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총 “정부 대책으론 물량팀 노동자 구제 못 받아”

조선업종 노조연대 회원들이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앞에서 열린 '조선업 구조조정' 정부발표에 대한 입장표명 기자회견에서 일방적 구조조정 중단을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월요신문 김미화 기자] 구조조정 중인 조선업계에서 6만명 정도의 실직자가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정부가 고용 안정을 위한 지원 대책을 내놓았다.

8일 고용노동부는 ‘조선업 고용 지원 대책’을 발표하고, 이번 달 안으로 조선업에 대한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정 여부를 최종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특별고용지원업종 제도는 고용 사정이 급격히 악화되는 업종을 지정해 실업대책과 재취업 훈련을 집중 지원하는 고용안정대책이다.

조선업이 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 지정되면 고용유지 지원금 상향 조정, 실업급여 연장 지급 등의 지원이 이뤄진다. 고용유지 지원금은 경영난에 처한 사업주가 근로자를 해고하는 대신 휴업 조치를 하면, 근로자에게 지급할 휴업수당(기존 임금의 70%)의 일부를 최대 1년간 지원하는 제도다.

조선업체 ‘물량팀’에 대한 대책도 나왔다. 물량팀은 조선업 하청업체 소속 계약직 노동자들로, 이미 상당수가 실직한 상태다. 이들 중 고용보험 미가입자는 ‘피보험자격 확인 청구’를 거쳐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피보험자격 확인 청구는 사업주의 피보험자격 미신고 등으로 실직 노동자가 실업급여 등 고용보험 혜택을 못 받는 경우가 없도록 피보험자격을 확인·정정하는 제도다. 정부는 물량팀 노동자 규모가 2014년 말 기준 1만4000명으로, 전체 조선업종 노동자의 11%를 차지하고 있는 만큼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정과 관계없이 신속히 지원할 방침이다.

지역 고용센터도 실업자 해소에 나선다. 거제, 울산, 영암 등 조선업 밀집지역에는 ‘조선 근로자 일자리 희망센터(가칭)’가 7월부터 개설된다. 해당 센터는 금융감독원, 중소기업청, 복지부, 자치단체 등과 협력해 실업자들의 심리상담, 실업급여, 직업훈련, 취업알선, 금융지원 등을 통합 지원한다. 구체적으로 심리안정 프로그램과, 퇴직자의 재취업 희망업종, 훈련 수요 등을 파악해 상담, 훈련, 알선으로 이어지는 패키지 서비스를 제공될 예정이다.

조선업 실직자는 지방관서별 쿼터에 제한 없이 ‘내일배움카드제’, ‘국가기간전략직종훈련’ 등 직업훈련 계좌를 우선 발급할 수 있게 된다.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조선업은 2017년 말까지 5만 6000명~6만 3000명의 실업자가 발생할 것으로 추정된다. 내년까지 조선업 구조조정이 이뤄지는 점을 감안해 4700억원의 예산을 투입, 조선업의 고용 안정을 이룰 수 있도록 다각적인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로서는 기존 고용유지·실업대책 제도의 틀 안에서 최선의 대책을 내놓은 셈이다. 하지만 노동계는 “정부의 대책이 기존 고용보험 제도를 확장한 수준에 그쳤다”라는 반응이다.

정문주 한국노총 정책본부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정부가 물량팀 소속 노동자가 고용보험을 가입하지 않았어도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게 한다고 하지만 결국 지원을 받기 어려울 것이다. 물량팀 대다수가 등록을 하지 않은 채로 일하고, 한번 모이고 금방 흩어지는 형태라 확인 자체가 어렵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이번 대책에 조선업의 기형적 노동시장을 바로잡기 위한 본질적 대책은 빠져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실제 정부는 그동안 문제점으로 언급되던 조선업의 원·하청 고용구조 등에 대한 대책에 대해서는 아무런 입장도 밝히지 않고 있다.

정문주 정책본부장은 “정부의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정에 원칙적으로 동의한다. 하지만 실업자 해소 대책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 업종은 다르지만 2013년 쌍용자동차 구조조정으로 고용위기지역으로 지정됐던 ‘평택 사례’가 있다. 당시 자치단체까지 나서 총 3500억 정도가 지원됐지만 결과적으로 26명이 자살하며 사회적 갈등만 낳았다. 조선업도 마찬가지다. 정부가 대책을 결정하기 전에 노동자들의 참여 기회가 보장돼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제2의 평택 사태가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특별고용업종지정 제도가 시행되는 것은 처음인 만큼, 정책과 현실의 괴리가 발생하지 않도록 제도 운영에 있어 노동자들이 참여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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