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셉 스티글리츠 박사

[월요신문 김윤진 기자] 2001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조셉 스티글리츠 박사가 “애플의 이익은 사기”라고 주장했다.

지난달 29일 스티글리츠 박사는 미 경제전문지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애플이 미국에서 내야 할 세금 부담을 아일랜드로 옮겨 엄청난 감세를 누리고 있다”며 “애플은 현재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역사상 가장 가치가 높았던 제너럴 모터스(GM)가 자동차 시장을 거의 독점했을 때보다 더 높은 가치를 달성했다. 하지만 모든 이익이 겨우 몇천명 종사하는 아일랜드 본사에서 유래한다고 주장한다. 이는 사기다”라고 말했다.

스티글리츠 박사의 이런 주장은 과장된 말은 아니다. 신용평가사 무디스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애플은 현금성 자산 중 93%를 해외에 쌓아두고 있다.

스티글리츠 박사는 이어 “미국에 남아야 할 일자리가 다른 나라로 이전되게 부추기는 미국의 과세 정책은 옳지 못하다. 나는 이에 대한 변혁을 도모하기 위한 국민적 합의가 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애플의 조세회피에 대해 의혹을 제기한 인사와 단체는 스티글리츠 박사뿐만 아니다.

지난 4월 영국의 빈민구호 NGO 단체 옥스팜은 ‘정상이 무너졌다’란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해외 조세도피처에 가장 많은 돈을 쌓아놓고 있는 회사가 애플이다. 애플은 조세도피처에 3개의 자회사를 두고 1810억 달러(원화 약 200조)를 숨겨두고 있다”고 주장했다. 옥스팜은 또 “다른 IT기업인 마이크로소프트, 구글의 지주회사 알파벳 또한 조세회피가 상당하다”고 덧붙였다.

옥스팜의 조세 전문가 로비 실버만은 "글로벌 조세 시스템의 대대적인 오용이다. 전 세계 정부가 조세도피 시대를 끝내기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애플 CEO 팀 쿡은 미국 CBS와의 인터뷰에서 “애플은 미국에 내야 할 세금을 단 1달러도 남기지 않고 납부한다. 해외에서 벌어들인 수익을 미국으로 가져 오고 싶다. 그러나 40%에 달하는 해외수익 송환세율은 합리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미국의 세법은 시대에 뒤떨어지는 세법이다. 현재 세법은 산업혁명시대에 만들어졌기 때문에 디지털 시대에 적합하지 않다”라고 주장했다.

애플의 조세 문제를 두고 레베카 레스터 스탠포드대 경영대학원 회계학 부교수는 "기업과 정부가 누가 먼저 움직일지 눈치를 보며 '치킨게임'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레스터 교수는 또 "애플이 해외 수익을 본국으로 송금할 것 같지 않다. 애플은 세법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정부가 먼저 세재 개혁에 대해 움직일 것을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무디스의 리처드 레인 선임부대표는 “IT기업이 미국 바깥에 돈을 쌓아두고 있다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세법을 개정하지 않는 한 이런 현상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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