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인 사찰 재수사 공방

국무총리실 공직자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사찰 사건이 청와대의 이른바 '대포폰' 의혹으로 이어지면서 좀처럼 식을 줄 모른다. 특히 야권은 지난 민주당 이석현 의원의 발표로 이뤄진 청와대의 대포폰 사용에  당력을 모으며 검찰에 재수사를 요구하는 한편, 국정조사 카드를 꺼내들며 강한 압박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 당초, 민간인 사찰 사건의 대상으로 지목된 바 있는 한나라당의 일부 인사들도 청와대의 개입설을 강하게 제기하며 지도부의 재수사 불가 방침을 정면으로 반박하면서 말그대로 혼전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 민간인 사찰 사건에서 비롯된 청와대의 대포폰 사용 논란을 알아보고 각 정당, 정파들의 이해를 따져본다.
 
꺼질 것 같은 불씨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의혹에 의혹이 더해지면서 자칫 대규모 화재로 번질 기세다. 지난 국무총리실 공직자윤리지원관실에 의해 촉발된 이른바 ‘민간인 사찰 사건’ 당시, 청와대가 대포폰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진 ‘대포폰’을 두고 하는 말이다.
 
꺼진 줄 알았더니 대형화재 조짐
당초 논란은 총리실 산하, 공직자윤리지원관실이 금융 사기업을 운영해온 김모씨에 대해 수년간 사찰을 벌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시작됐다. 하지만 이 사건은 이미 지난 7월말, 불거져 관련자들이 검찰에 고발조치 되는 한편 국정감사 등을 통해 정부와 여권이 사실상 사건의 전말을 시인한 바 있다.
따라서 사건과 관련된 직접적인, 가부는 향후 검찰 수사나 당사자간 법정공방을 통해 마무리될 것으로 여겨져 왔다. 하지만 이러한 관측에도 불구, 사건은 이전과는 다른 전혀 새로운 사실이 밝혀지면서 재차 논란으로 떠올랐고, 급기야 야권이 총공격에 가까운 공세를 펼치면서 이전과는 크게 다른 정치쟁점화 된 것.
최근 벌어진 논란의 전모는 대략 이렇다. 윤리지원관실이 민간인에 대한 사찰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수시로 청와대에 보고를 올리며 고위층이 이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여기까지는 기존, 사찰 논란의 단면이다.
그러나, 민주당은 이어 지원관실과 청와대가 상호 교감하는 과정에서 법적으로 불법으로 규정된 소위 ‘대포폰’을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국가기관이 그것도, 정권의 핵심부라고 할 수 있는 청와대가 나서 민간인 사찰을 조종했다는 의혹 외에도, 일부 범죄조직이 주로 사용해온 불법적 방법이 동원됐다는 점에서 야권이 공격의 고삐를 죄고 있는 것이다.
반면, 사건을 일괄 수사해온 검찰의 입장은 이와는 크게 다르다. 본래 민주당은 청와대가 총 6대의 대포폰을 윤리지원관실에 지원했으며 이것을 통해 수시로 보고가 이뤄졌다고 발표했지만, 검찰은 대수에서부터, 1대에 불과했으며 그마저도 ‘차명폰’이라고 해명했다.
야권이 청와대에 대해 포문을 열기전 검찰을 향해 집중 공세를 가하는 것도 바로 이 대목이다. 사실이 다르다는 주장이다. 특히 논란을 최초로 공개한 이석현 의원은 검찰이 발표한 청와대의 대포폰 지원이 검찰이 발표한 날짜와 맞지 않다는 것이다. 이는 기존 검찰의 해명과도 크게 상충된다는 점에서 논란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 공산이 커졌다.
바로 재수사 요구다. 그런데, 종전까지 야권의 공세에도 불구, 침묵을 지켜온 한나라당에서도 이번 사건과 관련된 목소리가 봇물 터지듯 터지면서 한치 앞을 가늠하기 힘들게 됐다. 특히 한나라당에서조차, 청와대의 대포폰 사용을 문제삼아 재수사에 들어가야 한다거나, 청와대를 포함한 정부와의 관계에 이견이 표출되면서, 급박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는 것.
한나라당 원희룡 사무총장은, 한 라디오와의 인터뷰를 통해 최근 ‘대포폰’과 관련해 “새로운 증거가 나왔다면 새로운 수사를 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하며 “추가수사가 되건 다른 무엇이 되든 철저히 수사해야 된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증거가 나왔는데, 일부러 덮고 가면 수사의 공정성과 형평성에 맞지 않다”고 말했다.
그런데 원 사무총장의 이러한 입장은 같은 시각 한나라당이 대변인실을 통해 내놓은 공식적인 입장과 다소의 차이를 보인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같은 날, 안형환 대변인은 “새로운 사안이 발생한다면, (재수사 여부는) 검찰이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더욱 그는 원 사무총장등의 말을 받아 “당내 일부 의원들이 재수사를 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당 입장은 ‘언급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고 선을 그었다.
 
여권 권력투쟁 비화 움직임
실제로 안 대변인의 표현대로 원희룡 사무총장 외에도 이번 사태에 대해 재수사 의지를 밝힌 인사는 더 있다. 이중 정권 창출의 공신이면서도, 줄곧 주류진영과는 대립각을 세워온 정두언 최고위원의 일설은 매서웠다. 그는 지난 최고중진회의를 통해 “정부의 부담을 당이 떠안는다”며 일례로 지난 지방선거를 들었다. 그러면서 그는 “세상에 적당히 넘어가는 일은 없다”며 “적당히 넘어 가는 것 같지만 차곡차곡 쌓여서 결국은 반드시 대가를 치른다고 생각한다. 정부가 하자는 대로하다 가는 당이 어려운 지경에 빠질 것”이라고 우회적으로 불만을 표출했다. 정 최고위원은 특히, “(이번 일을 그냥 넘어갈 경우) 우리는 정권재창출이 어려워진다.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문제는 정 최고위원의 작심한 듯한 이 발언이 곧바로 안상수 대표의 심기를 건두렸다는 점이다. 안 대표는 즉석에서 “정두언 의원이 발언을 신중히 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청와대 발 불똥이 그간 잠잠했던 당내 권력간 투쟁에 불쏘시게가 될 수 있다는 우려를 던졌다는 점에서 주목되는 대목이다.
<박상민 기자>
[날짜 : 10-11-15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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