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두동 길거리에서 신발을 사고 있는 박근령 전 이사장 <출처=공화당 홈페이지>

박근령 전 육영재단 이사장의 남편 신동욱 공화당 총재가 이석수 특별감찰관의 고발건에 대해 입을 열었다. 신 총재는 23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이석수 특별감찰관이 박 전 이사장을 고발한 건은 생활고에 쫓겨 벌어진 일”이라며 “청와대에서도 이런 사실을 이미 잘 알고 있었다”라고 말했다.

신 총재는 “2년 전(2014년)에 내가 직접 청와대 민정실 행정관을 만나 아내가 빚에 쪼들리고 있어 말 못할 고초를 겪고 있다. 대통령께 보고해 달라고 요청했다”라고 말했다.

당시 민정수석은 김영한씨로 2015년 1월까지 근무했다. 그 후임으로 우병우 수석이 2015년 2월 취임했다.

신 총재는 민정실에 도움을 요청한 이유를 빚 독촉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신 총재는 “아내가 수천통에 달하는 빚 독촉 문자를 받고 우울증에 시달릴 정도였다. 채권자 중에는 죽여버리겠다고 협박한 사람도 있었다. 아내는 6년 넘게 그 고통을 겪으면서도 대통령 동생 신분을 의식해 일체 외부에 내색하지 않았다. 박정희 대통령의 딸이 생활고에 시달린다는 사실을 국민이 알면 어떻게 생각하겠나. 어찌 보면 슬픈 일이지만 아내는 운명으로 받아들이고 홀로 감당했다”라고 털어놓았다.

신 총재는 이어 “대통령께 실상을 제대로 알려야지 그렇지 않으면 일이 더 커지겠다는 생각이 들어 민정실 행정관을 만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아래는 신 총재와 일문일답이다.

-이석수 특별감찰관이 박근령 전 이사장을 감찰한 사실을 언제 알았나.

“아내가 말해서 알았다. 한 달 전쯤 특별감찰관실에서 아내를 불러 조사했다.”

-조사를 받은 사람은 박 전 이사장 외에 또 있나. 신 총재도 조사를 받았나.

“나는 조사를 받은 적이 없다. 특별감찰관이 아내 재산 상태를 파악하기 위해 나를 포함해 친인척 통장을 다 열어본 거로 안다. 아마 특별감찰관도 아내가 무일푼이라는 사실을 알고 놀랐을 거다. 돈이 있는데도 빚을 안 갚은 것이 아니다. 생활고에 쫓겨 빚을 얻은 것이 사기죄에 해당하는지 묻고 싶다. 장발장이 은촛대를 훔친 심정을 아는가. 내 아내도 똑같다. 장발장이 가난 때문에 빼앗길 뻔한 자유를 지켜내고 새 삶을 찾았듯 아내도 빚을 갚고 떳떳하게 살고 싶어 한다.”

-빚이 도대체 얼마나 되나.

“8억 정도 된다”

-대통령의 동생인데 왜 그렇게 빚을 지게 됐나.

“그 전에는 빚이 없었다. 2007년 이후 육영재단 운영과 관련된 소송에 패하면서 소송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돈을 빌렸는데 이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소송 잘못 하면 집안 기둥뿌리가 뽑힌다는데 그 말이 딱 맞다. 아내도 난생 처음 소송을 하다보니 경험이 없었던 탓도 있다.”

-빚이 그렇게 많으면 생활은 어떻게 하나.

“내가 방송 출연료를 받고 해서 생활비에 보탠다. 아내도 생활비를 벌려고 하는데 맘대로 할 수도 없다. 하다 못해 식당 일이라도 하려고 하지만 대통령 동생을 누가 써 주겠나. 세상사람들이 모르는 그런 고초를 10년 가까이 아내가 겪고 있다.”

-박 전 이사장이 국민 연금은 받고 있나.

“작년부터 받고 있다. 28만원이 채 안된다. 그런데 의료보험은 16만원이 나와 조정해 달라고 이의 신청했다. 집도 없고 차도 없고 고정 수입도 없는데 16만원은 너무 부담스럽다. 이 이야기도 처음 한다. 대통령 가족이 의료보험 조정 신청한 사실 알면 대통령 체면 깎일까 걱정이 돼 쉬쉬 하면 신청서를 냈다.

-빚에 쪼들리면 생활이 어려운 법인데 어느 정도인가.

“기초생활수급자처럼 산다고 생각하면 된다. 아내는 카드가 없다. 수입이 없고 재산이 없으니 은행에서 카드를 발급해 주지 않는다. 얼마 전에 아내가 용두동 길거리에서 신발 두 켤레를 1만 2천원에 샀다며 좋아했다. 그 정도로 아끼며 산다. 나도 차가 없어 버스나 지하철 타고 다닌다. 술 마시고 싶을 때는 형편이 안 돼 파고다 공원에 가서 막걸리를 마신다. 그래도 나는 개의치 않는다. 아내가 너무 고생해 그게 마음이 아프다.”

-빚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을 한 적은 없나.

“왜 안 했겠나. 빚 걱정을 하며 잠 못 이루는 아내를 보며 뜬 눈으로 밤을 지샌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고심 끝에 파산 신청을 하자고 했다. 내가 서류 준비까지 다 했다. 아내가 망설이더니 ‘여보 그것만큼은 못 하겠어요’라고 말했다. 대통령께 누가 될까봐 차마 못하겠다고.”

-남은 과제가 만만찮은 것 같다. 고발 건도 그렇고 생활 문제도 그렇고. 어떻게 헤쳐 나갈 계획인가.

“솔직히 개인적으로는 후련하다. 나의 진정성은 아내와 몇몇 사람은 알고 있었지만 소문은 그게 아니었다. 돈 때문에 박 전 이사장과 결혼했다는 악소문에 시달렸는데 그게 아니라는 사실이 이번 기회에 자연스럽게 드러났다. 아내 역시 혼자 끙끙 앓고 있던 것을 세상이 다 알아버렸다. 아내가 본의 아니게 빚을 지게 된 부분에 대해서는 진심으로 고의가 아님을 밝히고 싶다. 아내 나이가 63세로 노인 세대다. 이제 무슨 영화를 더 바라겠나. 비록 가진 것은 없지만 대통령 가족으로서 품위를 잃지 않고 떳떳하고 겸손하게 살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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