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비즈니스저널 “롯데 형제의 난은 몰락한 세이부그룹 연상시켜”

신동빈 회장 <사진제공=뉴시스>

[월요신문 유은영 기자] 검찰의 롯데그룹 수사를 일본 언론은 어떻게 보고 있을까. 일본 언론은 한국 언론 못지않게 ‘롯데수사’를 비중있게 다루고 있다. 그 예가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에 관한 기사다.

10일, 신동주 전 부회장은 ‘롯데 경영정상화를 구하는 모임’의 일본어 사이트를 통해 “한국 검찰의 가택수색은 신동빈 회장 중심의 현 경영체제에 중대한 문제점이 새롭게 나타난 것”이라고 주장했다. 신 전 회장은 이어 “현 상황은 롯데그룹의 사회적 신용과 기업가치가 훼손되는 심각한 사태다”라며 경영정상화를 위해 긴급회의의 장을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신 전 부회장이 일본어 성명을 발표한 것은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회의 지지를 끌어내는데 목적이 있다고 일본 언론은 분석했다. 작년 7월, 경영권 분쟁 발생 후 열린 주주총회에서 신 전 부회장은 이사회의 지지를 얻지 못해 신동빈 회장에 완패한 바 있다.

롯데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서 있는 일본 롯데홀딩스는 신동주 신동빈 개인주식이 각각 1.6%, 1.4%에 지나지 않는다. 이사회가 지배하는 종업원지주가 과반수를 넘는 주식을 가지고 있고, 이사회의 협력이 없으면 회사를 지배할 수 없는 구조다.

일본 언론이 본 롯데 수사

일본 언론은 롯데 형제의 난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일본에선 신격호 일가의 폐쇄적 경영행태를 비판하는 여론이 우세하다. 특히 일본 비즈니스 저널은 ‘일족 경영’의 한계에 대해 꼬집었다. 형제간의 경영권 싸움의 원인이 폐쇄적인 일족 경영에 의한 것이고 이로 말미암아 회사 전체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

비즈니스 저널은 롯데그룹이 비상장회사이므로 경영 투명성이 결여돼 있다는 점을 꼬집었다. 롯데 홈페이지를 통해서도 기업정보에 관한 의미 있는 정보를 입수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또 의결권에 기초한 주주구성이 광륜사 31.5%, 종업원지주회 31.1%, 임원지주회 6.7%, 관계회사 15.6%로 되어 있는 것은 신격호 일가의 ‘밀실 경영’ 실태를 여지없이 보여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비즈니스 저널은 이어 “캐스팅보트를 쥔 종업원들은 현 상황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취재하려고 했으나 거절당했다”라고 전했다. 종업원조합지주회는 근속 10년 이상 된 롯데 그룹 각 회사의 관리직과 종업원지주회가 입회를 승인한 약 130인으로 구성되어 있다. 종업원조합이라는 이름뿐 어용조합(御用組合, 자주성을 잃고 사용자의 앞잡이가 되어 움직이는 노동조합)의 색채가 짙다고 평가했다. 종업원지주회 구성원들이 사용자의 ‘거수기’ 노릇을 할 수 있다는 것. 현재 종업원 지주회 의결권이 의장 1인에게 위임돼 있고, 그 의장이 신동빈 회장 측 인물인 쯔쿠다 다카유키(佃 孝之) 일본 롯데홀딩스 사장 측 인사라는 것이다.

이어 비즈니스 저널은, 롯데관계자의 말을 빌려 “쯔쿠다 사장 등 현 경영진이 신동빈 회장을 이용해 신격호 일가를 롯데로부터 방출시키기 위해 작업하는 것은 아닌가”라는 의견도 있다고 전했다. 여차하면 신동빈씨도 방출되고 롯데는 더 이상 신격호 일가의 것이 아니게 될 수 있다”는 것. 비즈니스 저널은 또 “향후 롯데는 쯔쯔미(堤) 일가가 세이부(西武) 그룹을 잃은 것과 같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덧붙였다.

세이부 그룹은 가족기업의 문제를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로 평가받는다. 백화점, 철도 건설, 레져 등 다양한 분야에 진출했던 세이부 그룹은 한때 ‘세이부 왕국’으로 불릴만큼 유명했다. 그러나 2004년 유가증권보고서를 허위로 작성한 사실이 들통나며 핵심사업인 세이부 철도가 상장폐지 되는 시련을 겪는다. 연이어 각종 불공정 행위와 비리사실이 추가로 터지며 세이부 그룹은 몰락을 맞이했다. 일본 언론은 세이부 몰락 이유로 오너 일가의 폐쇄적 경영을 꼽았다. 세이부 그룹의 실체가 베일에 가려진 채 ‘비밀 왕국’으로 불릴 만큼 불투명하게 운영돼 왔다는 것. 심지어 회장이 독단적으로 중요 결정을 내려 이사회를 열 필요조차 없었다는 임원진들의 증언도 있었다.

롯데그룹 신격호 일가도 세이부 그룹과 판박이라는 지적이다. 롯데그룹은 최근 검찰 수사를 통해 여러 가지 비리와 불법 경영 사례가 드러나고 있다. 일본 언론은 이 점을 빼놓지 않고 주요 뉴스로 보도하고 있다. 창업주 신격호가 60여년에 걸쳐 쌓은 롯데왕국이 자칫 한국과 일본에서 동시에 무너져 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관건은 검찰 수사다. 신동빈 회장이 무거운 형사 처벌을 받게 되면 일본 롯데홀딩스의 지지를 잃을 가능성이 있다. 이는 신동주와 쯔쿠다 다카유키에겐 절호의 기회다. 일본 비즈니스 저널이 전한 보도가 설득력 있게 다가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저작권자 © 월요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