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출처=RAND Corporation ‘War with China: Thinking Through the Unthinkable’>

[월요신문 허창수 기자] 최근 미국과 중국이 남중국해 제해권과 한반도 사드배치 등을 둘러싸고 대립하면서 국제사회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과 중국 간에 실제로 전쟁이 발생했을 경우 양국의 군사적ㆍ경제적ㆍ정치적ㆍ국제적 피해 규모를 비교분석한 연구결과가 발표돼 주목을 끈다.

미국 국방 분야의 대표적 싱크탱크인 랜드연구소는 지난달 28일 ‘중국과의 전쟁(War with China)’ 연구보고서를 통해 ▲미중간 전쟁 발발시 승패 결과 ▲양국 피해 규모 등에 관한 분석 결과를 공개했다. 보고서는 7월 28일 발간됐으며 조사 시점은 2015년 이전이다.

보고서는 미국과 중국 간의 전쟁 발발 요인으로 △ 북한 정권이 붕괴할 경우 △ 동중국해에서 일본과 중국 간 무력충돌이 발생할 경우 △ 남중국해에서 중국이 다른 국가에 강압적 수단을 사용하는 경우 △ 중국이 대만을 굴복시키거나 점령하기 위해 무력을 쓰는 경우 등을 지목했다. 보고서는 특히 북한 정권이 붕괴했을 때 한국이나 미국, 중국이 다른 이해당사자들과 조율하지 않은 채 북한에 군사개입을 한다면 미ㆍ중 간의 물리적 충돌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랜드연구소는 2015년부터 2025년 사이에 미ㆍ중 간 전쟁이 발생할 것이라는 가정 하에 보고서를 작성했다. 보고서는 “전쟁이 일어나면 동아시아, 특히 서태평양 전체가 전쟁터가 될 것”이라며 “전쟁은 대규모 지상전보다는 해상이나 수중, 공중, 우주, 사이버공간 등을 중심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전쟁 중 핵무기가 사용될 가능성에 대해서는 “미국과 중국 모두 핵무기 사용으로 인한 치명적인 핵 보복을 감수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가능성을 배제했다.

<자료출처=RAND Corporation ‘War with China: Thinking Through the Unthinkable’>

보고서는 전쟁 발발 시기에 따라 전쟁의 양상이 다르게 펼쳐질 것으로 내다봤다. 전쟁이 2015년에 일어날 경우에는 미국이 압도적으로 유리하지만 전쟁 시기가 늦어질수록 중국에게 유리한 환경이 조성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와 관련 보고서는 “현재의 군사기술 발전 속도를 감안할 때 시간이 지날수록 중국의 반접근지역거부(A2AD) 전략이 강화되고 사이버ㆍ위성 전략 격차도 줄어들 것”이라며 “전쟁이 2025년에 일어나면 미국의 피해가 중국보다는 작겠지만 2015년에 비하면 훨씬 커질 것”으로 분석했다.

보고서는 전쟁의 강도와 기간에 따라 ▲온건한 단기전 ▲격렬한 단기전 ▲온건한 장기전 ▲격렬한 장기전으로 구분해 양국이 입게 될 피해 규모를 분석했다.

온건한 단기전(Brief/Mild)일 경우 양국이 입게 될 군사적 손실이나 국내외 정치적 압력은 미미할 것으로 전망했다. 보고서는 “경제적 측면에서 미국은 대 중국 무역 측면에서만 영향을 받는 반면 중국은 ‘짧지만 광범위한 혼란’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며 “전반적으로 미국에 비해 중국 쪽의 피해가 클 것”으로 전망했다.

격렬한 단기전(Brief/Severe)에서는 “양쪽 모두 상당한 군사적ㆍ경제적 비용을 치르게 될 뿐 아니라 전쟁에 반대하는 국제사회의 압력에 직면하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보고서는 “이 경우에도 미국에 비해 중국 쪽이 입을 피해가 더 클 것”이라고 지적했다.

온건한 장기전(Long/Mild)의 경우 “양쪽 모두 어느 정도의 군사적 피해를 입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경제적 측면에서는 “미국과 중국 모두 상당한 경제적 피해가 예상되지만 피해 규모는 중국이 훨씬 더 치명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전쟁이 장기화됨에 따라 양쪽 모두 국내 불만이 증가하겠지만 국제적으로는 NATO가 미국 지원에 나서는 등 중국 쪽에 불리하게 형성될 것”으로 분석했다.

<자료출처=RAND Corporation ‘War with China: Thinking Through the Unthinkable’>

격렬한 장기전(Long/Severe)으로 돌입할 경우에는 미국과 중국 모두 큰 피해를 입을 것으로 전망했다. 보고서는 “격렬한 장기전 하에서는 양국의 군사능력이 감소하고 정치ㆍ경제적인 위기에 직면하게 된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미국보다 중국의 피해가 더 클 것이다. 전쟁 발발 후 1년이 지나면 미국의 GDP가 5~10% 감소하는 반면 중국의 GDP는 25~35%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급증하는 군사적 손실과 경제적 피해는 중국의 국내 불안정을 증가시키고 체제의 정당성을 위협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보고서는 “국제사회 반응 역시 미국에게 유리하게 전개될 것”이라며 “격렬한 장기전이 1년 이상 지속되면 일본과 동아시아의 미국 동맹국들이 미국 지원에 나설 것”으로 예측했다.

보고서는 “전반적으로는 미국이 우위를 점하겠지만 미국이 결정적 승리를 얻지는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보고서는 “전쟁은 쌍방간의 파괴적인 타격으로 시작해 승자나 패자 없이 양쪽 군사력에 막대한 피해만 남긴 채 끝나게 될 것이다. 특히 중국이 경제나 등 비군사적 측면에서 심각한 타격을 받게 되는 반면 미국은 세계 경제와 정치 문제에 대처하는 능력에 치명타를 입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보고서는 “중국이 군사력을 빠르게 개선하면서 미국의 군사적 우위가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며 “이러한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중국의 A2AD 전략에 대한 대응방안 마련, 보다 생존가능성이 높은 군사적 플랫폼 개발을 위한 투자, 일본 등 동맹국과의 공조 강화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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