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육군3사관학교>

[월요신문 김혜선 기자] 육군3사관학교 신입생 선발 과정에서 사용된 설문지가 20년 전의 자료인 것으로 본지 취재 결과 확인됐다. 앞서 육군3사관학교는 생도 모집 서류에서 집안의 경제적 형편, 부모의 학력 등 부적절한 질문을 묻는 설문 내용으로 ‘인권침해’ 논란이 일었다.

문제가 된 설문지는 신입생 모집 3차 적성평가 등록시 제출하는 ‘건강생활 설문지’로, ‘달동네나 유흥업소 밀집지역 및 우범지역 등에서 살고 있다’ ‘아버지(어머니)는 중학교에 다녀보지 못했다’ ‘어머니의 월수입이 200만원을 넘는다’ 등의 항목이 있고 옆 선택란에 '그렇다', '애매하다', '아니다'를 선택하게 했다.

 

육군3사관학교 예비생도 지원 시 제출해야 하는 건강생활설문지 <자료=육군3사관학교>

 

본지 취재 결과 해당 설문지는 여성가족부 산하 청소년보호위원회에서 2001년 발행한 '알콜 및 약물상담치료 편람'에 반영된 '청소년 약물 사용 고위험군 선별 검사표'에서 가져왔다. 이 검사표는 지난 1996년에 청소년 약물 사용자를 중심으로 조사하여 개발됐다.

이 설문지는 면접용은 아니고 신체검사용이다. 사관학교 지원생에게 알코올 및 약물 사용여부를 묻는 설문조사가 적절한지에 대해 군 관계자는 “정신건강이 정상적인지 알아보기 위해 체크하는 설문조사다. 25점이 넘으면 군의관과 다시 면담하게 된다고 알고 있다. 그러나 그런 경우는 거의 없다”라고 말했다.

이 설문지의 문제점은 질문 내용이 시대에 뒤떨어져 있거나 인권 침해 요소가 포함됐기 때문이다. 설문지가 20년 전 것으로 그대로 쓰고 있는 점도 문제다. 이와 관련 의료계 관계자는 “20년 전 것을 지금 사용하고 있다니 어이가 없다. 의료 현장에서도 설문 조사를 하는 경우가 자주 있지만 20년 전 것을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시대가 많이 변했기 때문에 해당 설문지의 효과는 전혀 없을 것으로 본다. 장교 후보를 대상으로 하는 설문 조사인만큼 좀더 체계적이고 시대 현실에 맞게 개선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라고 말했다.

육군 3사관학교는 20년 지난 설문지를 신입생 선발에 사용한 사실은 인정했다. 하지만 개선 의지는 수동적이었다. 25일 본지와 통화한 군 관계자는 “국방부 지침에 따라 시행하는 것이기 때문에 우리가 임의로 결정하지 못한다. 국방부가 바꾸면 당연히 바꿀 것”이라고 말했다.

국방부에도 26일 해당 문제점에 대해 질의했으나 대변인은 “확인해 보고 연락주겠다”고 대답한 후 연락하지 않았다. 국방부의 개선 의지가 없으면 육군3사관학교의 20년 된 설문지는 앞으로도 계속 사용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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