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이라크전 진상조사위원회 7년 조사 끝에 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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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신문 김윤진 기자] 2003년 이라크전쟁 당시 영국 참전의 잘잘못을 조사한 ‘칠콧 보고서’가 6일 공개됐다. 영국 원로정치인 존 칠콧 이라크전 진상조사위원장과 5명의 위원들이 참여해 작성된 이 보고서에는 영국의 이라크 참전 결정이 토니 블레어 전 총리의 오판에서 비롯됐다는 게 요지다.

칠콧 위원장은 보고서를 발표하며 “영국의 이라크전 참전 명분이었던 사담 후세인 정권의 대량살상무기(WMD) 위협에 대한 명확한 판단 근거는 없었다”고 밝혔다. 칠콧은 또 “그 외에도 후세인 정권으로부터 임박한 위험요소가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그러나 (영국) 정부는 평화적인 수단 대신 최후의 수단인 군사작전을 결정했다”며 토니 블레어 전 총리를 비판했다.

위원회는 2002년 6월 블레어 전 총리가 미국의 조지 부시 대통령에게 “어떤 일이 일어나더라도, 나는 당신과 함께 할 것이다”라고 보낸 비밀 메모를 입수한 사실도 공개했다. 블레어가 보낸 메모는 이라크 전쟁 발발 1년 전부터 이라크 문제에 대해 부시 대통령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왔음을 반증한다. 실제로 당시 블레어 전 총리는 임기 내내 부시 전 대통령의 대외 정책을 지지하며 ‘부시의 푸들’이라는 오명에 시달렸었다.

칠콧 위원장은 보고서 발표 기자회견장에서 기자들이 “조사 기간이 길어진 이유가 뭐냐. 위원회가 정치권의 압력 때문에 조사 활동이 길어졌느냐”는 질문에 "이라크전 이전인 2001년부터 2009년까지 일어난 일들을 바닥까지 살펴야 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위원회의 진상 발표 뒤 블레어 전 총리는 기자회견을 갖고 "당시 있었던 어떠한 실수에 대해서라도 모든 책임을 지겠다. 하지만 나는 참전이 영국에 최선의 이익이 된다는 신념을 갖고 결정을 내렸다. 이라크 참전을 결정하는 과정에 어떤 '비밀계약'이나 거짓, 조작 등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한 기자가 '이라크 전쟁으로 목숨을 잃은 영국 군인 가족들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고 거짓이 없었다고 분명하게 말할 수 있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블레어는 현장을 녹화하던 TV 카메라를 정면으로 바라보며 “나는 이 나라를 속이지 않았다”라고 강하게 부인했다.

칠콧 보고서는 9년치 정부문서 15만건을 분석하고 블레어 전 총리를 포함, 관련자 150여명의 증언을 토대로 작성되었다. 보고서는 총 12권이며, 조사 비용은 1천만파운드(원화 약 150억원)가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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