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러리 클린턴 후보. <사진출처=www.businessinsider.com>

[월요신문 허인회 기자]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후보와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전국 지지율 및 경합주에서 초접전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발표된 뉴욕타임스와 CBS방송의 전국 지지도 조사에서 힐러리와 트럼프는 각각 40%의 지지를 보였다. 불과 한 달 전 조사에서는 클린턴이 43%의 지지율로 37%의 트럼프를 6%p 차이로 앞섰다. 힐러리는 4월까지 트럼프와 10%p이상의 차이를 보였지만 그 격차가 점차 들어들며 결국 트럼프에게 동률을 허용한 것.

각 여론조사를 종합해 공개하는 리얼클리어 폴리틱스의 13일 발표에서는 힐러리 45% 트럼프 40.7%로 오차범위 내에서 힐러리가 앞선 것으로 조사됐다.

미국 대선은 전국 지지율이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주 선거결과에 따라 확보한 총 선거인단의 수가 중요하기 때문. 따라서 경합주에서 얼마나 승리하느냐에 따라 백악관으로 들어가는 길이 수월해진다.

문제는 경합주에서 꾸준히 앞서며 자신감을 보였던 힐러리가 최근 3개 경합주에서 트럼프에게 역전을 당한 것. 13일 공개된 퀴니피악대 조사에서 트럼프는 플로리다, 펜실베니아, 오하이오 3개주에서 힐러리를 앞섰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트럼프는 플로리다에서 지지율 42%로 클린턴 후보(39%)를 제쳤다. 1개월 전만 해도 클린턴 후보가 지지율 47%로 트럼프 후보(39%)를 앞섰지만 역전된 것이다. 자유당의 게리 존슨, 녹색당의 질 스타인 등 제3당의 후보들을 포함할 경우 트럼프와 힐러리의 지지율 격차는 더 커진다.

트럼프는 펜실베니아에서도 지지율 43%로 힐러리(41%)를 앞섰다. 오하이오에서는 트럼프와 힐러리가 지지율 41%로 동률을 이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3일 발표한 최근 여론조사결과는 조금 다르다. 여전히 힐러리가 근소하게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힐러리는 펜실베니아에서 45% 대 36%로 트럼프를 9%p 리드한 것으로 조사됐다. 다른 경합주인 오하이오에서도 같은 결과가 나왔다. 아이오와에서는 힐러리가 42%를 얻어 트럼프(39%)를 3%p 차이로 리드했다.

아이오와, 오하이오, 펜실베니아에서 특이한 점은 두 후보 모두 부정평가가 긍정평가보다 앞선다는 것. 아이오와에서 힐러리, 트럼프의 부정평가는 61%로 같다. 오하이오에서는 힐러리(62%)가 트럼프(61%)보다 비호감도가 높았다. 반면 펜실베니아에서는 트럼프(62%)가 힐러리(55%)보다 더 안 좋은 평가를 받았다.

두 후보 모두 부정평가가 높은 가운데, 남은 경합주에서 누가 얼마나 부정적인 평가를 떨쳐내느냐에 달려 있다. 이런 측면에서 트럼프가 유리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더 이상 부정적 평가를 받을 요소가 적기 때문이다. 그동안 트럼프는 여성, 이민자, 인종 비하 발언을 쏟아내며 온갖 비난을 감내해내면서 지지율을 확보했다. 이는 그만큼 트럼프 지지층이 공고하다는 반증이다.

반면, 힐러리는 위기에 처했다. 최근 '이메일 스캔들'에 대해 FBI가 불기소 결정을 내린 것이 여론의 역풍을 맞았다는 분석이다.

미국 ABC방송과 워싱턴포스트가 지난 12일 발표한 여론조사를 보면 미국인의 56%가 FBI의 결정을 ‘수긍하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수긍한다는 대답은 35%에 그쳤다.

CBS뉴스와 뉴욕타임스의 여론조사 결과는 더욱 좋지 않다. 지난 8일부터 12일 동안 실시한 전화 여론조사 결과 ‘힐러리가 부정직하며 신뢰할 수 없다’는 답변이 67%에 달했다 이는 한 달 전 FBI 수사 발표 전에 실시한 조사보다 5%p 증가한 수치다. 트럼프를 신뢰할 수 없다는 의견은 62%로 나왔다.

이와 관련 뉴욕타임스는 “힐러리가 과거 이메일 취급과 관련해 말을 바꾸고 정확하지 않은 설명을 했던 것이 유권자들에게 더 큰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트럼프의 3대 경합주 역전 결과를 발표했던 퀴니피악대 피터 브라운 여론조사기관장은 “클린턴 전 장관의 이메일 스캔들 불기소 결정과 여론조사의 확실한 상관관계는 증명할 수 없다. 다만 FBI의 결정으로 유권자들이 클린턴 전 장관의 도덕성과 정직성에 대한 의문을 품게 만들었다”고 밝혔다.

힐러리의 지지율 하락이 단순히 이메일 스캔들 때문만은 아니라는 분석도 있다. 흑백 인종의 갈등으로 인해 백인층의 결집이 트럼프 지지율 상승에 일조했다는 것이다. 트럼프가 역전시킨 펜실베니아, 오하이오가 백인 비율이 높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최근 미국에서는 백인 경찰 5명을 사살 마이커 제이비어 존슨 사건을 두고 인종갈등이 극에 달하고 있다. 백인들은 “최근 경찰의 흑인 사살에 분노했으며 백인, 특히 백인 경찰을 죽이고 싶었다”는 존슨의 발언에 분노하고 있다.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인종차별 시위에 불편한 백인층들이 트럼프에 대한 지지로 돌아섰다”며 트럼프 지지율 상승 원인을 분석했다.

줄리언 젤라이저 프린스턴대 역사학자는 “흑인 인권 운동이 전국적 양상으로 전개되면서 스스로 대우 받지 못하다고 생각하는 백인 계층 사이 감정적 공명이 일어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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