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인들은 로봇이 쓴 기사에 대해 ‘편견 없는 뉴스’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지만, ‘비판 및 감시기능 저하’ 문제에 대해서는 우려감을 나타낸 것으로  파악됐다. <자료제공=한국언론진흥재단>

[월요신문 김미화 기자] 사람 대신 로봇이 기사를 쓴다? ‘로봇 저널리즘’이 현실로 다가왔다.

지난 1월 국내 모 언론사가 송고한 증권 기사 하나가 화제를 모았다. ‘코스피 4.29포인트 하락, 1840.53포인트 거래 마감’이라는 제목의 흔한 주식 시황 기사가 눈길을 끌었던 이유는 그 기사를 쓴 기자 때문이었다. 기자 이름은 ‘IamFNBOT’. 국내 언론사가 최초로 도입한 로봇기자의 등장이었다.

현재 ‘IamFNBOT’은 데이터 기반의 수치를 중심으로 하루 1회 시황 기사를 쓰고 있지만, 추후 개인 투자자들이 관심을 가질 수 있는 맞춤형 기사를 준비 중이다. ‘IamFNBOT’을 개발한 이준환 서울대 교수 연구팀은 “문자로 된 포털 야구중계나 재해 관련 속보 등도 머지않아 로봇기자가 대체할 수 있다”고 예견하며, AI(인공지능)의 가능성을 제시했다.

로봇기자는 ‘AP통신’, ‘가디언’, ‘포브스’ 등 외국 주요 언론사에서 이미 맹활약을 펼치고 있다. 알고리즘으로 뉴스를 자동 생산하는 로봇 저널리즘은 단문 형태에서 다양한 어휘가 담긴 스토리텔링으로 진화하고 있으며, 정형화된 영역뿐 아니라 데이터를 활용한 개인 맞춤형 서비스로 확장되고 있다.

외국에서 로봇 저널리즘이 대중적으로 관심을 끌게 된 것은 2014년 3월 ‘LA타임스’가 지역 지진 속보를 전달하면서부터다. 당시 LA타임스는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진도 4.7의 지진이 감지된 지 20분 만에 인터넷에 기사를 띄웠다.

이를 가능하게 한 것은 로봇기자 ‘퀘이크봇’이었다. LA타임스의 기자이자 프로그래머인 켄 쉬웬키가 2012년 개발한 퀘이크봇이 지진 관련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 자동 알고리즘을 이용해 빠르게 보도한 것이다.

AP통신 또한 2014년 7월부터 로봇기자를 통해 속보 및 기업 실적 기사를 내보내기 시작했다. 인공지능 소프트웨어 개발 업체 오토메이티트 인사이트(Automated Insights)가 만든 기사 작성 소프트웨어 ‘워드스미스’와 제휴 계약을 맺은 것.

결과는 효과적이었다. AP통신에 따르면 워드스미스는 매 분기마다 약 3000건 이상의 기사를 생산하고 있다. 워드스미스 도입 이전 평균 300건에 그쳤던 기업 실적 기사가 10배가량 늘어난 셈이다. 특히 워드스미스는 로봇기자이기 때문에 기사 한 건을 작성하는데 1~3초의 시간밖에 걸리지 않을 뿐더러 생성 가능한 기사 양에 제한도 없다.

루 페라라 AP 부사장은 “워드스미스 덕에 거의 모든 기업의 실적을 다룰 수 있게 되면서 우리의 뉴스를 제공받는 각 지역 언론사들의 만족도가 높아졌다”며 “현재는 스포츠 기사 작성에도 워드스미스를 일부 적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영국의 ‘가디언’의 경우에는 아예 로봇기자에게 신문 편집장을 맡겼다. 가디언은 로봇기자가 고르고 편집한 기사를 가지고 24쪽 분량의 타블로이드 신문 ‘더롱굿리드(The Long Good Read)’를 만들어 발행하고 있다. 로봇기자는 일주일 간 ‘가디언’ 그리고 자매지인 ‘옵서버’에 올라간 기사들 중 독자들의 반응이 높았던 기사를 추리는 작업을 하며, 이 과정에서 사람의 개입은 일체 없다.

이밖에 미국의 ‘포브스’도 인공지능 소프트웨어 개발 업체 ‘네러티브 사이언스(Narrative Science)’가 만든 로봇기자 ‘퀼(Quill)’을 통해 기사를 만들어내고 있으며, 영국의 ‘로이터’, 미국의 ‘블룸버그’ 또한 적극 로봇기자를 활용하고 있다.

