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신문 이정규 편집인

주한미군 및 미 정보당국의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다. 빈센트 브룩스 주한미군 사령관을 포함한 주한미군 지휘부는 4일 박근혜 대통령의 ‘사드 성주군 제3부지 검토’ 발언 직후 긴급회의를 열고 대책을 논의했다는 얘기가 들린다.

이에 앞서 주한미대사관 정보파트 직원들도 4일 예정된 박 대통령과 TK 의원 회동에 촉각을 세우고 정보 수집 활동을 벌였다는 후문이다. 이날 회동의 주제가 ‘사드’인 만큼 박 대통령이 TK 의원들에게 어떤 카드를 내놓을지 사전에 파악하려는 차원일 것이다.

회동 결과는 ‘충격’이었다. 미국 입장에서 박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예상을 뛰어넘는 것이다. 미국정부가 당황한 대목은 박 대통령이 언급한 ‘성주군 내 제3의 장소’다.

한미 양국은 지난달 13일 사드 부지를 발표하면서 “늦어도 내년 말 이전에 사드를 배치해 운용하겠다”고 공표했다. 주목할 사실은 사드 배치 완료 시점을 내년 말로 못 박은 것이다. 이 ‘못’은 우리 국방부가 아니라 주한미군 지도부가 먼저 요구해 발표문에 넣었다는 말도 있다.

미국 입장에선 기존의 ‘성산포대’가 아닌 제 3부지에 사드를 배치하는 안이 달갑지 않다. 이유는 다소 복합적이지만 첫째가 한국의 정치 환경 때문이다.

사드 배치 발언을 처음 인사는 한국 국방부 장관이 아닌 커티스 스캐퍼로티 전 주한미군사령관이다. 정확히 2년 전 스캐퍼로티 주한미군사령관은 “한국에 사드 배치가 필요하다”고 운을 뗐다. 2년 후 사드 배치는 현실이 됐다.

한미양국은 사드 배치 완료 시점을 내년 말로 못 박으며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이 갈수록 고조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하지만 이는 표면적인 이유다. 미국 정부는 한국의 4.13총선 결과를 주목했다. 여소야대에 이어 정권교체 가능성이 커지자 한반도 사드 배치 계획에 차질이 빚어질 것을 우려했다. 현 정부 임기 말 내에 사드 배치를 끝낸다고 한 것도 이런 계산 하에서 나왔다고 봐야 한다. 그런데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 떨어졌다. 박대통령이 ‘성주군 내 제 3 부지’ 카드를 던진 것이다.

미국 입장에서 ‘성주군 내 제3장소’는 부적합하다. 돈 때문이 아니다. 부지 확보에 드는 예산은 한국 정부가 낸다. 문제는 기지 건설에 드는 기간이다. 새로 미사일 포대를 만들려면 산 정상을 깎고 주변 사유지를 매입해야 하는데 최소 3~4년은 소요된다. 환경영향평가까지 감안하면 내년 말까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한반도 사드는 내년 말 대통령선거에서 핵심 이슈가 될 것이다. 새누리당의 텃밭인 대구 경북의 민심은 ‘사드 반대’ 기류가 강하다. 그 사이 중국은 인해전술식 보복을 해올 것이다. 화살은 이미 당겨졌다. 한류 스타 및 콘텐츠 제동, 상용비자 발급 요건 강화는 시작에 불과하다. 보복 수위를 한단계씩 올려 대선이 본격화한 시점에 결정타를 날릴 것이다. 경제에 불안을 느낀 국민은 정부 여당에 대한 불신감이 증대할 수 있다. 정권교체를 통한 ‘사드 백지화’라는 중국의 전략은 그런 의미에서 현재진행형이다.

“president Park이 왜 느닷없이 사드 제3부지 카드를 던졌을까"

본국에 보고서를 써야 하는 담당자는 머리를 싸매고 이런 질문을 던질 것이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답이 나오지 않는 카드다. 중국의 경제 보복을 우려해 ‘제 3부지’라는 카드를 던졌나? 그럴 사람이 아닌데 그렇다면 왜?

주한미군 지휘부도 팔짱 끼고 구경만 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잖아도 한미군사당국간에 정보 공유 균열 조짐을 보이는 판에 합의를 깨다니, 책임지고 약속을 지키라고 나올 공산이 크다.

빈센트 브룩스 주한미군사령관은 지난 2일 한국국방연구원이 주최한 포럼에서 이런 말을 했다.

“미사일 조기경보 분야부터 시작해 정보공유에 숨을 불어넣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지금 역내(한미일)는 정보공유가 취약하고 국가 간 신뢰가 떨어지고 있기 때문에 충분히 강할 수 있는 것을 못 갖추고 있다.”

브룩스 사령관이 강조한 ‘국가간 신뢰 저하’는 이틀 뒤 현실로 나타났다. 우연의 일치일까. 아니면 미리 알고 한 발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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