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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월 300만원 기본소득안 부결된 3가지 이유
<사진제공=뉴시스>

[월요신문 허창수 기자] 지난 5일 스위스에서 치러진 국민투표에서 스위스 국민의 77%가 ‘월 300만원 기본소득안’에 반대했다.

국민투표에 부쳐진 스위스 기본소득 제도는 ‘근로 여부에 상관없이 모든 성인에게 월 300만원의 기본소득을 보장해줌으로써 기본적인 생활을 영위할 수 있게 하자는 취지’에서 발의됐다. 소득이 300만원에 미치지 못하면 국가가 부족분을 채워주고, 아예 소득이 없는 경우엔 국가가 300만원 전액을 보장해주는 방식이다.

스위스 기본소득안이 부결된 이유는 크게 3가지다. 가장 큰 요인은 재원이다. 스위스 의회에 따르면, 기본소득을 도입할 경우 해마다 최소 250억 스위스프랑(약 29조9,200억원)의 예산 부족분이 발생한다. 이는 스위스 연방정부 연간 지출 670억 스위스프랑의 3분의 1을 넘어서는 수치다. 추가 재원을 충당하기 위해서는 소득세를 올릴 수밖에 없다. 현재 스위스 소득세는 40%에 달한다.

현재 스위스의 사회보장제도가 저소득층의 최저소득을 어느 정도 보장하고 있다 점도 스위스 국민들이 기본소득안에 반대한 이유가 됐다. 기존의 사회보장제도가 대체로 잘 작동하고 있는 상황에서 노동의욕을 감소시킬 수도 있는 기본소득 제도를 무리하게 도입할 필요가 있냐는 인식이 국민들 사이에 확산됐기 때문이다.

난민문제 역시 스위스 국민들의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 난민 수용에 관한 논쟁이 격렬한 유럽에서 기본소득 제도를 도입할 경우 국가 간 장벽을 더 높일 수 있다는 지적이 잇따랐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지난 5일 이코노미스트는 “만약 스위스 국민들이 기본소득 제도를 받아들인다면 난민들의 유입을 차단하기 위해 국경을 폐쇄하거나 기본소득 혜택에서 난민들을 배제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6일 뉴욕타임스는 “스위스에서 기본소득안이 불발되긴 했지만 이를 계기로 기본소득 개념은 생존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새로운 복지 대안으로 떠올랐다”며 스위스의 기본소득안과 유사한 실험이 진행 중인 국가들의 사례를 소개했다.

핀란드가 대표적인 예다. 지난해부터 정부차원에서 기본소득 도입에 관한 연구를 진행해온 핀란드는 내년부터 1만 명을 대상으로 2년 동안 월 550유로(약 73만원)를 지급하는 실험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성공적으로 평가되면 국가 정책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네덜란드에서도 위트레흐트 등 19개 지방정부가 내년부터 기본소득 실험에 돌입할 예정이다. 신자유주의적 경제체계의 중심인 영국에서도 진보적 성향의 노동당과 왕립예술협회가 기본소득 지급 모델을 제시하면서 논의에 불을 지폈다. 11월 대선을 앞둔 미국에서도 일부 민주당원들을 중심으로 기본소득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들 국가에서 기본소득 논의가 등장하게 된 이유로 선별적 복지체계의 한계를 들고 있다. 근로유무와 재산크기, 부양가족 수 등에 따라 사회보장 급여를 차별적으로 지급하는 현행 복지체제로는 사회 양극화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소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주장이다.

기술 진보로 일자리 부족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도 기본소득의 필요성을 뒷받침한다. 올해 초에 열린 ‘스위스 다보스 포럼’은 “2020년까지 일자리 500만개가 사라질 것이다. 기술 진보로 기업이 돈을 벌더라도 일자리는 부족해지는 ‘고용 없는 성장’의 시대가 오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국내에서도 줄어드는 일자리와 커지는 양극화를 보완할 방법에 대해 본격적으로 고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 4월 국회 입법조사처는 ‘기본소득 도입 논의 및 시사점’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우리나라는 제조업 비중이 50%에 달하는 대표적인 제조업 국가로 기술 진보와 자동화 등으로 인한 일자리 감소 가능성이 큰 반면 대량 실업에 대응할 수 있는 사회보장제도는 취약하다”며 “구조적 일자리 감소에 대응하기 위한 방안으로서 기본소득에 대한 논의를 시작할 시점”이라고 제안했다.

일각에서는 기본소득 개념이 ‘마르크스주의로의 회귀’라거나 심지어 ‘16세기 토머스 모어나 18세기 토머스 페인의 사상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유토피아적 발상’이라며 비판하고 있다.

기본소득의 필요성을 인정하더라도 재정적자가 심각한 한국 상황 등을 고려할 때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6일 “재정부족 상황을 고려할 때 미래세대에 부담을 주는 정책에 대해서는 심사숙고해서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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