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71주년 맞아 전국에 소녀상 제작 열기, 모습도 달라

지난 15일 경기도 안산에 세워진 소녀상(왼쪽)과 광주 서구의 서있는 소녀상(오른쪽) <사진제공=뉴시스>

[월요신문 김혜선 기자] 광복 71주년을 맞아 전국 각지에서 평화의 소녀상 건립 운동이 일어나고 있다.

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에 따르면 지난 광복절까지 세워진 소녀상은 전국 각지 44개에 이른다. 20일 제막식을 여는 시흥시 옥구공원의 소녀상까지 합하면 국내에 세워진 소녀상은 총 45개다.

소녀상은 2011년 12월 정대협 주관으로 서울 평화로에 위치한 일본대사관 앞에 처음 세워졌다. 이후 고양시청, 성남시청 등 지자체에서 소녀상 건립을 추진했고 광복 70주년을 맞이한 작년에는 지자체를 포함하여 각 지역 시민들이 뜻을 모아 21개의 소녀상을 세웠다.

올해는 부산, 당진, 아산 등 총 14개 지역에서 소녀상이 세워졌다. 세계 위안부의 날인 14일에는 경기도 오산과 전남도청이 있는 무안 남악신도시, 김포 중앙공원에 소녀상이 한꺼번에 모습을 드러냈다. 15일에는 논산, 구로, 안산, 동작 등 4곳에서 소녀상 제막식이 열렸다.

정대협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전남 순천, 충북 제천, 경기도 양평, 강원 춘천, 부산 일본영사관 앞 등 20여개 지역에서 소녀상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소녀상 건립을 정대협에 알리지 않는 지자체도 있기 때문에 이 외에도 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추진 중인 지역을 더하면 올해 60여개의 소녀상이 전국에 세워질 전망이다.

정대협 관계자는 소녀상 건립 열기에 “작년에는 광복 70주년을 맞아 소녀상 건립이 많았다. 또한 지난해 12월 정부가 위안부 문제를 독단적으로 합의하며 시민들이 위안부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소녀상을) 더 세워야 한다고 느끼는 것 같다. 시청 등 민관에서 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소녀상은 지역 시민사회에서 자발적으로 세우고 있다”고 전했다.

<월요신문> 취재 결과, 전국 45개 소녀상 중 지자체, 시민단체를 제외한 순수 지역민들의 추진으로 세워진 소녀상은 28(62%)개에 이른다. 지자체와 시민단체에서 건립을 주도하더라도 소녀상 제작은 지자체 지원금 외 각 지역 주민들의 성금을 모아 이루어지기 때문에 지역민의 의지가 크게 반영됐다고 볼 수 있다.

정대협 관계자는 “소녀상 제작비용, 정신대 문제 알리기 캠페인 등 제반 비용은 지역 성금이나 크라우드 펀딩 등으로 모금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정대협에서는 정신대 관련 자료나 강연 등으로 협력하고 있다. 몇몇 지역에서는 소녀상 건립 이후 남은 성금을 정대협으로 보내 피해 할머니들을 돕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20일 소녀상 제막식을 여는 시흥 평화의 소녀상 건립추진위원회 이명순 대표는 <월요신문>과의 통화에서 “이번 소녀상 건립 모금액은 목표액(5천500만원)을 초과한 6천 64만원이 모였다. 이 모금액은 거리 모금, 기업체 성금 등 지역사회의 자발적인 참여로 이루어진 것이다. 건립 추진 초기에 잉여금은 중국의 자매결연 도시에 소녀상 건립 지원금으로 보낼 예정이었으나 해당 도시와 잘 연결이 되지 않았다. 제막식 이후 위원회를 열어 남은 성금을 어떻게 운용할지 투명하게 논의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이어 이 대표는 “위안부 문제가 시민들의 기억에서 점점 사라지고 있는 상황에서, 일본 대사관 앞 소녀상 철거 문제로 인해 일제의 만행과 위안부의 참상을 다시 일깨울 필요가 있다고 느꼈다. 이번 소녀상 건립은 우리 아이들에게 올바른 역사관을 심어주고 교육적으로도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눈길을 끄는 점은 소녀상의 모습이다. 단발머리를 하고 의자에 앉아 주먹을 불끈 쥔 초기 소녀상과 다른 모양의 소녀상을 세운 지역도 있다. 정대협 관계자는 “많이 알고 계시는 김운성, 김서경 작가의 소녀상 말고도 지역 작가가 만든 소녀상을 세우는 지역도 많다”고 말했다. 서울 대현문화공원, 부산 어린이대공원, 남원 사랑의 광장 등 8개 지역에서는 자리에서 일어나 서 있는 소녀상이다. 서울 서초고등학교의 소녀상은 학생들이 직접 만든 소녀상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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