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권 아파트 전세시장에 때 아닌 ‘역전세난’이 발생해 주목을 끌고 있다. 천정부지로 솟기만 하던 전세값이 하락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월요신문>은 최근 ‘역전세난’의 중심지로 떠오른 강남3구 소재 공인중개업소를 상대로 원인을 알아봤다.

역전세난이 발생한 대표적인 곳은 송파구다. 신도시 하남, 위례지구와 인접한 지역인 장지동 일대에서 역전세난 현상이 두드러졌다. 이 지역은 84㎡의 경우 전세값이 5000만원 정도 하락한 가격에 물건이 나왔다. 집주인들은 그러나 하락된 전세가에 내놔도 세입자를 구하지 못하고 있다.

강남구 소재 부동산 중개업자들은 역전세난이 발생한 이유에 대해 “고공행진하는 전세값에 지친 수요자들이 인근 수도권 지역의 저렴한 아파트를 분양 받아 입주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라고 분석했다.

서초구 중개업소 대표 김 모씨는 “평균적으로 보면 실거래가가 높은 지역에서 역전세난이 발생하고 있다. 최근 재건축 아파트 입주가 시작되면서 일시적으로 수요자를 찾지 못해 생긴 현상이다”고 말했다.

김씨는 이어 “2012년부터 계속된 전세값 고공행진에 지친 전세 수요자들이 저금리 대출을 이용해 수도권 인근 지역의 아파트를 분양 받거나 빌라 구매로 돌아섰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강남구 도곡동에서 중개업소를 운영하는 신 모 대표는 “최근 입시제도 변화로 강남권 학군 수요가 점점 감소하고 있는데다 위례·하남미사지구 등 인근의 신도시에서 대규모 아파트 입주가 진행되고 있는 점도 가격 하락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그는 “주택업자들이 일반 주택을 매입 후 원룸이나 빌라로 전환 해 신축하다 보니 기존 다세대 주택 입주자들이 저금리를 이용한 분양이나 아파트 매매에 적극 나서고 있어 역전세난이 발생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2009년과 같은 역전세난이 재연 될 것인가는 질문에 대해서는 “일시적일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하지만 강남3구도 지역마다 사정이 다른 것으로 확인됐다.
강남구 대치동에서 중개업소를 운영하는 박모씨는 “강남 3구 역전세난 기사 보도를 보고 좀 황당했다. 어떤 기준에 의해 그런 보도가 나왔는지 모르겠지만  우리 동네는 전세값 하락이 없다. 전세 물건이 있어야 말이죠”라고 반문했다.
송파구 잠실동 신천동 지역 중개업소들도 “이 지역엔 역전세난이 없다. 물건이 나오면 바로 소진된다”라고 말했다.

서초구 반포동 부동산중개업소는 “전세 물량이 거의 없다. 전셋값이 워낙 높다보니 주인들이 몇백만원 정도를 깎아 주는 정도이고 역전세난은 없다”라고 설명했다.

역전세난은 대규모 아파트 입주 단지 지역에서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마곡지구의 경우 최근 입주 물량이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전세 입주자를 찾지 못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방화동 모 아파트 84㎡의 경우 지난 6월 중순 3억4000만원에 전세를 내놓았지만 아직까지 입주자를 찾지 못하고 있다. 집주인 김 모씨는 “좀 더 기다려 보고 세입자를 찾지 못하면가격을 내릴 생각”이라고 말했다.

구리시와 의정부 인접 지역에서도 전세 세입자를 찾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노원구 상계동 소재 주공아파트의 경우 전세 물건은 종종 나오는데 세입자를 찾지 못해 집주인들이 전세금을 내린 상태다. 상계동 소재 한 공인중개업는 “전세값이 워낙 높다보니 인근 의정부나 구리, 남양주시의 저렴한 전세를 찾아 가거나 매매를 선택하는 세입자들이 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입주 물량 증가에 따른 역전세 가능성에 대해 대비해야 한다는 분석도 있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새 아파트 입주 지역은 전셋값 하락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문제는 내년부터 2018까지 전국적으로 70만가구가 넘는 아파트의 입주가 예정돼 있다는 사실이다. 최근 재건축 이주가 몰린 과천처럼 국지적 전세 품귀 현상은 여전하겠지만, 입주물량이 한꺼번에 몰리는 수도권과 지방에서는 역전세난이 나타날 가능성도 있는 만큼 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월요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