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 84억 예산 내역 공개하지 않아 의문

구의역 9-4 승강장 <사진=월요신문>

[월요신문 유은영 기자] 은성PSD는 작년 3월 서울메트로로부터 승강장안전문(PSD) 유지관리 운영업무 위탁용역업체로 선정됐다. 직찰 방식의 제한(총액)협상에 의한 계약이었다. 서울메트로가 올린 용역 발주계획상 예산액은 86억 8768만 6천원. 은성PSD는 이보다 2억원 가량 적은 84억 8350만원으로 낙찰됐다. 그런데 이 입찰에는 일반 용역입찰과는 다르게 ‘전적자에 대한 고용승계’가 포함되어 있다. 또 이들에 대한 급여내용까지 상세하게 기술해놓았다. 대관절 얼마나 중요한 사항이기에 빨간색 글씨로 입찰제안서 중간 중간에 ‘전적직원’ 관련 내용을 강조해놨을까. 본지는 입찰 제안서의 내용을 자세히 분석해보았다.

당시 서울메트로가 제안요청서에 제시한 용역인원은 150명. PSD 유지보수 인원 125명과 PSD 청소 25명이다. 이 중 서울메트로 기존 전적자 38명과 청소 25명은 고용승계 조건 계약이었다. 특히 전적직원 38명은 정규직으로 고용하여야 하며, 인력배치는 전적직원을 우선 배치하도록 되어 있다. 이같은 사실은 계약특수조건(용역계약서) 제7조에서 재차 상세히 기술되고 있다. 전적직원을 정규직으로 우선 배치하고 부족시 신규 채용 직원을 임시 배치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이들 전적자에 대한 임금상승률도 특혜성이 다분하다. 계약특수조건 제5조는‘발주기관(서울메트로)의 전적자 인력의 변동 등으로 계약단가의 변경이 발생될 경우에는 변경된 단가를 적용하여 조정하며 전적직원에 한하여 서울메트로 연 임금상승률 등을 반영하여 조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용역업체의 사정변경에 따른 책임은 용역업체에 전가하는 규정들(제9조 법률상의 책임 등)이 수두룩한 가운데, 발주기관인 서울메트로의 전적자 인력 변동에 대한 내용만은 매우 관대하게 규정된 점이 눈길을 끈다. 전적자 인력에 대한 과도한 보호가 아니냐는 비난을 받을 법 하다.

또 서울메트로는 제안요청서와 함께 제출하는 서류에 ‘가격 개찰시 전적자(38명) 노무비 및 복리후생비 금액 상이시 협상대상자에서 제외’라는 단서를 달아놓았다.

입찰제안서 붙임 2-1에서는 유지보수(전적자 38명) 산출 근거표에 이들의 급여에 관한 내용이 상세히 적혀 있다. 이들의 노무비는 기본급, 야간근로수당, 상여금이 총 2,141,872,781원, 퇴직급여충당금이 168,156,274원이다. 복리후생비는 선택적 복지비 43,804,833원, 교통보조비 53,200,000원, 건강검진비 13,300,000원이었다. 이들 비용만 총 24억 2000여만원이다. 입찰금액(8,483,500,000원) 대비 약 30%에 달한다. 한달 금액으로 환산했을 때 이들 38명이 1인당 받을 수 있는 금액은 약 420만원대이다. 비정규직 김군은 144만원을 받았다.

전적자들이 특별한 기술인력이기 때문에 고액의 임금을 보장해주는 것일까. 그러나 서울메트로의 입찰 제안요청서 별표2 정량적 평가기준에 따르면, 기술인력 보유상태에서 전적자 38명은 제외대상으로 나와 있다. 이러한 사항 역시 특별한 내용인지 파란색 글씨로 강조까지 해두었다. 즉 이들 전적자는 기술인력일 필요가 없다는 점이다. 업무수행 경력 평가(유지보수 참여인력 자격증 보유여부)에서도 이들 전적자는 평가 제외 대상이다. 자격증이 필요가 없는 셈이다. 실제로 지난 1일, 구의역 사고 관련 사과문 발표 자리에서 서울메트로 측은 ‘전적자들은 주로 역내를 순찰하며 스크린도어가 고장이 났는지 여부 등을 확인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대답한 바 있다. 이에 전적자들이 단순 업무에 비해 고임금을 받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 상태다.

전적자의 임금을 자세하게 설명하는 이유는 김군의 죽음과 무관하지 않기 때문이다.

총 입찰가에서 전적자의 임금을 제외하고 남은 금액은 약 60억 6천여만원. 은성 PSD는 이 금액으로 회사를 운영해야 했다. 원가나 보험료 고정비용은 줄이기 어렵다고 볼 때, 경비절감을 위해서 할 수 있는 것은 노무비의 절감이다. 은성 PSD가 전적자 38명을 제외한 나머지 112명 종업원의 임금을 쥐어짰을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사망한 김군의 월급은 144만원이었다.

제한된 예산 아래 2인 1조 근무는 유명무실한 지침이 될 수밖에 없었다. 제안서에 따르면 125명의 PSD 유지보수 인원이 1-4호선 97개역의 스크린도어를 수리해야만 한다. 민주노총 여성연맹의 보도자료에 따르면, 은성 PSD는 지사별로 오전반 11명, 오후반 11명, 야간반 8명으로 운영됐다. 애초에 2인 1조 시스템으로 진행되기에는 인원이 터무니없이 적었다.

2015년 8월 강남역 스크린도어 사고 이후, 은성 PSD는 수리공이 최소 28명 더 필요함을 서울 메트로측에 알렸다. 그러나 서울 메트로는 올해 초 17명을 충원하는데 그쳤다. 민주노총 여성연맹측은 “2인 1조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사고당시 인원보다 2배로 인원이 충원되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소수의 인원만 충원되어 2인 1조는 애초에 불가능 했다”고 밝혔다.

3일 오전, 서울시의회 교통위원회는 구의역 사고 특별업무보고회를 열었다. 업무보고회에 출석한 은성PSD 대표는 현재 은성 PSD 직원이 총143명이며 서울메트로 출신이 36명 포함되어 있다고 밝혔다. 은성PSD는 2011년 설립초기 직원수 125명 중 90명이 서울메트로 출신이었다. 은성PSD의 대표 역시 서울메트로 출신이다. 전적자들에게 유독 관대했던 ‘계약특수조건’이 질타를 받을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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