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신문> 김윤진 기자

[월요신문 김윤진 기자] 김광준 전 서울고검 검사가 옥중에서 검찰을 상대로 선전포고했다. 최근 김 전 검사는 ‘옥중에서 쓴 자필 편지’를 복수의 언론매체에 보냈다. 편지를 받은 곳은 시사저널과 오마이뉴스다. 김 전 검사는 왜 한 곳도 아닌 복수의 언론사에 같은 내용의 편지를 보냈을까. 답은 편지 내용에서 확인된다.

김 전 검사는 편지에서 "저는 부적절한 여자관계에 책임지고 공직에서 물러나야 함에도 불구하고 금전으로 무마하려다가 공무원으로서는 과다한 금전 차용을 하게 되는 등 부적절한 처신을 한 점을 뼈저리게 반성하고 있다. (중략) 그러나 저의 부적절한 처신에 비해 (징역 7년은) 너무 가혹한 처벌이었고 그로 인해 저는 모든 것을 잃었다""라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김 전 검사는 편지에서 김수남 검찰총장을 직접 겨냥했다. 김 전 검사는 편지에서 “2008년 4월 저는 협박도 있었지만 수신을 하지 못한 부도덕한 자가 더 이상 공직을 계속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 생각해 직속상관인 김수남 3차장검사(현 검찰총장)에게 사의를 표했으나 적극 만류하면서 어떻게든 돈을 구해서 해결하고 계속 일을 하라고 해서 친구들을 통해 강태용(조희팔 측근)에게 돈을 빌렸던 것인데, 2012년 11월 특임검사 수사 당시 강태용에게 돈을 차용할 이유가 없지 않느냐는 검사의 추궁에 김수남 총장에게 그 사정을 다 말하고 사의를 표했다고 하니 검사가 확인한 후 총장이 그러한 일이 없었다고 했다. 그때 총장이 제가 사의를 표한 사실만 밝혀 주었더라도 강태용 부분은 기소되지 못했을 것”이라고 과정을 설명했다.

김 전 감사는 편지 말미에서 “지금 진경준 전 검사장이 구속됐는데 일부 언론에서는 진경준의 뇌물수수 인정 여부에 대해 저에 대한 판결에서 힌트를 얻어 진 검사장을 구속했다고 보도하고 있는 것을 봤는데 그 누더기 판결문을 토대로 했다니 한심하기도 하고 또 무리한 이론 구성으로 검찰이 또 위기를 벗어나려고 안간힘을 쓰는구나 라는 생각이 들어 이러한 얘기를 하게 된 것이니 주시하여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썼다.

김 전 감사가 편지를 공개한 이유는 재심 청구에 앞서 우호적인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그는 희대의 사기사건을 일으킨 조희팔과 관련돼 형사처벌을 받은 검사로 인식됐다. 그러나 자신은 조희팔 일당으로부터 뇌물을 받지 않았고 7년의 중형을 선고받을 정도로 나쁜 죄는 저지르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했다. 특임검사가 검찰조직을 살리기 위해 자신을 희생양을 삼았다는 것이 김 전 검사 주장의 핵심이다.

김광준 전 검사의 편지 공개는 일회성이 아니다. 그는 검찰 재직 때에도 튀는 행동을 자주 해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2004년 2월 노무현 대통령 측근 비리 특검 조사에서 당시 이우승 특검보는 김광준 파견 검사에게 관계자의 계좌 추적과 수사 계획서를 작성하라고 지시했으나, 김 검사는 연관성이 없다라며 수사를 거부했다. 이에 특검은 검찰을 상대로 김광준 검사의 파견 취소를 요청했으나, 김 검사가 역으로 김진흥 특검에게 이우승 특검보의 폭력 행사를 폭로하겠다고 나서면서 결국 김 특검은 이우승 특검보의 수사권을 박탈했고 특검보는 전격 사퇴했다.

2008년 떠들썩했던 부산지역 건설업자 김상진의 정관계 로비 사건 때도 말이 많았다. 당시 이 사건에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의전비서관이었던 정윤재가 연루돼 있었다. 이때 그는 정윤재만 파고 의혹의 핵심인 한나라당 쪽은 수사를 하지 않아 뒷말이 무성했다. 그 덕분인지는 알 수 없으나 그는 이명박 정부 출범 후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장에 임명됐다. 이때 그가 벌인 수사 중 무리했다는 평가를 받은 사건이 많았다. 대표적인 예가 최열 환경재단 대표 수사다. 김광준 부장검사는 2008년 9월 최 대표의 행적에 대해 전방위 조사를 벌였다. 항간에는 이명박 대통령의 4대강 사업에 사사건건 반대하는 환경운동연합의 재갈을 물리기 위해 수사했다는 소문도 파다했다. 김광준 부장검사는 환경재단을 압수 수색하고 최열 대표의 차명계좌, 후원금의 대가성을 집중 조사했다. 당시 그는 술자리에서 '최열을 반드시 구속시켜 퇴출시키겠다'고 발언하는 등 의지를 불태운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최열이 환경연합 계좌에서 2억여원을 횡령, 딸 어학 연수비, 동생사업자금, 정치인 후원금 등으로 사용한 혐의로 구속 영장을 청구했다. 법원이 영장을 기각하자 그는 영장을 재청구했으나 재차 기각됐다. 결국 불구속 기소된 최열 대표는 3년6개월에 걸친 1, 2심 재판에서 환경운동연합 자금 횡령혐의는 무죄로 판결났다. 이에 김광준 부장검사는 정권의 코드에 맞춘 무리한 수사를 했다는 비판을 면치 못했다.

그는 공기업과 시민단체를 겨냥한 ‘코드수사'도 했다. 서울지검 특수3부장 재직 당시 그는 대한석탄공사가 부도를 낸 건설사에 2000억원을 부당 지원한 건에 대해 수사했다. 조사 결과 김원창 전 석탄공사 사장에게 무혐의 처분이 내려졌다. 또 그랜드백화점에 대한 대출 과정에서 백화점 주식을 차명으로 보유한 혐의로 산업은행 임직원들을 수사했지만 개인비리를 밝히는 데 그쳤다. 카지노를 운영하는 한국관광공사 자회사인 그랜드코리아레저 임직원의 횡령 혐의 수사도 별 성과 없이 끝났다.

그에게 운명의 날은 2012년 11월 9일이다. 그날 대검찰청은 김수창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을 특임검사로 지명해 곧바로 수사에 착수했다. 특임검사는 6일만에 김광준 서울고검 검사를 ▲유진그룹 측으로부터 5억 9600만원, ▲조희팔씨의 최측근 강태용씨로부터 2억 7000만원, ▲고소 사건 무마 대가로 전 국가정보원 직원 부인 김모씨로부터 8000만원,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에서 한 KTF수사와 관련해 회사 임원 유모씨로부터 여행경비 2000만원 등 총 9억66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했다.

김광준 전 검사가 언론사에 보낸 편지는 검찰 입장에서 보면 ‘뒤끝 작렬’이다. 진경준 검사장에 비하면 액수는 10분의 1도 안되지만 범죄의 성격을 보면 이리저리 돈을 뜯어내는 수법이 일반 사기범 뺨칠 정도다. 고도의 윤리성이 요구되는 검찰 간부라고는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 이러고도 억울하다고 주장하면 그 말을 누가 신뢰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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