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출처=국제투명성기구 홈페이지 캡쳐>

[월요신문 허인회 기자]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이하 공수처) 설치에 대해 국민 10명 중 7명이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공수처 신설에 대한 국민여론을 조사한 결과, ‘공수처 신설에 찬성한다(매우 찬성 38.8%, 찬성하는 편 30.3%)’는 의견이 69.1%로, ‘공수처 신설에 반대한다(매우 반대 6.6%, 반대하는 편 9.8%)’는 의견(16.4%)보다 4배 이상 높은 것으로 조사된 것.

공수처 설치 찬성 의견이 압도적으로 앞서는 이유에는 공직사회 부패가 만연하기 때문. 2015년 권익위원회 부패인식도 조사에서 국민의 57.8%가 “공직사회는 부패하다”라고 답할 정도다.

해외의 시각도 다르지 않다. 2015년 국제투명성기구(CPI)가 발표한 ‘부패인식지수’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56점을 얻어 OECD 34개국 중에서 공동 27위로 하위권에 머물렀다. CPI는 50점대 국가들을 ‘절대부패로부터 벗어난 정도’로 평가했다.

가장 청렴한 국가는 덴마크, 핀란드, 스웨덴, 뉴질랜드, 네덜란드 순이었다. 이 국가들은 국회에서 추진하고 있는 공수처와 같은 독립수사기관이 존재하는 나라도 있고 법으로 공직 부패를 감시하는 곳도 있다. 청렴국가들은 어떤 방식으로 부패를 방지하고 투명한 공직 사회를 만들고 있는지 살펴봤다. 첫 번째 순서로 <유럽편>을 소개한다.

덴마크

국가청렴도 1위에 빛나는 덴마크는 공수처와 같은 특별수사기관은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그 역할을 언론이 대신한다. 덴마크 언론은 ‘고발기자(investigative journalists)’라는 특수분야 기자를 양성해 부패문제 고발에 힘쓰고 있다. 언론에 의해 부패사건이 알려지면, 사법당국은 예외 없이 수사를 진행하고 결과를 언론을 통해 알린다. 이처럼 덴마크는 언론과 사법기관이 부패감시 공조체제를 유지하며 공직 비리를 발붙이지 못하게 하고 있다.

덴마크 국민들은 법원에 깊은 믿음을 보낸다. 덴마크 국민 94%가 법원에서 받은 서비스에 만족하며 법원 판결을 신뢰하고 있는 것. 패소 판결을 받은 사람들도 절대 다수가 ‘부당한 처우를 받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덴마크 대법원장을 역임했던 멜치어는 “뇌물수수나 부정부패가 없는 공공행정에 대한 높은 신뢰가 법원에 대한 믿음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참고로 형사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사법기관 신뢰도는 검찰 16.6%, 법원 24.2%, 경찰이 24.9%다. 이는 우리 국민이 법 집행기관을 얼마나 불신하는지 반증하는 자료다.

덴마크 입법부의 청렴도 유명하다. 덴마크는 국회의원을 위한 의전차량이 없다. 회의사당에는 이들을 위한 주차장도 존재하지 않으며, 대부분의 국회의원들을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한다. 사소한 것부터 허례허식과 권위를 버리다보니 깨끗한 정치가 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덴마크 대법원 판사 라스 아너슨는 “덴마크에서는 정치인들의 뇌물수수 및 청탁 사건이 없다. 단 한 건이라도 예를 들 수 있는 사건이 생각나지 않는다”라고 말했을 정도다. 깨끗한 덴마크 정치 풍토의 또 다른 예는 투표율이다. 덴마크에서 치러진 최근 3차례 총선 투표율은 86%, 87%, 85%였다.

핀란드

핀란드가 청렴한 나라가 된 비결은 투명한 세금기록 공개 덕분이다. 핀란드 국민은 누구나 국세청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자신이 알고 싶은 사람의 소득과 재산, 납세 내역을 알 수 있다. 특히 세금, 주식거래, 인허가 관련 정보, 학교 운영 관련 정보 등 부정과 비리 여지가 있는 정보에 대해서 비공개를 허용하지 않는다.

핀란드 정부는 투명한 소득공개를 바탕으로 범칙금도 월 소득에 비례해 부과하는 데이파인 시스템(dayfine system)을 시행 중이다. 대표 사례가 노키아 간부다. 안사 반조키 노키아 간부는 고속도로 속도 위반 혐의로 직전년도 수입의 1/14인 8만 4000유로(약 1억 4000만 원)을 납부했다.

핀란드는 공직비리에 대해서도 엄격하다. 업무관계자와의 식사, 공직자에 대한 명예박사학위 수여도 뇌물로 간주할 정도다.

스웨덴

스웨덴은 세계 최초로 250년 전에 정보공개를 성문화한 나라다. 1766년 ‘행정의 모든 것을 공개해야 한다’는 원칙에 ‘출판언론자유법’을 제정한 스웨덴은 의회・행정・사법 자료 뿐 아니라 공직자의 이메일 등도 ‘공식 기록’으로 규정하여 시민청구 시 공개한다. 비공개 자료 남발을 막기 위해 1982년에는 ‘기밀보호법’을 제정해 기밀 사항 외에는 빠짐없이 공개하도록 하고 있다.

스웨덴은 투명한 행정 공개만큼 공직 비리에 엄격한 잣대를 적용한다. 뇌물을 주기로 약속한 이메일, 전화통화 등 증거만 있으면 범죄로 기소하기 때문. 그 대상이 공무원일 경우 처벌 수위는 높아진다.

모나 살린 전 부총리는 공공카드로 생필품 34만원 어치를 사고 자기 돈으로 카드대금을 메웠으나 정보공개 과정에서 이 사실이 드러나 부총리직에서 물러나야 했다. 

공공카드 사용으로 낙마한 스웨덴 전 부총리 모나 살린. <사진출처=위키피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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