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출처=www.accuracy.org>

[월요신문 허인회 기자] 신문은 대표적 사양산업이다. 퓨 리서치 센터(Pew Research Center)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일간지 주간 발행부수는 17%가 떨어졌고, 같은 기간 광고 수입은 50%가 감소했다. 이런 상황에서 독보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회사가 있다. 140년 전통의 미국 유력 일간지 워싱턴포스트(WP)다.

WP의 약진은 작년부터 두드러졌다. 2015년 4월, WP의 사이트 순방문자 수는 전년대비 64%가 증가한 5000만 명을 돌파했고, 이 가운데 모바일 방문자는 3300만 명에 달했다. 이는 전년대비 89% 증가한 수치다. 기세를 몰아 WP는 작년 11월, 뉴욕타임스(NYT)의 방문자수를 제치는 기염을 토했다. 7160만 명의 방문자 수를 기록하며 6880만 명의 NYT를 약 4% 차이로 추월한 것. NYT와의 경쟁을 차치하더라도 2013년 WP의 월 평균 방문자수가 2500만 명이었다는 점과 비교하면 놀라운 수치다. 디지털 시대 대표적 사양산업으로 분류되는 신문산업에서 WP는 어떻게 성장을 이뤄냈을까.

아마존 DNA를 이식하다

세계 최대 온라인쇼핑몰 아마존의 창업주 제프 베조스는 2013년 WP를 2억5000만 달러(2945억원)에 인수했다. 제프 베조스는 아마존을 성장시킬 때 사용했던 ‘빠르게 실행해서 크게 만들자(Get Big Fast)’ 전략을 WP에 적용했다. 초기에는 적자를 감수하더라도 시장을 키우고 소비자를 확보하는 이 전략을 이용해 베조스는 많은 독자를 확보하는 데 주력했다. 대표적 방식은 아마존 킨들 테블릿으로 WP 콘텐츠를 6개월간 무료로 볼 수 있게 만든 것이다. 이는 엄청난 수의 킨들 사용자가 자연스럽게 WP로 유입되는 효과를 낳았다. 방대한 수의 아마존 고객을 WP의 구독자로 변신시킨 셈이다.

신문회사에서 기술회사로

베조스는 WP를 디지털 시대에 맞는 신문사로 탈바꿈시키기 위해 기술 개발에 역량을 집중시켰다. 이를 위해 그는 WP에 엔지니어, 프로그래머, 개발자 등 IT회사에 어울릴 법한 인재들을 대거 기용했다. 이들은 프로듀서, 기자, 편집자들과 한 팀을 이뤄 WP만의 기술을 개발했다. 대표적으로 클래비스(Clavis)를 들 수 있다. 라틴어로 열쇠를 뜻하는 클래비스는 독자의 구독 습관과 흥미를 분석해 기사와 광고를 추천하는 서비스다. 예를 들어 독자가 WP 사이트에서 건강에 대한 기사를 보고 있다면 비슷한 주제의 기사를 추천해주고 동시에 건강과 관련된 로컬(Local) 광고를 노출시키는 방식이다.

이외에 헤드라인, 이미지, 광고 등을 독자에 따라 바뀌게 만드는 밴디토(Bandito), 자체 콘텐츠관리 시스템인 아크(Arc), 독자가 어떤 기사를 인용했을 때 해당하는 사설로 연결시키는 인 콘텍스트(In Context) 등 WP는 다양한 실험을 하고 있다.

기술 개발을 총괄하고 있는 애니 그라나스테인은 “우리는 독자가 WP의 기사를 읽고 그 다음 날이 더 나아지길 바란다. 때문에 어떤 기사가 어떻게 독자에게 도달할지에 대해 늘 고민한다. 우리는 항상 경쟁자가 아닌 독자의 입장에서 생각한다”고 밝혔다.

콘텐츠 강화가 살 길

WP는 콘텐츠 강화를 통한 질적 성장에도 힘쓰고 있다. 라이프스타일, 교육, 기술, 건강, 심지어 1인칭 시점의 글까지 많은 블로거들의 글을 활용하고 있는 것. 다양한 영역의 내용을 추가하면서 WP의 콘텐츠는 풍부해졌다. 실제로 블로거들의 글로 인해 WP의 트래픽 수가 엄청나게 증가했다. WP는 또한 블로거들로부터 피드백을 주고받으며 WP의 부족한 점을 채우고 있다. 이외에 WP는 국내외 100명의 저널리스트들을 고용해 세계 각지의 소식을 전하고 있다. 이들은 주로 소셜 네트워크를 통해 활동하고 있다.

트럼프도 한 몫

WP의 방문자수가 증가한 이유 중 하나로 공화당 대선후보 도날드 트럼프를 꼽는 분석도 있다. 제프 베조스와 도날드 트럼프가 연일 신경전을 벌이며 대중의 이목을 끌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트럼프가 “제프 베조스가 WP를 아마존의 세금피난처로 이용하고 있다”고 발언하면서부터 싸움은 시작됐다. 트럼프는 또한 “언론의 정치적 영향력을 이용해 워싱턴 정가가 아마존에 대한 과세를 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 WP를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베조스는 “대통령 후보로서 적절치 못한 행동”이라 응수하며 기자 20여 명을 투입해 트럼프의 일거수 일투족을 파헤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워터게이트’ 사건을 특종보도한 WP의 밥 우드워드 대기자는 “트럼프의 인생 모든 국면에 대해 우리는 책을 쓰고 기사를 작성할 것”이라며 공언하기도 했다. 실제로 WP는 트럼프의 여성 편력과 개인 사업, 가족사 등을 파헤치는 기사 등을 연달아 게재하고 있다. WP의 마틴 배럴 편집국장은 “2007년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이 출마했을 때 집중 검증한 것처럼 트럼프도 검증하는 것이다. 검증팀이 중간 중간 결과물을 기사로 낼 것이고, 11월 대선 이전에 책이 발간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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