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6월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대강당에서 '학교 전담 경찰관 발대식'이 열린 가운데 참석한 경찰관들이 결의문 선서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월요신문 유은영 기자] 부산의 학교전담 경찰관 두 명이 담당학교 여고생과 부적절한 관계를 가진 사실이 드러나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문제의 경찰관은 아무런 징계절차 없이 사표가 수리돼 소속 경찰서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같은 사실은 24일 전직 경찰간부 장모씨가 SNS를 통해 관련 사실을 알리며 밝혀졌다.

그는 “부산의 30대 경찰관 2명이 최근 은밀하게 사표를 제출했고, 의원면직됐으나 이들이 여고생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어 오던 중 관련자가 이 사실을 알고 항의하자 문제가 발생할 것을 우려한 부산 경찰청이 이를 은폐하기 위해 비밀리에 의원면직 처리했다”고 폭로했다.

학교전담 경찰관은 학교폭력 근절을 위해 2012년 이후 선발 배치됐다. 이들은 학교를 주기적으로 방문하여 예방교육 및 상담, 선도 등을 전담한다. 보통 학교전담 경찰관 1인당 10-20개 내외의 학교를 전담한다.

문제가 된 경찰관 2인은 부산지역 학교전담 경찰관이다. 부산 A경찰서 소속 김모 경장과 부산 B경찰서 소속 정모 경장은 각각 자신이 담당하던 고등학교의 여학생과 부적절한 관계를 가졌다. 이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논란이 일자 A씨는 5월에, B씨는 6월 초에 각각 사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적으로 위의 사례는 사표 수리를 보류하고 징계절차에 들어간다. 국가공무원법 제78조의4는 공무원이 퇴직을 희망하는 경우에 임용권자가 징계사유가 있는지 여부를 감사원과 검찰, 경찰 그 밖의 수사기관에 확인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징계사유는 ▲국가공무원법에 따른 명령을 위반한 경우, ▲직무상의 의무(다른 법령에서 공무원의 신분으로 인하여 부과된 의무를 포함한다)를 위반하거나 직무를 태만히 한 때, ▲직무의 내외를 불문하고 그 체면 또는 위신을 손상하는 행위를 한 때다.

부산경찰청은 사표 제출 후 형사사건 연루 여부 등을 조사했으나 별다른 문제가 없어 수리했다는 입장이다. 해당 경찰서에서 부적절한 처신에 대한 보고가 없었다는 것.

이들은 현재 ‘민간인’ 신분이다. 따라서 ‘공무원’ 신분으로 받게 되는 별도의 ‘징계’는 없다. 또 사표가 문제없이 수리됐기 때문에 퇴직금 등에 있어서도 아무런 불이익을 받지 않는다. 그렇다면 ‘민간인’인 이들에 대한 별도의 형사 처벌은 가능할까.

경찰관계자들은 “해당 여고생이 만14세 미만 형사미성년자가 아니기 때문에 성관계한 것만으로는 처벌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의제강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 우리 형법 제305조에 따르면 13세 미만의 아동에 대해서는 폭행·협박이나 위계·위력 등이 없이 합의하에 성관계를 가졌다 해도 강간죄에 준해 처벌받을 수 있다. 그러나 이번 사건에서는 상대 학생들이 17세의 여고생이기 때문에 이 조항이 적용되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여고생들이 강제적인 성관계를 주장하지 않는 이상 이들의 형사 처벌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앞서 2015년에도 이와 유사한 사례가 있었다. 경기 C고등학교 교사 D씨가 여제자 E와 성관계를 맺은 사건이다. 그러나 B 교사는 형사처리 되지 않고 국가공무원법상 품위유지의무 위반중징계 여부만 논의됐다. 당시 교육당국은 “D교사가 E양과 서로 좋아하는 감정이 있었다고 진술했고, E양 역시 교사의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의사를 밝혔다. D교사와 E양이 주고받은 SNS 내역 등도 위력이나 강제에 의한 성관계가 아니라는 것을 뒷받침했다”며 처벌이 어렵다는 결론을 내린 바 있다.

미성년자와의 부적절한 관계에 대해 법적인 처벌이 필요하다는 입장도 있다. 2012년, 국회에서는 미성년자 의제강간 연령을 16세로 높이는 형법 개정안이 발의된 바 있었다. 만13세 이상의 미성년자도 간음이나 강제추행의 의미를 알고 동의할만한 능력을 갖추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이들의 성적자기결정권을 보호하기 위해 연령을 상향조정하겠다는 내용이었다. 특히 가해자가 신뢰관계에 있는 사람인 경우에는 그 연령을 19세 미만의 사람까지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이에 대한 반론이 만만찮아 개정안은 폐기됐다. 반론을 제기한 쪽은 “사회 환경 변화에 따른 미성년자의 성의식 수준을 고려해야 한다”라거나 “나이를 올릴 경우 과잉 처벌이 우려된다”며 반대 의사를 밝혔다.

문제의 경찰관에 대해 제대로 조사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법조계의 한 인사는 “상대 여고생이 미성년자가 아니어서 처벌이 어렵다는 의견이 있지만 다른 측면도 봐야 한다. 폭력이나 대가를 전제로 성관계를 했다면 위계에 의한 처벌이 가능하다.”라고 말했다. 부산경찰청은 아직 이 부분에 대해 조사를 하지 않고 있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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