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네이버 TV캐스트 광고 캡쳐>


“지난 봄, 누군가 나에게 물었다. 당신이 어릴 때 슬픔과 가까워지는 경험을 했느냐고.”

한강, <흰> 중

 

[월요신문 김혜선 기자] 맨부커상 수상으로 주목을 받은 소설가 한강(46세)이 네이버 TV캐스트를 통해 최신작 <흰>을 쓰게 된 계기를 전했다. 28일 오후 2시에 시작한 대담은 신형철 문학평론가와 함께 ‘한강에게 흰을 묻다’라는 주제로 진행됐다. <흰>은 시와 산문의 형식을 빌린 소설로, 65개의 ‘흰 것’에 대한 짧은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대담을 통해 한강은 ‘소설 <흰>은 2014년도 5월에 <문학이야기>라는 팟캐스트에서 던져진 질문에 대한 답’이라며, ‘당시 답변을 할 때는 백구 이야기를 했지만, 실은 태어나서 두 시간을 살다가 죽은 언니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서 ‘비슷한 시기에 흰 것에 대한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 흰 것에 대한 이야기와 언니의 이야기가 겹쳐지며 만들어진 것 같다’며 집필 동기를 밝혔다.

또한 한강은 “2013년도 여름에 한 폴란드 번역가와 차를 마시다가, 폴란드 바르샤바로 와서 한 계절 묵고가라는 청을 받았다. <소년이 온다>를 내고 나면 어딘가로 가면 좋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승낙했다. 북극이었어도 갔을 것 같다. 나중에 알고 보니 우리나라와 비슷한 슬픔을 가진 도시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미처 쓰지 못했던 흰 것의 목록을 떠오르게 되고, 언니에 대해서도 생각이 났다. 이 도시를 닮은 죽음을 써야 한다면, 그건 ‘언니’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날 한 독자는 “경제적 문제 등으로 글쓰기를 포기하고 싶었을 때가 있었느냐. 그런 생각이 들었을 때 어떻게 극복했느냐”는 질문을 던졌다.

이에 한강은 “경제적으로 허락되지 않을 때가 있지만 일을 하고 틈틈이 시간을 내 글을 썼다.체력을 비축했다가 힘이 나면 또 썼다. 스스로 ‘잘 쓸 수 있을까’ 하는 회의가 가장 큰 적이고 장애물이었다. 그럴 때마다 글 쓰는 게 너무 절박하고 간절하단 사실을 먼저 기억하려 했다. 그러다보면 결과를 생각하지 않고 조금씩 쓸 수 있었다.”고 말했다.

신형철 평론가는 “많은 분들이 알지만 한동안 손가락이 아파 글을 못 쓸 때도 있었다”고 궁금해하자 한강은 “그땐 안 움직이려 했다”며 “지금은 괜찮다”고 대답했다.

이 날 대담에서는 맨부커상 수상작인 <채식주의자>도 언급됐다. 10년 전 작품인 <채식주의자>를 지금 쓴다면 어떨 것 같은가라는 질문에 한 작가는 “지금 쓴다면 결코 그런 방식으로 쓰기 어려웠을 것 같다. 전체적으로 장을 배열하고, 어떤 질문을 던질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긴 하지만 막상 소설이 시작되면 그때그때 싸움이 된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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