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출처=포스코 홈페이지>

[월요신문 김윤진 기자] 사회적기업 송도에스이 임원이 여직원 B씨를 성희롱했다는 진정이 접수돼 인권위가 조사 중이다. 송도에스이는 2010년 포스코가 13억을 출자해 설립한 사회적기업이다. 송도에스이는 포스코 R&D 빌딩과 E&C 빌딩의 미화, 주차관리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24일 국가인권위원회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포스코 사회적기업에서 근무하는 B씨가 직장 상사 A 상무에게 성희롱 당했다는 진정이 17일 접수돼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인권위 관계자는 또 “제3자 진정이 아닌 직접 진정이며 비공개 조사다. 현재 조사 중인만큼 구체적인 내용은 확인해줄 수 없다”고 밝혔다.

성희롱 혐의를 받고 있는 A 상무는 포스코 출신 임원으로 송도에스이 주요 경영진이다. B씨는 탈북 여성으로 송도에스이에 6년째 근무 중이다. B씨는 A 상무에 상습적으로 성희롱을 당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견디다 못한 B씨는 지난달 20일 인터넷 커뮤니티에 성희롱 피해를 직접 호소했다.

B씨는 A 상무가 “꿈틀대는 벌레가 정력에 좋다더라. 누에그라를 아느냐. 누에그라는 비아그라처럼 남자들 정력이 세지는 약이다. 남편에게 누에그라 먹여보고 정력이 얼마나 세졌나 보고하라”, “산에 가면 여자들이 입술에 립스틱 짙게 바르고 서서 남자들을 유혹한다. 네 입술이 너무 강렬하다. 누굴 유혹하려고 짙게 바르고 왔냐”, “남자랑 스킨십은 어디까지 해봤냐'는 등의 발언으로 성적 수치심을 줬다고 주장했다.

B씨가 올린 게시글에는 “사장이 비상근이여서 실질적인 권한은 임원 1인에게 있다”, “직원은 소모품 취급을 받아 임원 앞에서 직원들은 한마디 의견도 낼 수 없는 회사다”라는 주장도 담겨있다.

<출처=해당 인터넷 커뮤니티>

B씨는 인권위에 진정서를 내기에 앞서 여성노동법률지원센터의 도움을 받았다. 여성노동법률지원센터는 24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B씨가 상담을 요청했고, 지속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인권위 조사에도 함께 대응하고 있다”고 밝혔다.

송도에스이는 사회적 기업임에도 불구하고 전혀 사회적기업 같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 지적은 지난 13일 포스코 R&D 센터 건물 유리창을 청소하다 추락해 숨진 의사 출신 탈북자 유족이 제기했다.

유족들은 “장례식장에서 A 상무가 ‘사과한다고 하는데 (유족들이) 사과 받을 자세가 안 돼 있다’라는 발언에 분노했다. 유족들은 회사 측 사과와 진상 규명, 책임자 처벌 등을 요구하며 장례를 미뤘다. 포스코는 사고 발생 직후 ‘고인이 소속된 송도에스이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지만 포스코 책임론이 대두되고 더불어민주당 인천시당이 대책위원회가 꾸려 진상조사에 착수하자 태도를 바꿔 유족 측의 입장을 수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B씨의 성희롱 사건은 그 연장선상이다. 직원들은 “회사에 대한 억눌린 불만이 의사 출신 탈북 직원의 사망을 계기로 터져나왔다”고 말한다.

그러나 회사는 성희롱 자체를 부인하고 있다. 송도에스이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B씨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현재 A 상무가 부재중이라 자세한 답변은 어렵다. A 상무가 조만간 정식 해명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권위 조사에 대해서는 “A 상무는 아직 인권위 조사를 받지 않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송도에스이가 최근 사회적 물의를 빚고 있는 이유는 회사가 아니라 경영진의 문제다. 구체적으로는 A 상무의 처신에 있다. B씨 주장에 따르면 상무의 성희롱은 일회성이 아닌 상습적으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처신에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다.

포스코도 책임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포스코는 홈페이지 사회공헌 메뉴에 사회적기업으로 송도에스이를 자랑스럽게 소개하고 있다. 포스코는 “인천 지역에 거주하는 새터민과 저소득층을 우선 고용하는 사회적기업 송도에스이는 인천 송도 지역에 설립된 포스코건설 사옥과 포스코 글로벌R&D센터의 청소, 주차 관리 업무를 맡아 건물 전문 관리 사회적기업으로 성장하고 있습니다”라고 소개하고 있다.

포스코는 최근 송도에스이가 탈북 의사 사망사고에 이어 성희롱 사건에 대해 “우리와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출자는 했지만 운영은 시민단체에 맡겨 사실상 관여를 하지 않고 있다는 것.

포스코의 이런 주장은 현실과 동떨어진다. 송도에스이는 포스코 출신 임원이 주요 경영진으로 참여하고 있다. A 상무가 그 장본인이다. B씨 성희롱사건을 A 상무의 개인 일탈로 넘기기에는 사회적기업이라는 명칭이 부끄럽다. 포스코가 출자한 정신대로 사회적기업의 본분을 다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사진출처=송도SE 홈페이지>

 

저작권자 © 월요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