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6년 7월 기준 금리연동형 대출금리<자료=생명보험협회 공시자료> <그래픽=월요신문>

[월요신문 허창수 기자] 시중금리는 낮아졌지만 고객의 보험료를 담보로 돈을 빌려주는 생명보험사들의 보험계약대출은 여전히 고금리로 운용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계약대출은 은행 대출 문턱을 넘지 못한 서민들이 주로 이용한다는 점에서 고금리로 인한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보험계약대출은 보험계약 해지환급금의 범위 내에서 대출을 해주는 제도다. 보험기간 중 보험료 지급이 곤란하거나 일시적으로 금전이 필요한 상황이 발생할 경우 보험계약을 해지하는 대신 보험계약자에게 대출을 함으로써 보험계약을 유지하게 하는 장점이 있다. 보험계약대출 금리체계는 크게 예정이율에 가산금리를 더하는 '금리확정형'과 공시이율에 가산금리를 더하는 '금리연동형'으로 나뉜다.

이러한 보험계약대출 규모는 최근 들어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내 생명보험사 가계대출채권 69조9,069억원 가운데 보험계약대출금은 39조4,50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8.4%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보험계약대출이 증가한 이유는 저금리로 자산운용 수익률이 떨어진 보험사들이 급전이 필요한 보험가입자들을 상대로 보험계약대출을 늘려 왔기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 한 생명보험업계 관계자는 “경기가 불황일 때는 은행에 비해 심사 기준이 낮은 보험계약대출 수요가 높은 편”이라며 “특히 급전이 필요해 부득이 보험을 해지하려고 할 경우 상담사가 해지보다는 보험계약대출을 안내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보험계약대출 금리가 시중금리에 비해 높게 책정되어있어 불황으로 고통 받는 서민들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28일 생명보험협회가 공시한 ‘보험회사별 보험계약대출 금리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7월 이후 국내 25개 생명보험사들의 평균 금리 인하 폭은 0.35%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같은 기간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두 차례에 걸쳐 0.5% 인하된 것과 대조된다.

금리연동형 보험계약대출의 경우 금리가 가장 높은 곳은 AIA생명이었다. AIA생명의 대출금리는 연 5.03%로 전체 보험사 가운데 유일하게 5%를 웃돌았다. 이어 동양생명(연 4.86%), 신한생명(연 4.83%), 한화생명(연 4.79%), 알리안츠생명(연 4.73%), 동부생명(연 4.72%), 삼성생명(연 4.69%), 교보생명(연 4.69%) 등의 순으로 높게 나타났다. 특히 AIA생명은 지난해 7월 연 5.27%였던 금리를 0.24% 내리는데 그쳤고 동양생명과 신한생명도 각각 0.23%, 0.33% 포인트만 낮췄다.

이와 관련 한 생명보험업계 관계자는 “저금리의 고착화로 자산운용수익률이 악화되는 상황인데다 국제회계기준(IFRS4) 2단계 적용에 따라 재무건전성 관련 준비 사항도 산적해 있어 시중금리 인하에 맞춰 금리를 낮추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자산운용수익률이 떨어진 보험사들이 힘없는 서민들을 상대로 안정적이고 수익률 좋은 고금리 장사를 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조연행 금융소비자연맹 대표는 “보험사 입장에서 보험계약대출은 고객의 보험료를 담보로 대출을 진행하는 만큼 국ㆍ공채 수준의 안정성을 가진다”며 “저금리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보험약관대출과 같은 안정적인 대출의 이자율을 계속 높이 유지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저작권자 © 월요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