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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신문 허창수 기자] 현대자동차 노조의 파업이 장기화되고 있다. 파업으로 인한 생산 차질액도 역대 최고 기록에 육박하고 있다. 이에 경제계와 정치권, 시민단체는 “협력업체의 경영난을 불러올 수 있다”며 파업 중단과 함께 조속한 협상 타결을 호소하고 있지만 노조는 “사측의 결단이 없다면 투쟁을 멈출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진통이 예상된다.

현대차 노사는 지난 5월부터 올해 임금협상과 관련 20여차례 교섭을 진행해왔다. 하지만 임금피크제 확대 등의 쟁점 안에 대한 견해차로 타결점을 찾지 못한 상태다. 이 과정에서 노조는 지난달 19일부터 나흘간 연속 2∼6시간 부분파업에 돌입한 데 이어 9일간의 휴가가 끝난 이달 10일부터 사흘 동안 연달아 4시간씩 파업을 벌이는 등 현재까지 총 14차례의 파업을 벌였다. 현대차는 파업으로 인해 생산하지 못한 차량의 수가 6만5,500여대, 그로 인한 생산 차질액은 1조4,7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현대차 노조가 사측에 요구하는 내용은 △기본급 15만2,050원 인상(기본급 대비 7.2%) △전년도 순이익의 30% 성과급 지급 △일반·연구직 조합원(8,000여명)에 대한 승진 거부권 등이다. 반면 사측은 △임금피크제 확대 △위법·불합리한 단체협약 조항 개정 △위기대응공동TF 구성 등을 노조에 요구했다.

하지만 노사간의 입장 차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노조의 주장에 대해 사측은 “영업 이익이 하락하고 내수 점유율도 줄어드는 상황에서 노조가 제시한 수준의 임금 인상은 무리다. 또 일반·연구직 조합원에 대한 승진거부권 등의 경우 회사의 인사권에 관한 문제라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반면 노조 측은 “사측이 주장하는 임금피크제는 받아들일 수 없다”며 “임금피크제 확대 시행을 위해서는 정년연장이 전제돼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현대차 파업이 장기화됨에 따라 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이와 관련 전영도 울산상공회의소 회장은 “현대차 노조의 계속되는 파업은 지역 협력업체의 심각한 경영난을 가중시킬 뿐 아니라 조선업 위기로 인해 침체된 지역의 내수경기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며 파업 자제를 호소했다.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 관계자 역시 “현대차 노조의 계속되는 파업으로 현대차 부품업체의 납품 차질액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며 “협력업체 근로자들의 권익과 생존권을 존중하는 차원에서라도 파업을 중단하고 노사가 지혜를 모아 조속히 교섭을 마무리해 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파업 장기화에 대한 부정적 인식도 확산되고 있다. 지난 23일 중소기업중앙회가 중소기업 근로자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대기업 노조 파업과 임금 격차에 대한 중소기업 근로자 인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61.4%가 현대자동차와 조선업계 파업에 대해 ‘부적절하다’는 의견을 보였다. 또 응답자의 74.2%가 대기업 노조 파업이 일자리 시장과 협력업체 등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고 응답했고, 그 이유로 67.9%가 ‘하청업체 부담 가중 및 임금 격차 심화’를 이유로 들었다. 실제로 지난해 현대차 정규직 근로자의 평균 연봉은 9,600만원으로 지난해 기준 전 세계 자동차 판매 1위 업체인 도요타(7,961만원)나 2위 업체인 폭스바겐(7,841만원)보다 20% 이상 높은 수준이다. 현대차 근로자의 평균 연봉은 지난해 매출액 기준 국내 500대 기업의 평균 연봉(7,300만원)보다 2,300만 원이나 더 많다.

현대차 노조는 1987년 설립 이후 지금까지 거의 매년 파업을 벌이는 행보를 보였다. 지난해까지 파업한 일수도 410여일로 1년을 훌쩍 넘는다. 파업으로 인한 생산차질 규모도 총 125만대에 달해 지난해 울산공장의 1년치 생산량(152만9,831대)에 육박한다. 1998년 구조조정과 임금협상 문제로 36일간 파업을 진행한 끝에 역대 최장기간 파업 기록을 세운데 이어, 지난 2012년에는 28일간의 파업으로 1조7,048억원의 역대 최대 손실액을 기록했다. 회사측은 그동안 노조의 파업으로 발생한 생산 차질액 규모가 14조2,000억여원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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