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출처=월스트리트저널>

[월요신문 허창수 기자] 미국 사립대에서 수업조교나 연구조교로 근무하고 있는 대학원생들의 노조가입을 인정한 미국 노동관계위원회(NLRB)의 결정이 나왔다.

23일 월스트리트저널(WSI)은 “컬럼비아대 대학원생들이 노조를 만들기 위해 낸 청원에 대해NLRB가 수업조교나 연구조교로 근무하고 있는 사립대 대학원생들도 노조 결성을 통해 자신들의 권리를 보호받을 수 있다고 결정했다”며 “컬럼비아대를 시작으로 주요 사립대에서 대학원생 노조 결성이 잇따를 것으로 전망된다”고 보도했다. NLRB는 노사분쟁 조정 등과 관련해 준사법적 권한을 가진 기관이다.

지금까지 미국 사립대 대학원생들은 노동자성을 인정받지 못했다. 지난 2004년 NLRB는 브라운대 대학원생들이 제기한 동일한 내용의 청원에 대해 “학생과 대학과의 관계는 일차적으로 경제적인 것이 아닌 학문적인 것”이라며 “대학생원들은 고용자로 간주될 수 없다”고 결정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에 NLRB는 “미국의 노사관계법에는 이들의 권리보장을 가로막는 뚜렷한 조항이 없다. 대학원생이 대학이 관리하는 일을 수행하고 급여를 받는다면 노동자로 봐야 한다”며 기존 입장에서 선회했다.

NLRB의 결정에 대해 컬럼비아대를 비롯한 미국의 주요 대학들은 동의하기 힘들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컬럼비아대는 노동관계위의 결정이 발표된 후 즉각 성명서를 내고 “컬럼비아는 다른 대학들과 마찬가지로 이 결정에 동의하지 않는다. 학생들이 교수진이나 학과와 맺는 학문적 관계는 연구의 일환일 뿐 고용인-피고용인의 관계로 볼 수 없다”고 항변했다.

하버드대나 스탠퍼드대 등도 “컬럼비아대의 성명서 내용에 동의한다”면서 “대학원 프로그램이 단체협상의 대상이 된다면 대학원생이 강의할 수 있는 선택폭이 오히려 줄어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NLRB는 “노동관계법의 적용은 고용관계 여부에 의해 허용되는 것”이라며 “그 관계 내에 다른 부가적인 성격이 있다고 해서 그 법의 효력이 배제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대학원생과 대학 및 교수진과의 관계가 복합적이기는 하지만 그 관계 안에 고용관계의 성격이 포함돼 있다면 노동관계법의 적용 대상이 된다는 의미이다.

미국 사립대학의 경우 주 법률에 따라 주립대학 대학원생들의 노동자성을 인정한 경우는 있었지만 연방 차원에서 이러한 결정이 내려진 것은 처음이다.

미국 공립대 대학원생의 상당수는 이미 노조를 조직할 권리를 보호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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