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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신문 허창수 기자] 이건희 회장의 사망설이 또 한 번의 해프닝으로 끝났다. 지난 30일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사망했다’는 소문이 SNS를 중심으로 빠르게 퍼지면서 삼성물산 주가가 한 때 전날 종가 대비 8.51%까지 오른 것을 비롯해, 삼성SDS와 삼성생명도 각각 7.61%와 5.55%까지 상승했다. 하지만 삼성이 “이 회장의 사망설은 전혀 사실무근이다”라고 밝히면서 요동쳤던 삼성그룹 계열사 주가도 하루 만에 약세로 돌아섰다.

이를 두고 일부 언론에선 ‘시세조작을 노린 작전세력이 개입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대표적인 것이 공매도 숏커버링(매도 청산) 물량의 영향으로 삼성그룹 계열사들의 주가가 급등했다는 주장이다. 공매도란 주가가 내려갈 것으로 예상되는 주식을 빌려서 팔고 주가가 내려갔을 때 다시 사서 되갚는 방식이다. 반면 숏커버링이란 주식시장에서 빌려서 판 주식을 되갚기 위해 다시 사는 환매수를 말한다. 공매도 이후 주가가 하락하면 싼 가격에 사서 돌려줌으로써 차익을 챙길 수 있지만 예상과 달리 주가가 상승할 때는 손실을 줄이기 위해 주식을 매수해야 한다. 대체로 공매도는 주가 하락을 유발하지만 숏커버링은 주가 상승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에 작전세력 개입설을 주장하는 입장에서는 “30일부터 공매도 공시제도가 시행되면서 공시를 하지 않기 위해 숏커버링에 나선 투자가들이 늘어 주가가 급등했다”는 주장과 함께 “공매도 세력이 환매수에 앞서 삼성전자 등의 주가를 떨어뜨리기 위해 루머를 퍼뜨렸으나 시장이 오히려 반대로 움직여 작전에 실패한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제기됐다.

작전세력 개입설은 사실일까? <월요신문>은 이건희 회장 사망설이 퍼진 이후 삼성그룹 계열사 주가가 급등한 자세한 배경을 파악하기 위해 금융감독원 박은석 자본시장조사1국장과 통화했다. 박 국장은 “주가 상승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다양하기 때문에 삼상그룹 계열사 주가 상승이 ‘사망설’과 직접적 연관성이 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다만 두 사건이 시기적으로 맞물려있기 때문에 시세변동이 어떻게 이뤄졌는지 살펴볼 필요는 있다고 판단했다. 일부 언론에서 보도된 바와 달리 현재까지는 작전세력이 개입했다고 판단할 만한 근거는 발견되지 않았다. 루머의 근원지 역시 확인된 바가 없다. 일단은 주가변동 상황을 살펴보는 중이다”라고 말했다.

미래에셋증권 이광수 에널리스트의 견해도 들어봤다. 이 에널리스트는 삼성그룹 계열사 주가 급등과 관련해 “이재용 부회장이 지분을 가지고 있는 회사가 잘 될 것이라는 기대심리가 작용했다고 본다. 현재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핵심에 해당하는 지분을 상당량 보유하고 있다. 만약 이번 루머가 현실화 된다면 삼성물산이나 삼성SDS 등의 주가가 상승하는 주된 이유가 된다고 본다. 이재용 시대로 돌입하면 이재용 부회장이 보유한 지분이 많은 삼성 계열사들이 그룹 내 중요한 회사가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반면 이 에널리스트는 공매도 세력 등 작전세력 개입 가능성에 대해서는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 이 에널리스트는 “일반적으로 전문가들은 뉴스나 루머를 통해 특정 종목의 주가를 움직인다는 주장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다. 물론 규모가 작은 종목에서는 가능할 수도 있지만 삼성그룹 계열사들의 경우 규모가 크기 때문에 불확실성이 크다. 예컨대 규모가 작은 종목의 경우 특정 뉴스를 통해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 수 있는 확률이 90%라면 시가총액이 큰 대기업들은 그 확률이 60% 미만으로 떨어진다. 만약 주가조작 세력들이 사망설 루머를 통해 시세차익을 얻으려 했다면 그만큼 리스크가 컸을 거란 얘기다”라고 말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루머로 인한 주가 급등락으로 손실을 보는 선의의 투자자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삼성 측이 이 회장의 상태를 적극적으로 공개해 루머 출현 가능성을 차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2014년 5월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이 회장은 현재 2년 넘게 삼성서울병원에서 입원 치료 중이다. 하지만 삼성 측은 “건강이 호전되고 있다”는 식의 발표에 그칠 뿐 이 회장의 병실을 공개한 적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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