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경제 협력보다 북한 겨냥"

▲ 아프리카 3개국과 프랑스 순방을 위해 지난 25일 오전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 전용기에 올라 손을 흔들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 <사진제공=뉴시스>

[월요신문 허인회 기자] 지난 25일 박근혜 대통령이 12일간의 순방길에 올랐다. 박 대통령은 에티오피아, 우간다, 케냐 등 아프리카 3개국을 돌고, 한·프랑스 수교 130주년을 맞아 프랑스를 국빈 방문할 예정이다. 특히, 박 대통령은 아프리카 3개국 순방에서 한국형 개발협력 프로젝트인 ‘코리아 에이드’(Korea Aid)를 출범시키고 대아프리카 외교 정책 비전을 제시할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국내 언론은 박 대통령의 이번 순방을 ‘경제 협력’에 초점을 맞춘 반면, 주요 외신은 ‘대북 외교’에 방점을 찍었다. 외신이 박대통령의 아프리카 방문을 “북한을 겨냥한 것”으로 본 이유가 무엇일까.

박 대통령이 순방하는 아프리카 3개국 중 에티오피아와 우간다는 각각 1975년, 1963년에 북한과 수교했다. 케냐는 2009년에 북한과 외교관계를 수립했다. 우리나라는 3개국과 1960년대에 수교를 맺었지만 북한이 70~80년대 아프리카 등 제3세계 국가들과의 외교에 상당한 공을 들이면서 한국보다 친밀한 관계를 유지해 오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박근혜 대통령이 아프리카와 북한의 군사적 커넥션을 겨냥하고 있다”며 아프리카 순방의 의미를 설명했다. WSJ는 “박 대통령이 북한의 전통적 우방인 이란을 이번 달 방문한 데 이어 30년 넘게 군사적 협력을 하고 있는 우간다를 찾는 것은 북한을 전 방위적으로 압박하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영국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 안드레아 버거 선임연구원은 “이들 국가들은 북한을 겨냥한 국제사회 제재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여 왔다. 북한과 긴밀하게 정치적, 군사적 협력을 맺고 있을 뿐만 아니라 서방 무기 시장에 접근하기 힘든 이들에게 북한은 훌륭한 무기 구매처이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WSJ는 방문 시기도 주목했다.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은 지난 주 적도기니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하기 위해 아프리카를 찾았다. 김 상임위원장은 가봉·콩고 대통령 등과 각각 회담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은 2014년에 우간다를 방문한 적도 있다.

WSJ는 남북한 지도자들의 방문 시기가 겹친데 대해 “아프리카 대륙을 놓고 남북한의 신경전이 고조되고 있다. 박 대통령의 아프리카 방문은 북한을 압박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그동안 국제사회 제재 속에서도 아프리카 국가들에게 무기를 팔며 수입을 챙겨왔다. 이 돈으로 핵실험을 하고 체제 유지에 힘써왔다. 박 대통령은 이번 방문을 통해 아프리카의 한반도 비핵화 지지를 끌어내고 북한과의 군사협력에 제동을 걸 계획이다. 궁극적으로 아프리카에서의 북한 돈줄을 조이겠다는 의도로 보인다”라고 분석했다.

WSJ는 박 대통령의 계획대로 일이 풀릴지는 미지수라고 봤다. 그 이유에 대해 WSJ는 “북한과 우간다는 70년대부터 강한 군사적 연결고리를 갖고 있다. 독재자 이디 아민 시절, 무기와 군사 교육 제공 협정을 맺은 이후 지금까지 협정 내용을 잘 이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2월, 유엔 전문가 패널 보고서도 이를 뒷받침한다. 보고서는 “우간다 당국은 2015년 말부터 북한 교관들이 우간다에서 활동 중인 것을 인정했다. 북한 교관들은 우간다 군복을 입고 가슴엔 김일성으로 추정되는 배지를 달고 있다”고 밝혔다.

우간다 정부는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곱지 않은 시선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기도 했다. 최근 우간다 정부 대변인은 “북한의 군사 교관들이 우간다에서 교육 중이며, 우리는 이 관계가 계속 유지되기를 바란다. 어떤 나라도 누가 우리의 친구가 될지 결정할 수 없다. 우리는 독립국가다”라고 밝혔다. 이 대변인은 또 “북한으로부터 여전히 무기를 수입하고 있다”고 말했으나 유엔 제재안을 위반한 것 아내는 의견은 부인했다.

안드레아 버거 연구원은 “그동안 북한의 주된 무기 수출 지역은 중동이었다. 헤즈볼라를 포함한 테러단체, 이란, 시리아와 오랜 유대 관계를 맺어왔다. 최근 들어 북한은 아프리카를 새로운 비즈니스 상대로 보고 있다. 무기 수출 잠재력이 큰 시장으로 아프리카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상황이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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