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출처=일본 방위청/자위대 홈페이지>

[월요신문 허창수 기자] 일본 내 사드 도입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북한의 잇따른 미사일 도발로 안보 불안감이 확산되자 일본 방위성은 사드 요격용 미사일을 도입하고 이를 자위대가 직접 운영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나섰다. 이에 일각에서는 사드를 둘러싼 신냉전 대결구도 형성으로 동아시아 안보체계가 심각한 위기에 직면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10일 NHK방송은 “일본 방위성이 북한 미사일에 대한 방어를 강화하기 위해 사드 도입을 검토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그동안 일본 내에서는 5년 중기방위계획이 끝나는 2018년 이후에나 사드가 도입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지만 이번 발표로 2018년 이전에 사드가 도입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일본이 사드 도입에 적극적으로 나서게 된 건 북한의 미사일 도발로 국가안보에 대한 위기감이 높아진 탓이다. 특히 지난 3일 북한이 발사한 노동미사일은 일본의 대북 방어능력의 허점을 드러낸 결정적 계기가 됐다. 노동미사일은 일본의 배타적경제수역(EEZ)인 아키타현 오가반도 서쪽 250㎞ 지점에 떨어졌다. 통상적으로 일본 정부는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려는 징후가 보이면 지대공 유도미사일 패트리엇(PAC3)을 배치해 요격 태세를 갖추고 동해에 이지스함을 출동시켰다. 하지만 이번에는 이런 대응이 이뤄지지 않았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 징후를 사전에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북한이 이동식발사차량(TEL)을 활용한 것도 주요했다. 이동식발사대를 통해 미사일을 발사할 경우 사전에 탐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신의 방패’라 불리는 이즈스함의 존재에도 불구하고 노동미사일이 일본의 배타적경제수역내에 떨어지자 일본 정부는 ‘불의의 일격’을 당했다며 당혹감을 드러냈다. 이와 관련 일본 아키타(秋田)현의 사타케 노리히사(佐竹敬久) 지사는 “이번 미사일은 현관 앞에 큰 폭탄이 떨어진 것과 같다. 하지만 이지스함은 출동하지 않았고 발사 장소도 사전에 파악하지 못했다. 만약 일본 본토까지 날아왔더라도 요격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위기감을 드러냈다. 노동미사일은 최대 사거리가 1천300㎞에 달해 북한이 동쪽 지역에서 발사하면 주일미군 기지 등 사실상 일본 본토 대부분을 타격할 수 있다.

일본 방위성이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사드는 한ㆍ미가 경북 성주에 배치하기로 결정한 것과 같은 방식인 ‘요격모드’다. 요격모드는 적의 미사일이 포물선으로 날아오다 목표물을 향해 낙하하는 마지막 단계(종말단계)에서 미사일로 요격하는 방어 시스템으로 레이더와 미사일 발사대 등을 함께 설치해야 한다. 현재 교가미사키 항공자위대 기지와 샤리키 기지에 배치된 ‘사드 X-밴드 레이더’는 미사일 발사대를 설치하지 않은 조기경보용이다.

사드 요격용 미사일을 도입할 경우 일본은 SM-3와 PAC-3 사이에 또 하나의 요격망을 추가해 3단계 미사일 방어망을 구축하게 된다. 현재까지는 이지스함에 배치된 SM-3 미사일로 고공에서 1차 요격을 한 뒤 실패할 경우 지상에서 PAC-3 미사일로 요격하는 2단계 요격 시스템을 운영해왔다. PAC-3의 최대 요격 고도는 20㎞, SM-3의 최대 요격 고도는 500㎞인 반면, 사드의 최대 요격 고도는 150㎞다.

NHK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일본이 도입을 검토 중인 사드는 “항시 요격 체제를 취할 수 있는 육상 배치형”으로서 “배치 후에는 자위대가 이를 직접 운영하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더불어 “일본 방위성은 PAC-3을 조기에 확충하기로 하고 관련 비용을 올 2차 추경예산에 반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일각에서는 일본의 사드 도입으로 동아시아의 긴장이 한층 고조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 한 군사전문가는 “한국이 사드 배치로 중국과 갈등을 빚고 있는 상황에서 일본까지 사드를 도입하면 한·미·일과 중·러·북 간 신냉전 대결구도가 형성될 수 있다”며 “중국과 러시아가 미사일 배치 강화 등 전략적 대응에 나설 경우 동북아 안보지형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 그렇게 되면 한국의 외교적 입지가 더욱 위축되고 한반도 통일은 그만큼 멀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일본 정부의 사드 운영 시스템이 한국과 다른 점도 살펴봐야 할 대목이다. 2017년 말까지 성주에 배치될 사드부대는 주한미군사령부가 관할한다. 국방부는 부지만 제공하고 기지 건설 이후에는 부대 운영에 관한 권한이 없다. 이 점은 자위대와 큰 차이가 있다.

일본 정부는 최근 사드 배치 방침을 내부적으로 확정한 뒤 한국에서 발생한 성주 사드 배치 논란을 집중 분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구한 국내 안보 전문가는 “일본정부가 사드 배치에 따른 여러 현안들을 종합적으로 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안다. 사드 배치에 따른 예산은 물론 주민과의 갈등 해소, 부대 운영 방안을 놓고 다각도로 논의 중이다”라고 전했다. 이 전문가는 “중요한 것은 사드부대 운영권을 우리나라처럼 미국에 맡기지 않고 자위대가 독자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핵심이다. 일본정부가 그렇게 하는 이유는 자체 방어 차원도 있지만 중국 북한을 상대로 강한 군사적 압박 수단을 보유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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