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태 분식회계 추방연대 대표

부실산업에 대한 구조조정 방안이 우리 사회의 뜨거운 감자가 되었다. 그 중 하나인 중공업 즉 조선산업의 구조조정이 왜 지금 논란이 되고 있으며 일각에서는 그 시기를 놓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왜 그럴까? 조선업과 국제유가와는 아주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다. 그것은 국제유가가 고유가일 때 해외의 Major Oil Company가 해저석유개발에 더욱 더 많은 투자를 하게 되고 그러면 석유탐사선과 석유시추설비에 대한 주문이 이어지고 그 발주 가격도 올라가고 조선회사의 수익성은 좋아지게된다.

그러나 국제 석유가격이 일정한 가격 예를 들면 배럴당 60$ 이하로 하락하면 해저석유 시추의 수익성이 소멸되는 구조다. 그런데 최근 몇 년 사이 유가가 그 기준가격보다 많이 하락했다. 더구나 미국에서 쉐일가스 개발로 미국의 석유 수입이 감소하고 그에 따라서 석유수입 물동량까지 감소했다.

어떻게 보면 조선업으로서는 최악의 상황이라고 보아도 무리가 없는 상태였다. 그에 따른 조선업의 수익성 악화는 당연한 것이고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의 첫 적자결산 발표도 2014년 1/4분기에 있었다. 물론 중동국가에서 석유 또는 가스 플랜트건설에 참여한 삼성엔지니어링 등 일부 건설업체는 이미 2013년에 영업손실을 발표했다. 조선업계도 2013년에 손실을 발표하였더라면 더 좋았을 것이다.

그런데 유독 대우조선해양만이 2014년에도 영업이익 5000여억원이라는 실적 발표를 하였다. 많은 사람들이 우려의 눈길을 보내고 저렇게 하면 안 되는데 하면서도 회계감사를 한 회계법인이 적정의견을 제시하였고, 감독기관이 즉시 감리를 착수하지도 않으니, 대부분의 사람들이 반신반의 하면서도 설마 이렇게 조선업에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데 무모하게 분식회계를 하여 이익이 난다고 허위숫자를 공시하는 어리석은 기업은 없겠지 하면서 넘어갔다.

그러나 떨어진 국제유가는 회복되기는커녕 바닥을 모르고 하락하였으며, 유가가 배럴당 60$ 회복을 쉽게 하지 못할 것을 우려한 주요 발주처는 해저석유 시추선이나 설비를 제때 인수하지 않는 상황까지 되어버렸다. 그야말로 설상가상이 된 상태였다.

그렇다면 최소한 2014년 연말에라도 숨겨둔 손실을 제대로 회계결산에 반영하고 조선산업의 심각성을 관련기관과 정부와 국민이 알도록 하여 조선업 구조조정에 대한 의견이 모아지도록 했어야 했다. 그러나 대우조선해양은 2014년 연말에도 5000여억원 이라는 영업이익을 또 발표했다. 산업은행은 과연 저런 허위손익 실체를 제대로 알고 있었을까?

아무튼 조선3사의 주가는 2014년 초에 고점을 형성하고 하락을 시작했다. 시장은 이미 13년 해외건설 손실발표에서 조선산업의 위기도 간파하였다는 증거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3년과 2014년 대우조선해양의 결산보고서에 회계감사법인의 적정의견이 명시되어 있었다.

그런데 2015년 2/4분기에 대우조선해양의 대표이사가 바뀌었다. 그러자 그 동안 숨겨두었던 영업손실이 수면 위로 부상했다. 그러자 삼성중공업과 현대중공업도 재빠르게 이에 동참한다. 조선업 삼총사가 한날 동시에 약 5조원의 손실을 발표한 것이다. 이때부터 조선업의 위기 또는 조선업의 부실경영이라는 단어가 언론을 통해 쏟아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 누구도 감히 분식회계라는 단어를 사용하지는 않았다.

2015년 9월 금융감독원에 대한 국정감사가 실시되면서 대우조선해양의 부실경영과 산업은행 및 금융감독원의 관리감독의 적정성에 대한 질타가 이어졌다. 그 국정감사장에서 전 현직 대우조선해양의 대표이사 두 사람이 한 목소리로 주장한 것이 있다. 바로 이 말이다.

“대우조선해양에 부실경영은 일부 있었으나 분식회계는 전혀 없었다. 다만 3조원 손실을 발표하고 결산내용을 수정하게 된 경위는 현 대표이사가 취임 후 2주간 외부컨설팅 의뢰하여 받은 결과이다.”

산업은행 회장과 금융감독원 원장도 분식회계 의혹이 있으면 감리하겠다는 아주 원론적인 답변으로 넘어가려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국정감사장에서 말한 두 대우조선해양 대표이사의 발언이 너무나 비상식적이고 국민을 우롱하는 것으로 판단되어서, 저런 엉터리 거짓을 함부로 말하지 못하게 하려면 분식회계 추방연대가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금융감독원 공시자료와 언론보도 내용을 기준으로 2015년 9월 말부터 분식회계 여부에 대해 분석을 시작하였다.

비정상적인 미청구채권 과다와 영업이익과 영업활동 현금흐름이 상반된 결과를 보고나서 15년 10월 말 분식회계 결론을 어렵지 않게 내릴 수가 있었다. 그러나 그 결론을 가지고 열흘 정도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과연 이것을 신고해야 하나? 등등~

2015년 11월 10일 금융감독원에 해당 내용을 신고하고 나서 진행과정을 지켜보니 갑갑하기 짝이 없었다. 진행과정은 다음과 같다.

2015년 11월 15일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회계감리를 이번 주 검토

2015년 11월 18일 대우조선해양 감리착수 빠르면 이달 말에 할 듯

2015년 12월 1일 분식회계 눈 감은 회계대표 및 감사에 해임 권고

2015년 12월 10일 대우조선해양 감리착수 빠르면 이달 말 예정

2015년 12월 30일 수 조원 분식회계 의혹 대우조선해양 감리착수

2016년 2월 16일 금융감독원 수주산업 회계투명성 제고방안 설명회

2016년 4월 22일 대우조선해양의 2013년과 14년 재무제표 수정

2016년 4월 26일 금융감독원 대우조선 회계감사법인 변경

2016년 6월 8일 검찰에서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압수수색 실시

2016년 6월 9일 부실산업 구조조정 방안 발표 <12조원 지원>>

이제 정부는 부실해진 국책은행과 한국은행까지 참여한 지원방안을 마련하고 조선산업의 구조조정 방안을 발표하였다. 만약 분식회계 수정 후의 -7000여억원의 영업이익 발표가 진즉 있었다면, 조선업 구조조정이 조금 더 빨리 진행되지 않았을까. 그러면 지금 모습보다는 조금 더 좋아지지 않았을까.

누가 일을 이렇게 어렵게 만들었나. 분식회계와 부실사업을 지시한 사람을 철저히 가려내 일벌백계로 삼아야 한다.

<필자 약력>
현 분식회계추방연대 대표, 전 현대엔지니어링 재경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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