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테슬라 모델 S. <사진출처=테슬라 홈페이지>

[월요신문 허인회 기자] 승승장구하던 테슬라에 악재가 생겼다. 테슬라 ‘모델S’ 전기자동차의 운전자가 자동주행 모드 중 트레일러와 충돌해 사망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기 때문. 테슬라는 30일(현지시각) “미국 고속도로교통안전청(NHTSA)에 사고 내용을 통보했고, NHTSA가 예비조사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사고는 지난 5월 플로리다주 윌리스턴에서 발생했다. 예비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옆면이 하얀색으로 칠해진 대형 트레일러 트럭이 테슬라 차량 앞에서 좌회전하면서 두 차량은 충돌했고 그 과정에서 테슬라 운전자가 사망했다.

테슬라는 “운전자와 자동주행 센서 양쪽 모두 트레일러의 하얀색 면을 인식하지 못했고 브레이크를 작동시키지 않았다. 사고 당시 '밝게 빛나고 있던 하늘'이 배경에 깔려 있어 운전자나 자동주행 센서가 트레일러의 하얀색 면을 인식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테슬라는 “사고는 '비극적 손실'이었으며 자동주행 모드가 작동되고 있는 상태에서 발생한 첫 사망사고”라고 밝혔다.

자율주행 사고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구글이 개발 중인 자율주행차는 지난 6년간 약 330km를 주행하면서 17차례의 작은 사고를 겪었다. 이 중 자율주행차의 과실로 일어난 사고는 지난 2월에 캘리포니아에서 발생한 접촉사고, 단 1건이다. 일반인이 참여한 도로주행 시험을 마친 구글은 내년 자율주행차 출시를 계획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 자동주행 중 발생한 사고가 있을까. 도로교통공단과 경찰청에 문의한 결과, 아직까지 자동주행으로 일어난 사고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로교통공단 관계자는 “자동주행 시스템이 도입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황이고, 사고 조사 통계항목에도 아직 자동주행과 관련된 내용은 없다”고 밝혔다.

경찰청 관계자는 “아직까지 자동주행 중 사고가 났다고 보고된 부분은 없다. 하지만 자율주행차가 완전히 궤도가 오른 뒤 유의미한 수치가 보고되면 통계항목에 추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과실부분에 대해서는 “현재 자율주행 기술력은 운전대에서 손을 놓는 정도다. 운전자가 손발을 떼고 전방을 주시할 필요가 없는 기술력 수준은 아니기 때문에 자동주행 중이더라도 여전히 운전자는 전방주시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구글처럼 자율주행만을 위해 차량을 제작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현재 대부분의 자동차제조사들은 자동주행 모드를 앞 다퉈 신차에 적용시키고 있다. 자율 주행 제어시스템이 정식 명칭인 이 기술은 운전자의 안전과 편의 향상이 목적이다. 나아가 운전자의 조작이나 별도의 지시없이 주행환경을 인지하고 주행 궤적을 스스로 결정하는, 무인 자율주행이 궁극적인 목표다.

하지만 자율주행의 안정성 문제는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이번 테슬라 사고처럼 차가 주변 환경을 잘못 인식했을 때 사고가 날 확률이 커진다는 것이다. 차량 보안 문제도 있다. 차가 해킹을 당해 운전자가 차량을 제어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 반론도 존재한다. 미국 IT전문잡지 와이어드(Wired)는 “매년 미국에서 3만 명이 차 사고를 사망하고 수백만 명이 다친다. 현재 인간이 운전하는 자동차 사고의 90%는 운전자 과실로 발생한다. 로봇이 운전자를 대체한다면 이 수치는 떨어질 것이다. 로봇은 절대 피곤하지도, 화나지도, 술을 마시지도, 주의가 산만해지지도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의 의견도 크게 다르지 않다. 현대자동차 인간편의연구팀 최서호 박사는 지난 29일 열린 '2016정보통신기술 융합포럼'에서 “전 세계적으로 연 130만 명이 자동차 사고로 사망하고 있으며 이에 따른 사회적 비용이 연 318조에 이른다. 자율주행 자동차가 오히려 이러한 인명 피해와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자율주행 자동차 기술 보급이 활발해지기 위해서는 센서 기술 및 인지 기술 발전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이경수 교수는 “센서 특성상 인지 범위가 제한되어 있기에 차량 주변에 미인지 영역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이는 차량 안전을 향상시키기 위한 목표 경로 및 거동을 결정하는데 한계가 있음을 의미한다. 때문에 센서 성능을 향상시키는 동시에 미인지 영역을 보완하기 위해 차량 간 통신, 혹은 차량과 인프라간의 통신을 활용하기 위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돼야 한다. 아울러 주변 주행 환경 정보를 효과적으로 얻을 수 있도록 환경 센서들로부터 제공되는 데이터들의 퓨전 전략을 개발하고 연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법률적인 보완이 필수적이라는 지적도 있다. 전문가들은 2020년에는 레벨3등급에 해당하는 자율주행 기술이 양산될 것으로 보고 있다. 레벨3 자율주행 기술이란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에서 정의한 자율주행기술 단계 중 하나로, 차량의 조향, 제동, 가속 등이 모두 자동화될 뿐만 아니라 감시 및 제어 기능까지 갖춘 상태를 가리킨다. 쉽게 말해 운전자가 손발을 전혀 쓰지 않고 심지어는 눈을 감고 있어도 되며, 특정 상황 시에만 개입하면 되는 단계다. 현재 우리나라는 레벨3등급의 자율자동차 사고가 발생했을 때 법적 책임 소재 등 현행법으로 적용할 수 없는 부분이 많다. 이에 전문가들은 “법 제정을 통한 제도적 뒷받침 등 다양한 과제를 해결해야 자율주행이 정착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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