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8년 당시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 차량규제를 통해 개선된 대기상태를 보였던 베이징(오른쪽)과 그렇지 않았을 때의 베이징(왼쪽)의 모습. <사진제공=뉴시스>

[월요신문 허인회 기자] 중국의 수도 베이징 시가 대기질 개선을 위해 칼을 빼들었다. 일반 운전자 대상으로 ‘교통유발 부담금’을 부과하기로 결정한 것. 베이징 환경보호국과 교통위원회는 최근 베이징 정치협상회의(정책자문기구)가 주최한 ‘스모그 회의’에서 이른바 스모그 세(稅) 방안을 확정했다.

마오바오화(毛保華) 중국 종합교통연구센터 주임은 “현재 시민들의 수입 수준을 근거로 할 때 교통유발부담금은 20∼50위안(약 3617∼9044원) 수준이 돼야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하지만 중국인 소득 수준을 감안했을 때 과하다는 의견도 있다. 교통유발 부담금이 50위안으로 결정될 경우 한 달이면 1500위안, 중국 주요도시 화이트칼라 평균 월급(7000위안, 125만원)의 20%를 웃도는 금액이다. 시민들에게 부담이라는 여론에도 스모그세를 추진하고 있는 이유는 베이징의 대기 상황이 회복 불가능한 상황으로 가고 있기 때문이다.

베이징의 ‘교통유발 부담금’은 전 세계적으로 ‘교통혼잡세’의 이름으로 이미 시행되고 있다. 베이징과 다른 점은 극심한 도로정체를 해결하기 위해 대부분 교통혼잡세를 도입했다는 점이다. 이를 통해 대중교통기반 및 서비스 확충, 도로투자재원 등에 재투자하고 있다.

2003년 혼잡통행료 제도를 도입한 영국 런던은 1일 5파운드(약 8704원)에서 2007년 8파운드(약13900원)로, 현재는 10파운드(17409원)로 올렸다. 시간이 지날수록 강화되는 추세다.

스웨덴의 스톡홀름은 차량의 진입흐름을 피크시간대를 피해 적절히 배분하기 위한 방안으로 2006년 교통혼잡세를 도입했다. 오전 6시 30분부터 7시까지 1유로(약 1600원), 7시부터 7시 30분까지 1.5유로(약 2400원), 7시 30분부터 8시 30분까지 2유로(약 3200원)를 부과하는 식이다. 제도 시행 이후, 대중교통 이용객이 4.5% 증가했고, 도심 진입차량이 18% 감소했다.

도시 진입을 위한 지체시간도 50% 감소,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14~18%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싱가포르의 경우 운전자들이 차종과 시간, 위치에 따라 선불 충전식 차내 단말기를 통해 혼잡세를 내도록 하고 있다. 싱가포르의 교통혼잡세는 약 3000원 수준이다. 교통혼잡세를 두고 싱가포르 시민들은 비교적 저항이 적다. 워낙 대중교통이 잘 발달돼 있으며, 개인교통수단을 억제하는 정책도 병행해 실시했기 때문이다.

교통체증으로 악명이 높은 뉴욕에서도 ‘교통혼잡세’를 부과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지난 3월 뉴욕 주의회에서 ‘뉴욕시 교통혼잡세’ 법안이 발의됐기 때문. 법안은 차량 통행이 가장 많은 곳에 요금을 징수하고, 외곽 지역 통행료는 내려서 교통 혼잡을 최소화하자는 내용이다.

뉴욕시 교통혼잡세는 과거에도 시정부 차원에서 추진되기도 했지만, 실현되지 못했고, 주 의회에서 법안으로 상정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우리나라도 1996년부터 남산1·3호 터널에 혼잡통행료를 징수해오고 있다. 혼잡통행료 도입 당시, 남산1·3호 터널의 교통량은 25% 감소해 성공을 거두는 듯 했으나, 점차 교통량이 증가해 시행 전 교통량의 약 97% 수준에 접근한 상황이다. 통행요금도 20년 동안 2000원에 머물고 있어 혼잡 통행료 부과의 효과성과 요금 수준의 현실화 등 제도 정비가 필요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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