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개월 아이를 들이받은 '나이트스코프'의 경비로봇 K5. <사진출처=나이트스코 홈페이지>

[월요신문 허인회 기자] 로봇이 사람을 공격한다. 영화가 아니라미국에서 실제로 이런 일이 발생했다.

지난 7일, 미국 실리콘밸리 한 쇼핑몰에서 높이 1.5m, 길이 91cm, 무게는 136kg의 경비로봇 ‘K5'가 생후 16개월 된 아기를 친 일이 일어났다. 이 경비로봇은 부모와 함께 걸어가던 아기 하윈 쳉을 들이받았다. 그 충격으로 쳉은 넘어졌다. 로봇은 멈추지 않고 아기의 발 위를 밟고 지나갔다. 다행히 쳉의 아버지가 아이를 잡아채 큰 화는 면했지만 찰과상과 다리가 부어오르는 부상을 입었다.

수상한 활동 감시 목적으로 지난해 이 쇼핑몰에 도입된 로봇은 당시 카메라와 센서를 장착한 상태였다. 쇼핑몰이 경비 로봇을 배치한 이유는 수상한 활동 감시 목적이었다. 하지만 이전에도 로봇은 엉뚱한 사람을 들이받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이번 사고로 로봇개발업체 ‘나이트스코프’는 로봇을 회수하고 사고 원인을 조사 중이다.

로봇을 포함해 인공지능 기능이 향상되면서 실생활에서 다목적으로 쓰이고 있다. 문제는 이에 따른 사고도 늘고 있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최근 발생한 테슬라 사고다. 지난 5월, 테슬라의 자동주행 모드를 실행하고 영화를 보던 운전자가 트레일러와 충돌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한 것. 테슬라는 “사고 당시 밝게 빛나고 있던 하늘이 배경에 깔려 있어 운전자나 자동주행 센서가 트레일러의 하얀색 면을 인식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7월에는 독일 폭스바겐 공장에서 로봇에 의해 직원이 사망한 사고가 발생했다. 직원이 고정식 로봇을 설치하던 중 갑자기 로봇이 직원을 붙잡아 금속판에 밀어붙인 것. 가슴에 심한 타박상을 입은 직원은 급히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국내에서는 로봇청소기로 인한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 2월, 50대 여성의 머리카락이 로봇청소기에 빨려 들어간 것. 당시 이 여성은 로봇청소기 작동 후 바닥에 누워 휴식을 취하다 갑자기 머리카락이 빨려 들어가는 봉변을 당했다. 사고 사실이 알려지자 미국, 영국 등 해외 언론은 ‘디스토피아적 미래’라며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가디언은 “한국이나 일본처럼 바닥에서 앉고 자는 문화권에선 로봇청소기의 ‘분노’에 취약하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유아나 애완동물이 로봇청소기로 인한 사고를 당하지 않도록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앞서 소개한 사건들은 로봇이 주변환경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해 일어난 사건이다. 로봇과 협업을 하다 문제가 발생한 경우도 있다. 수술용 로봇 회사 ‘인튜이티브 서지컬’은 자사의 로봇 ‘다빈치’를 이용한 수술 중 발생한 부상 및 사고 700여건을 숨기고 책임 보험에 가입해 보험사들로부터 소송을 당했다. 로봇 수술은 정밀수술이 가능하고 절개 부위가 작아 환자의 회복이 빠르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수술 중 사고가 발생했을 때 책임 소재가 불분명하다는 단점이 있다. 이에 따라 의사, 병원, 로봇 제조사간 법적 책임 공방도 늘어날 전망이다.

최근에는 로봇을 이용한 진압작전도 발생했다. 지난 7일, 댈러스 경찰은 백인 경찰 12명을 저격하고 5명을 사살한 저격범 마이카 존슨을 진압하기 위해 ‘폭탄 로봇’을 투입했다. 댈러스 경찰은 로봇의 팔에 폭탄을 실어 존슨이 있는 곳으로 이동시킨 뒤 리모컨으로 폭탄을 터뜨렸다.

데이비드 브라운 댈러스 경찰서장은 “다른 방법을 사용했더라면 경찰이 더 큰 위험에 처했을 것이다. 폭탄 로봇이 최후의 수단이었다”고 항변했지만 로봇 살인에 대한 논란이 거세다. 뉴욕타임스(NYT)는 “댈러스 사태가 치안 유지와 전투의 경계를 흐릿하게 만들었다”고 꼬집었다. 인권론자들 사이에서도 “로봇 사용에 따른 새로운 윤리의식과 법체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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