로봇 저널리즘의 가장 큰 장점은 빅데이터를 활용한 속도경쟁의 우위에 있다. 로봇기자는 스포츠 경기나 주식시장의 장이 끝나면 사실에 기반한 기사를 신속하고 정확하게 작성한다. 사람이 쓴 것 같은 느낌을 살리기 위해 로봇기자는 활용 주체의 성격에 따라 서체도 바꾼다.

그렇다면 로봇이 쓴 기사와, 사람이 쓴 기사는 독자들에게 구별될 수 있을까. 이와 관련해서 흥미로운 실험 결과가 있다. 지난해 한국언론진흥재단이 로봇이 작성한 야구기사를 가지고 리서치를 의뢰한 결과, 일반인의 81.4%, 기자의 74.7%가 그 기사를 사람이 쓴 기사라고 답한 것이다. 기사에 대한 신뢰도 또한 기자가 쓴 기사보다 높거나 비슷했다.

이는 로봇기사를 만들어내는 알고리즘이 기자가 쓴 기사와 구별이 어려울 만큼 정교하게 발전하고 있다는 의미다. 사람이 쓴 기사를 원형으로 삼아 구축되는 알고리즘이기 때문에 아직 한계는 있지만, 데이터만 완비된다면 사람이 쓴 기사와 유사한 형식과 내용을 가질 수 있다는 것.

이에 내러티브사이언스 최고기술책임자(CTO) 크리스 해먼드는 “5년 내에 로봇이 쓴 기사가 퓰리처상을 탈 것이며, 15년 뒤에는 전체 기사의 90% 이상을 로봇이 작성하게 될 것”이라는 극단적인 예측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로봇기자가 대체할 수 없는 영역도 존재한다.

오토메이티드 인사이트의 홍보 담당자 제임스 코테키는 “로봇기자는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했는지 전할 수 있지만 ‘왜’, ‘어떻게’ 했는지를 분석하지 못한다”며 “‘왜’와 ‘어떻게’ 했는지를 설명하는 것은 앞으로도 자동화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로봇기자의 역할은 기본을 다하는 것이고 여기에 가치를 부여하는 것은 인간의 몫이라는 의미다.

‘IamFNBOT’을 개발한 서울대 이준환 교수 또한 "로봇기자는 사람과 근사한 결정을 내릴 수는 있지만, 사람이 한 번도 하지 않은 결정은 내리지 못한다"며 로봇이 사람을 완전히 대체할 수는 원리에 대해 설명했다.

로봇 저널리즘이 확산됨에 따라 기자들의 역할이 달라질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공익적 이슈와 환경 감시 등 사회적 담론을 이끌어야 하는 저널리즘의 본질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점에서 탐구하고 분석하는 모델이 더 강화될 것이라는 견해다.

황용석 건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기자들의 역할은 새로운 뉴스정보를 찾아 검증하고 전달하는 저널리스트에서, 관점을 갖고 분석하는 애널리스트 기능이 고도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와 관련 오토메이티드 인사이트의 CEO인 로비 앨런(Robbie Allen)은 “로봇기자가 오히려 기자들이 저널리즘의 본질에 가까운 일을 하도록 도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로봇기자가 데이터 관련 단순 기사 작성의 부담을 덜어주고, 원래의 기자들을 통찰력 있는 기사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한다는 입장이다.

앨런은 “워드스미스 같은 로봇기자가 ‘더 뉴요커’나 ‘뉴욕 타임즈’의 기자를 대신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대신 로봇기자는 하나의 산업을 새롭게 바꿀 수 있는 좋은 도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로봇 저널리즘에 대한 우려도 있다.

지난해 한국언론진흥재단이 발표한 보고서 ‘로봇이 기자를 대체할 수 있다 vs. 없다’에 따르면 일반인들은 로봇이 쓴 기사에 대해 ‘편견 없는 뉴스’라며 긍정적인 평가를 보였지만, ‘비판 및 감시기능 저하’ 문제에 대해서는 의문점을 가진 것으로 파악됐다.

김영주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연구센터장은 “알고리즘을 만드는 개발자가 인간이고, 개발자가 알고리즘을 위해 참고하는 기사의 원형은 기자에게 있다”며 “로봇이 더 잘 할 수 있는 일과 기자가 더 잘할 수 있는 일이 상호보완적으로 결합될 때 저널리즘은 한 발 더 미래로 다가서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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