹는’ 프로그램으로 변하고 있다. ‘싱글 라이프’, ‘요리’, ‘먹방’ 등이 대표적인 예다.

2013년 방영을 시작한 MBC ‘나 혼자 산다’는 혼자 사는 연예인들의 일상을 다뤘다. 다분히 1인 가구를 의식한 프로그램이었다.

인기를 끌고 있는 JTBC의 ‘냉장고를 부탁해’는 게스트의 냉장고에 있는 재료로 음식을 만드는 프로그램으로, 간편식을 선호하는 1인 가구가 타깃이다. tvN의 ‘집밥 백선생’도 남성 게스트들이 출현해 레시피를 직접 따라해본다. 1인 가구는 그 장면을 보면서 ‘나도 저런 요리를 한번 만들어 먹어볼까’ 생각한다.

아프리카 TV 등 1인 방송 플랫폼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먹방’은 대리만족도가 높은 편이다. “혼자 먹기 쓸쓸한 1인 세대들에게 이만한 프로그램이 없다”고 호평하는 싱글족도 있다.

시장조사기관인 마크로밀엠브레인의 설문조사 결과, 리얼리티 TV 프로그램이 대리만족을 느끼게 해준다고 말한 비율은 전체응답자의 69.4%로 나타났다. 가장 선호하는 리얼리티 TV 프로그램은 요리, 놀이, 여행, 육아 순으로 나타났다.

1인 가구 증가 현상은 지구촌 공통의 현상이다.

영국의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 인터내셔널에 따르면 유럽의 1인 가구 비율은 42% (2013년 기준) 북미는 33% 안팎으로 집계됐다.

그 중 독일의 경우, 2013년 기준 1인 가구 비율은 40.5%로 20년 전인 1993년에 비해 6.3% 증가했다. 반면 4인 가구는 3.8% 감소해 1인 가구의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독일은 1인 가구 증가에 따라 소비 패턴에 큰 변화가 나타났다. 독일 1인 가구 월평균 소비지출은 1479유로로, 2인 가구의 1인당 소비와 비교해 12% 높다. 주택, 가전, 가구 모든 분야에서 소형 제품이 인기를 끌고 있으며, 가공식품과 즉석조리식품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 애완동물 시장도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일본은 1인 가구 등장 시기가 증가속도가 한국보다 빠르다. 일본은 6년 전 1인 가구 비중이 전체 가구에서 31.2%를 차지했다. 주요 원인은 장기간에 걸친 경기 침체, 이로 인한 청년층의 소득 감소, 미혼율 급증, 나홀로 노인 가구의 증가 등이다.

소비 패턴에도 변화가 나타났다. 일례로, 다가구는 생선과 고기의 소비 비중이 높은 반면, 1인 가구는 조리된 음식과 외식 비중이 높다. 주거 비용도 차이가 뚜렷하다. 일본의 1인 가구는 다가구에 비해 임대료 비중이 높고 문화, 레저 부문에 돈을 많이 쓴다. 반면 교육 부문에 대한 지출은 적다.

중국 역시 1인 가구가 증가 추세다. 중국 국가통계청에 따르면 중국 한 가정당 평균 인구 수는 5.3명에서 3.02명(2014년 기준)을로 크게 감소했다. 돈이 있어도 결혼을 하지 않는 가구 의 증가 속도도 가파르다. 중국통계청은 중국 1인 가구 수가 2020년에는 3100만명을 넘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전세계의 나홀로 가구를 계산하면 대략 수억 명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인류는 원시 네안데르탈인이 출현한 이해 무리지어 집단생활을 해왔다. 이젠 그 반대다. 집단을 거부한 ‘나홀로 가구’의 증가세는 과학 기술의 발전과 궤를 같이 한다. 종착역은 어디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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