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신문 허인회 기자] 국민연금이 최근 5년간 일본 전범기업에 2조 8764억 원을 투자한 것으로 확인됐다.


29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민의당 김광수 의원이 국민연금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2011년 2005억 원, 2012년 3790억 원, 2013년 6008억 원, 2014년 7646억 원, 2015년 9315억 원 등 지난 5년간 일본 전범기업 투자를 꾸준히 늘려왔다.

지난해 기준 상위 5개 투자기업은 도요타 자동차 2546억3000만원, 후지중공업 794억3000만원, 신예츠 화학 766억8000만원, 닛산 자동차 667억2000만원, 동일본여객철도 509억4000만원이다.

특히 10만 명 이상 한국인을 강제동원했던 미쓰비시의 경우 국민연금은 미쓰비시 전기에 235억 원, 미쓰비시 중공업에 138억7000만 원 등 총 476억 5000만원을 투자했다. 이들 4개 회사 중 3곳은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김광수 의원은 "국민이 납부하는 기금을 운용하는 국민연금공단이 전범기업에 투자하는 것은 국민정서에 반하는 행위며 국회의 지적에도 계속해서 투자를 확대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20대 첫 국정감사에서 국민연금기금의 사회책임 투자 문제를 집중 거론하고 특히 일본 전범기업 투자 문제를 날카롭게 파헤쳐볼 생각"이라고 밝혔다.

국민연금의 전범기업 투자에 대해 지적은 작년 8월 보건복지위원회 예산결산심사소위원회에서 나왔다. 당시 보건복지부는 “전범기업에 대한 투자제한은 국민연금 투자원칙에 부합하지 않고, 국민연금뿐 아니라 투자·교역 등 전 분야에서 국가적 차원의 결정이 필요한 사항이란 점에서 전범기업 투자를 그대로 진행키로 했다”고 밝힌 바 있다.

금융투자업계와 전문가들은 사회적 논의를 거쳐 국민연금이 바람직한 투자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하고 있다. 연강흠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는 "과거 미국 연기금들이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인종차별 정책을 이유로 투자를 전면 철회한 사례도 있다. 환경·사회·지배구조 측면에서 여론수렴을 거쳐 국민연금이 투자 가이드라인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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