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신문 허인회 기자] 급성충수염으로 9일 만에 사망한 성진필 (23세, 6사단 보충대대) 전문하사의 죽음에 많은 국민들이 분노를 표하고 있다. 유족들은 특히 성 하사의 죽음이 석연치 않다며 의문을 제기했다.

유족 측은 성 하사를 왜 검사만 가능한 국군1병동으로 후송했는지, 8월 19일 협진기록에는 “2~3일 전부터 가래와 기침” 기록이 있는데 헌병조사기록에는 없는지, 사망 시점까지 군 당국이 가족에게 왜 연락을 하지 않았는지(성 하사가 17일 직접 연락함) 등 의혹을 제기했다.

본지는 국방부 관계자로부터 유족 측이 제기하고 있는 의문점들에 대해 물어봤다. 다음은 국방부 관계자와의 일문일답.

- 성 하사를 왜 국군1병동으로 후송했나.

“성 하사 부대가 있는 철원에서 분당에 있는 수도통합병원으로 바로 가는 것은 더 큰 위험을 초래할 수 있었다. 정확히 성 하사가 어떤 상태인지 모르는 상황에서 이송 도중 응급상황이 발생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까운 국군1병동으로 이송해 검사를 통해 성 하사에 대한 정확한 진단을 하려고 했다.”

- 성 하사 부대는 국군1병동이 수술이 불가한 상황이라는 것을 몰랐나.

“이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 중이다. 다만 12일부터 리모델링 중인 상황은 예하부대에 전달한 사항이다. 수술이 필요한 환자에 대해서는 다른 조치를 취하기 바란다는 내용을 예하부대에 전달했다. 리모델링을 하더라도 병원 전체를 동시에 작업하는 것은 아니라 순차적으로 진행 중이다.”

- 성 하사는 8월 17일 사단 의무대에서 충수염 의심 진단을 받았다. 그럼에도 수술이 불가한 국군1병동으로 이송한 것인가.

“모든 복부 통증에 대해 사단급에서는 수술이 필요한지 판단할 수 없다. ‘환자가 반드시 수술이 필요할 것이다’라는 판단에는 정확한 근거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정확한 진단을 위해 국군1병동으로 간 것이다. 또한 국군1병동 이송 당시 성 하사는 대화가 충분히 가능하고 혈압과 맥박이 정상이었다.”

- 국군1병동에서 수도통합병원으로 언제 도착해서 수술에 들어갔나. 수술동의서에는 누가 서명을 했나.

“수도통합병원에는 17일 13:30분에 도착했다. 이후 14:40분에 성 하사에게 충분히 설명을 하고 수술동의서를 받아 수술에 들어갔다. 당시 성 하사는 의식이 있고 혈압과 맥박이 정상이었다.”

- 유족 측은 8월 19일 협진기록에 “2~3일 전부터 가래와 기침”이 기록돼 있지만 헌병조사기록에는 없다는 점에 의문을 갖고 있다.

“헌병조사보고서를 직접 확인하지 않아 정확한 답변은 힘들다. 현 상황에서 말할 수 있는 것은 헌병은 군의관이 아닌 수사관이라는 점이다. 또한 헌병조사보고서의 목적은 사고 배경, 경과, 경위 등을 주로 다룬다. 이런 이유로 자의적으로 판단해 성 하사의 증상을 누락했을 수 있다. 환자의 상태를 파악하는 것은 의무보고서인데 아직 확인하지 못했다. 다만 헌병보고서에 가래, 기침이 없다고 해서 폐렴을 진단하는데 증상을 놓쳤다고 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 수도통합병원에서 수술은 제대로 이뤄졌나. 성 하사의 상태가 악화된 이유는 무엇인가.

“현재 국과수에서 부검을 마친 상태다. 다음 주 나올 부검 결과를 봐야 정확한 원인을 알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이에 따라 국방부에서 조치를 취할 예정이다.”

- 군 측에서 사망 시까지 가족에게 왜 연락이 없었나.

“훈령상 이송 과정 중에 가족에게 연락을 취하는 것이 맞다. 이 부분에 대해 확인 중이다.”

국방부의 이런 해명은 정의당 김종대 의원의 주장과 차이가 있다. 김종대 의원은 “국군 제1병동에서 성하사에 대해 X-레이, CT촬영 등 검사를 하느라 2시간이 소요됐다”라고 주장했다. 군당국이 시간을 지체해 성 하사를 사망에 이르게 했다는 것. 반면 국방부는 제1병동에서 의무기록이 없다는 이유로 정확한 설명을 하지 않았다. 따라서 국군 제1병동에서 성 하사에게 어떤 조치를 했는지 늑장 대응을 하지 않았는지 등도 밝혀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성 하사의 상태에 대해서도 성 하사 사망을 처음 알린 김종대 의원과 국방부의 주장이 다르다. 김 의원에 따르면 성 하사가 국군 제1병동에 왔을 땐 이미 환부가 터진 상황이었고, 고통을 호소하며 수도통합병원으로 갔다. 반면 국방부는 “성 하사가 국군 제1병동과 수도통합병원에 있을 때 모두 맥박과 혈압이 정상이었으며 의사소통이 가능한 상태였다”고 밝혔다. 하지만 국방부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이송 도중 응급상황이 발생할 수 있었다”라고 얘기한 점에 비추어 볼 때 성 하사의 상태가 정상이었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보건복지부 국가건강정보포털에 따르면 “급성충수염은 비천공성, 천공성, 천공과 더불어 주위 조직의 염증을 동반한 경우, 천공으로 인한 종괴형성, 범발성 복막염 등의 양상으로 나타나게 된다. 또한 치료하지 않으면 충수의 염증은 천공으로 진행된다. 급성 충수염이 진단되면 신속하게 수술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나와 있다.

성 하사 사망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는 곳은 국군 제1병동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국군 제1병동은 모든 진료가 가능한 곳”이라고 말했다. 국방부 주장대로 리모델링으로 인해 수술실이 폐쇄되었다고 해도 충수염은 의료진만 있으면 수술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당시 병원에 성 하사를 수술할 의사가 없었는지 밝혀져야 할 대목이다. 응급수술을 위한 최소한의 수술 공간도 마련하지 않고 리모델링을 진행한 국군 제1병동의 처사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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