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출처=알리안츠생명>

[월요신문 허창수 기자] 중국 안방보험이 인수를 앞두고 있는 독일 알리안츠생명 한국법인이 100명 가량의 인력을 정리해고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6일 알리안츠생명 관계자는 “회사 노동조합에 100명 규모로 정리해고를 진행하겠다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했다”며 “다른 회사보다 인건비 비중이 높고 내년 경영 상황도 어려운 실정이라 정리해고를 단행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는 지난 5월 200명 규모의 희망퇴직을 실시한 이후 올 들어 두 번째 인력 감축이다. 당시 알리안츠는 추가 인원감축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지난달 초 노조가 향후의 조직개편 및 인력축소를 우려해 고용안정협약을 사측에 제시하면시 시작된 노사 간 단체협약이 결렬되자 결국 2차 구조조정에 들어가게 됐다.

노사 간 단체협약의 쟁점은 고용안정과 퇴직금누진제 폐지에 따른 연차보상 등이었다. 회사는 노조 측에 고용안정기간을 2년으로 제시했으나 노조는 이보다 두 배 이상 긴 5년을 요구했다. 연차휴가 보상제도 역시 회사 측은 3.5년치를 일시불로 지급하겠다고 제시한 반면, 노조는 7년치를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5차례에 걸친 협상에도 의견차가 좁혀지지 않자 사측은 결국 정리해고 카드를 꺼내 들었다. 100명을 추가로 감축하게 되면 알리안츠생명 한국법인 전체 인력(1180명) 가운데 27%가 정리되는 셈이다.

일각에서는 안방보험이 알리안츠생명을 인수한 후 동양생명과의 합병을 염두에 두고 벌써부터 몸집 줄이기에 들어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와 관련 한 업계 관계자는 “안방보험이 지난해 인수한 동양생명과 알리안츠생명을 합병할 할 경우 삼성ㆍ한화ㆍ교보ㆍNH농협생명에 이어 자산기준 업계 5위 반열에 오르게 된다. 안방보험이 향후 국내 생보사들을 더 사들여 국내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강화할 본다”고 말했다.

강력한 인력감축은 중국식 실리추구와 관계가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기업은 노조의 눈치를 보기보다는 효율 면에서 인력 감축이 필요하면 과감하게 정리하는 전략을 선택한다”며 “이번 권고사직 역시 매각을 종결짓기 위해 알리안츠그룹이 안방보험에 약속한 것을 이행하는 과정으로 해석된다”고 설명했다.

알리안츠생명은 지난해 873억원에 달하는 적자를 낸 데 이어 올해 상반기에만 840억원에 달하는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이에 독일 알리안츠는 지난 4월 부실해진 한국 알리안츠생명을 중국 안방보험 측에 300만달러(약 35억원)의 헐값에 매각했다. 안방보험은 생명보험·자산관리 등 종합보험 및 금융 사업을 하며 중국 내에서 5위권, 전 세계 10위 수준의 대형보험사다.

저작권자 © 월요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