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당 캘리포니아 경선 승리 후 소감을 발표하고 있는 힐러리 클린턴 후보. <사진출처=www.businessinsider.com>

[월요신문 허인회 기자] 힐러리 클린턴이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로 사실상 확정됐다. 힐러리는 지난 7일 캘리포니아와 뉴저지, 뉴멕시코, 사우스다코타 경선에 승리하며 민주당 대선 후보 확정에 필요한 대의원 수를 확보했다. 이번 경선 승리로 힐러리는 대의원 2740명을 확보해 후보 확정에 필요한 2383명을 넘겼다.

경선 초반 힐러리는 버니 샌더스 후보의 돌풍에 잠시 주춤했지만 이내 전열을 재정비해 힐러리 대세론을 경선 막바지까지 유지했다. 힐러리의 승리요인을 숫자로 정리해봤다.

유권자 수 많은 주에서 샌더스와 격차 벌려

힐러리는 유권자가 많은 주에서 승리하면서 대의원 확보에 유리한 고지에 올랐다. 특히 텍사스, 플로리다, 뉴욕, 캘리포니아주에서 힐러리 득표 수는 15,565,922표로 샌더스의 11,883,210표를 3,682,712표차이로 눌렀다. 각 주의 인구에 비례해 대의원 수가 정해지는 경선 룰에 따라 텍사스는 252명, 플로리다 246명, 뉴욕 291명, 캘리포니아 546명의 대의원이 걸려 있었다. 대의원이 많은 주에서 승리한 힐러리가 대선후보로 확정되는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다양한 인종이 섞여 있는 미국은 특정 인종의 후보 쏠림 현상이 선거 때마다 있어 왔다. 지난 대선 결과를 보면 흑인과 히스패닉, 아시안계의 열렬한 지지가 오바마 대통령의 당선에 견인차 역할을 했다. 이번 경선에서도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백인 유권자 층에서 힐러리와 샌더스는 48.9% 대 49.1%로 박빙이었다. 그러나 흑인 층에서 힐러리는 75.9%의 지지를 얻으며 샌더스를 50% 이상의 득표율로 따돌렸다.

샌더스는 무당파 유권자에게 63.3%의 지지를 받으며 34.3%를 득표한 힐러리를 압도했다. 반면 힐러리는 민주당원으로부터 63.7%의 지지를 받으며 샌더스를 눌렀다. 주목할 점은 무당파의 수가 전체 유권자의 1/4도 되지 않았다는 점. 결과적으로 당원의 지지없이 후보로 지명되기 어렵다는 사실을 입증한 셈이다.

샌더스는 자신을 민주적 사회주의자라 칭하며 시종일관 진보적인 정책 공약을 꺼내들었다. 그의 공약은 한때 젊은층을 중심으로 열렬한 지지를 받았다. 하지만 경선 결과, 오히려 힐러리가 진보성향의 유권자들에게 더 많은 지지를 받았다. 매우 진보적인 성향을 가진 유권자 층에서도 힐러리(49.8%)는 단 0.1%로 차이로 샌더스(49.9%)에게 졌다. 온건한 진보성향의 유권자 층에서는 힐러리 56.4% 대 샌더스 43%로 힐러리가 10% 이상 격차를 벌이며 승리했다. 중도 층에서 힐러리 60.3%, 샌더스 37%로 격차는 더욱 벌어졌다. 샌더스의 급진적인 정책은 많은 사람들에게 반향을 일으켰지만 그 기세가 표로 이어지지 못한 셈이다.

고학력, 고스득층 60%, 힐러리 지지

힐러리는 교육과 소득수준에 상관없이 전 계층에서 샌더스보다 높은 득표율을 기록했다. 특히 힐러리는 고등학교 학력 이하의 사람들에게 63.3%로 가장 높은 지지를 받았다. 그 다음으로 대졸 이상의 유권자 59.9%가 힐러리에게 투표를 했다.

연소득 5만 달러, 5만~10만 달러, 10만 달러 이상 등 3가지 소득계층에서도 힐러리는 샌더스를 이겼다. 주목할 점은 연소득 10만 달러 이상의 유권자 층이 다른 소득 계층보다 힐러리 지지율이 높다는 점이다. 이 계층은 힐러리에게 58.4%의 지지를 보냈다. 이에 앞서 힐러리는 올해 초 연봉 25만 달러 이상 고소득자에게 더 많은 세금을 물리겠다는 공약을 내세운 바 있다. 2014년 기준 미국 중산층 연 소득은 5만 3700달러이고, 소득 상위 5%에 해당하는 연봉은 20만 6600달러다.

힐러리에게 고무적인 점은 대도시의 득표율이 처음 대선 후보 경선에 참여했던 2008년보다 급등했다는 점이다. 2008년 경선에서 힐러리는 36개의 대도시에서 30.6%의 득표에 그쳤지만 2016년 경선에서는 83.3%의 득표를 얻었다. 79개의 도시에서 2008년엔 36.7% 득표했지만 2016년 75.9%로 2배 넘는 득표율을 기록했다. 반면 272개의 준교외지역에서 2% 차이로 간발의 승리를 거뒀다. 도시지역의 높은 지지율이 경선 승리의 원동력인 셈이다.

백인 유권자들의 외면

힐러리에게 뼈아픈 부분도 있다. 백인 유권자들의 선택을 받지 못한 것. 2008년 경선에서 힐러리는 교외 백인 유권자들로부터 67.3%의 득표를 받았지만 2016년 경선에서는 40.2% 득표에 그쳤다. 대학이 몰려있는 주의 득표율도 39.7%에서 25.4%로 감소했다. 백인과 젊은 층의 지지를 받지 못한 것이다. 실제로 17~29세 연령층에서 힐러리는 27.8%의 낮은 득표를 기록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9일 오바마 대통령의 힐러리 지지 선언은 큰 의미가 있다. 여전히 50% 대의 국정 지지도를 받고 있는 오바마는 흑인은 물론 캐스팅보트인 히스패닉계에 인기가 높다. 여기에 오바마는 샌더스와의 백악관 회동에서 힐러리 지지를 부탁했고 샌더스도 협력의사를 밝혔다. 백인과 청년층의 지지를 받고 있는 샌더스가 적극적으로 힐러리를 돕는다면 힐러리로서는 그간의 약점을 일거에 해소할 수 있게 된다. 다만 샌더스 지지층 중 얼마나 많은 수가 힐러리를 지지할지는 미지수다. 샌더스 지지자의 1/5가량이 힐러리가 대선후보가 될 경우 트럼프를 지지할 것으로 여론조사에서 나왔기 때문. 이런 이유로 샌더스를 러닝메이트로 지목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민주당에서 점점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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