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사진제공=뉴시싀>

[월요신문 허인회 기자] 지난 24일, 영국의 브렉시트 국민투표가 EU 탈퇴로 결론나면서 EU 공동체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이번 투표 결과를 두고 이탈리아 존 카보트 대학 프랑코 파본첼로 교수는 “영국이 실제로 탈퇴한다면, 유럽의 분열, 더 나아가 해체의 위험성이 점점 증가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브렉시트가 현실화되면서 EU도 다급해졌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 마테오 렌치 이탈리아 총리는 27일 베를린에서 브렉시트 관련 긴급회동을 갖는다. 28. 29일에는 벨기에 브뤼셀에서 영국을 포함한 28개 EU 회원국들이 모두 모여 영국의 EU 탈퇴 대책 회의를 가질 예정이다.

일각에서는 브렉시트를 계기로 EU의 미래를 재설정해야한다고 주장한다. 근본적인 변화를 통해 EU에 반발하는 독립주의자나 포퓰리스트들을 설득시켜야 한다는 의견과 더 강한 통합을 위해 단호하게 밀고 나아가는 것이 해결책이라는 의견이 충돌하고 있는 상황이다.

강경파에 속하는 마테오 렌치 총리는 “브렉시트는 EU의 프로젝트를 다시 실행시킬 수 있는 흥미로운 기회가 될 것이다. EU는 더 이상 부채 탕감보다 경제 성장과 일자리 창출에 초점을 맞출 시간이 됐다”고 EU 정책의 대변환을 주장했다.

EU가 영국 없이 결속력을 갖고 미래를 재설정하기 위해서는 회원국간 대화와 장기적인 협상이 불가피하다. 하지만 EU의 내부 사정은 간단치 않다. 당장 렌치 총리의 운명은 오는 10월 헌법개정안에 대한 국민투표에 결정되며 메르켈 총리와 올랑드 대통령도 내년 가을 총선을 앞두고 있다.

이 가운데 지난 26일 스페인 총선이 치러졌다. 결과는 중도 우파 국민당이 32.7%의 득표율로 1당, 137석을 차지했다. 눈에 띄는 결과는 반(反) 긴축 극좌 정당인 포데모스(Podemos)가 71석을 가져간 것이다. 포데모스는 경제 위기와 긴축 정책, 부패에 분노한 젊은이들이 2011년 '분노한 사람들'(Indignados) 시위를 벌인 뒤 만든 정당으로, 작년 12월 총선에서 약진하며 국민당과 사회당의 30여 년 양당 체제를 무너뜨렸다. 이번 총선에서 포데모스는 스페인의 은행 구제금융 채무 경감을 위한 국제채권단과 재협상을 주장하고 반부패와 긴축 반대를 내세웠다.

포데모스의 약진으로 스페인 국민들의 반 EU 정서가 상당하다는 사실이 입증됐다.

유럽 여러나라에서 반 EU 정서가 확산되면 EU 지도부 역할을 맡아온 메르켈, 올랑드의 입지가 좁아질 수밖에 없다. 브렉시트 투표 결과를 놓고 “브렉시트가 전 세계에 물음표를 가중시켰다”며 우회적으로 비판한 올랑드 대통령의 상황은 더 안 좋다. 현재 국정지지도가 15%에 머물고 있기 때문. 이를 타개하고자 그는 지난 주말, 자신의 정치적 숙적인 니콜라스 사르코지 전 대통령과 극우정당 국민전선의 마린 르펜 대표를 엘리제궁으로 불러 현안에 대해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르펜 대표는 프렉시트(Frexit, 프랑스의 EU 탈퇴)를 제안했지만 올랑드가 거절했다는 후문이다.

안보 측면에서도 발등의 불이 떨어진 상태다. 영국은 그동안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리더를 자처하며 EU 내 NATO의 역할을 강조해왔다. 그런만큼 영국이 EU를 탈퇴하면 NATO의 군사 운용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지난 24일,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브렉시트로 인해 앞으로 EU에 균열이 생긴다면 유럽은 러시아의 영향력에 취약해지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또한 힘을 잃을 것”으로 전망했다.

프랑코 파본첼로 교수는 아예 EU의 재구성을 제안했다. 그는 “EU 창설국인 벨기에,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룩셈부르크, 네델란드가 주축이 되는 새로운 강한 조직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6개 국가들을 안보리 상임이상국 개념으로 격상시키자는 의미다. 하지만 다른 EU 회원국들이 동의할지는 미지수다.

메르켈 총리는 일단 차분한 정면 돌파를 선언했다. 그는 “영국에게 EU 탈퇴 일정과 탈퇴 협상 절차를 명백히 밝히라고 요구하겠다”고 밝혓다. 이는 브렉시트에 따른 불확실성을 없애고 향후 영국과의 협상에서 최대한 투명성을 확보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반면 독일 연방의회 외교위원장인 노르베르트 뢰트겐은 “반 EU 정서를 선동해 인기를 얻고 있는 자들을 방치하면 그들은 훨씬 더 강해질 것이고, 유럽의 균열은 계속될 것”라고 경고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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