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신문 김윤진 기자] 최근 삼성전자 이건희 회장과 관련된 동영상이 화제가 되면서 몰카(몰래카메라)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특히 범죄도구로 악용될 수 있는 초소형카메라는 누구나 손쉽게 구할 수 있어 규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2010년 약 1,130건이었던 국내 몰카 범죄는 지난해 약 7,620건으로 7배 가량 증가했다. 범죄시기는 여름철(6월~9월)이 다른 계절에 비해 1.2배에서 1.5배 정도 많았다. 범죄장소는 주로 지하철·길거리·직장 등이었다.

몰카 범죄 유형도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다.

박모(33)씨는 2014년 9월 서울 동작구 자신의 오피스텔에 초소형 카메라를 설치했다. 그 뒤 채팅앱을 통해 성매매 여성을 오피스텔로 유인, 12명과 성관계 장면을 촬영했다. 박씨는 촬영된 동영상을 음란사이트에 유포했다가 적발돼 구속됐다.

건물관리인 윤모(31)씨와 조모씨(30)는 각각 2015년 3월 서울 강남구의 모 기업 피트니스센터 탈의실과 경기도 수원시 대형 백화점 화장실에 벽시계·화제경보기 모양의 카메라를 설치, 촬영했다. 영상에는 140여명의 여성들이 찍혀 있었다. 경찰은 다행히 해당 동영상이 유포되기 전에 두 사람을 검거했다.

지난달 28일 한 남성은 부산 해운대에서 여성용 샤워장과 탈의실에 초소형 카메라를 설치했다가 현장에서 바로 적발돼 검거됐다.

<월요신문>은 몰카 범죄에 악용되는 카메라의 종류 및 가격 구입방식에 대해 알아봤다. 다음은 카메라 제작업체 관계자와의 일문일답.

- 몰카 구입은 어떻게 이루어지나.

“구입 절차는 간단하다. 온라인 홈페이지에 이름, 전화번호 등 기본적인 정보만 입력하면 된다. 나이, 직업 등 자격제한이 있는 것도 아니고 남녀노소 누구나 손쉽게 구매할 수 있다. 오프라인 구매도 온라인과 다른 건 없다. 다만 경찰, 검찰에서 협조요청이 들어올 때가 있어 기본적으로 고객들의 이름, 전화번호는 기록한다“

- 몰카를 구입하는 사람들은 주로 어떤 사람들인가.

“일반인, 경찰, 검찰, 기자, 변호사, 방송제작자 등 다양하다.”

- 악용되는 사례도 있는데, 고객들에게 구매 목적을 따로 묻나.

“따로 묻진 않는다. 단, 경찰, 검찰, 선관위 등 관공서나 기자, 방송제작자들은 ‘이러한 용도로 쓸 것인데 어떤 제품이 괜찮은가’ 물어오긴 한다. 초소형 카메라, 특이한 형태의 카메라는 악용되기도 하지만 범죄자 검거 등 좋은 취지로도 활용된다고 들었다”

- 판매되는 카메라들의 크기, 형태를 알고 싶다.

“가장 작은 제품은 성인 남성의 손톱만한 것도 있다. 형태는 라이터, 볼펜, 담배갑, 안경, 모자, 액자, 화제경보기, 손목·벽시계 등 다양하다”

- 가격대는.

“적게는 2~3만원대부터 많게는 수십만원까지 다양하다”

- 최근 논란이 됐던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 동영상은 어떤 기종으로 촬영했을 것으로 보나.

“워낙 다양해서 어떤 종류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몰래카메라 렌즈의 크기만큼 가방을 뚫어서 촬영했을 수도 있고, 일반 디카나 스마트폰으로 촬영했을 수도 있다”

이건희 회장 동영상을 보면 이회장이 몰카를 전혀 예상하지 못했음을 알 수 있다. 일반인 역시 속수무책으로 몰카에 당하는 사례가 많다. 그렇다면 몰카를 예방하기 위해 일선 경찰에선 어떻게 대처하고 있을까.

경찰청 성범죄 담당자는 “몰카 범죄는 주로 휴대전화를 활용한 경우가 많다. 하지만 카메라 제작기술 발전에 따라 점점 소형화되고 손목시계, 라이터, 볼펜형태로도 제작되어 이를 일반인이 식별하긴 어렵다. 몰카 범죄 예방을 위해 몰카 탐지기를 적극 활용하는 한편 성범죄전담팀과 사복 여경을 투입해 집중 단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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